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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와 의생활

쿠바와 의생활

(쿠바에서 만난 생활의 치유력)

김해완 (지은이)
  |  
북드라망
2023-03-25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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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와 의생활

책 정보

· 제목 : 쿠바와 의생활 (쿠바에서 만난 생활의 치유력)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2128337
· 쪽수 : 352쪽

책 소개

쿠바 의료에서 배운 치유와 일상의 관계. 생로병사를 함께 감당하는 일상 속 관계 구축을 위한 의생활 선언.

목차

머리말. 우연과 필연

인트로. 의(醫)생활 선언

1부. 생활
1. 봉쇄된 섬나라의 인생 교실
2. 피로 : 피할 수 없는 인생의 문제들
3. 활기 : 쿠바의 ‘매직 리얼리즘’
4. 결핍 : 주린 배와 주린 마음 사이에서
5. 생존 : 생명의 자부심
[ 덧달기 1 ] 쿠바혁명

2부. 마을
1. 마을 사랑방에는 의사가 산다
2. 의사 : 네트워크의 촉매제
3. 주민 :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자리
4. 세대 : 의생활의 역동성
5. 공동체 : 최고의 의료 자원
[ 덧달기 2 ] 세상의 의료들

3부. 학교
1. 배움, 최선의 생명 활동
2. 학생 : 백인백색(百人百色)의 미래
3. 교수 : 낭만닥터의 하루
4. 의대 : 실용주의의 참의미
5. 의학 : 세계와 연결되는 길
[ 덧달기 3 ] 세상의 의대들

4부. 세상
1. 의(醫)의 이야기
2. 설탕의 이야기
3. 전염병의 이야기
4. 배고픈 이야기
5. 끝이 있는 이야기
[ 덧달기 4 ] 세상의 ‘의-사’들

아우트로. 결핍 없는 생명의 시간

사진으로 보는 쿠바와 의생활

부록. 초상들
1. 혁명과 아내 — 하숙집 주인 G의 이야기
2. 낭만의 의미 — 선생 R의 이야기
3. 두 집 사이 — 청소부 A의 이야기
4. 주변에서 중심으로 — 교회 청년 C의 이야기
5. 기억의 파도타기 — 환자 Y의 이야기
6. 결핍을 모르는 생명 — 두 여자 B와 P의 이야기

저자소개

김해완 (지은이)    정보 더보기
청소년 시절 <남산강학원>과 <감이당> 연구실에서 인문학 공부를 했습니다. 지금은 스페인에서 서양 의학 공부를 하고 있으며, 『동의보감』을 비롯한 여러 의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앞으로 몸과 마음 사이의 다리를 놓는 공부, 생명과 치유에 대한 탐구를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쓴 책으로는 『다른 십대의 탄생』, 『돈키호테, 끝없는 생명의 이야기』, 『쿠바와 의(醫)생활』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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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누구도 환자가 될 운명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모두가 한시라도 빨리 몸을 위한 “기본적인 위로와 안식”을 찾아내야 한다. 이 능동성이야말로 의醫를 외부 서비스로 이해하는 환상을 깨뜨려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위로와 안식을 구할 수 있을까? 병을 제거해 주고 죽음을 책임져 주겠다는 약속이 사라진 장소에서, 몸은 어떻게 행복을 찾는가?
이 질문에는 정해진 대답이 없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우리의 몸이 서로 다른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70억 명의 호모 사피엔스는 각자의 생로병사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신체의 잠재력을 보여 준다. 내가 이 책에서 하려는 것도 이 가능성 중 하나를 소개하는 것이다. 나는 뜻밖의 사람들 덕분에 의醫에 대한 편협한 상상력이 깨지는 경험을 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만 나오는 카리브해의 쿠바였다. 그곳에는 신체의 리얼리티 앞에서 진솔하고 겸손하게 답을 구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인트로_의생활 선언 중에서)


말, 말, 말. 시냇물처럼 끊이질 않는 말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마을 진료소, 콘술토리오consultorio가 나왔다. 그 장면이 머리에 콱 박혀 나도 모르게 현장에 발을 들였다.
수다와 의醫의 교차가 쉽게 상상되지는 않을 것이다. 두 눈으로 직접 본 나조차도 그랬으니 말이다. 쿠바에서는 이보다 더 자연스러운 풍경이 없다. 쿠바인들은 이사를 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도시든 시골이든 튼튼한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인터넷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사회라서 그런 것일까, 생활의 모든 대소사는 육성으로 실시간 공유된다. 그렇다면 마을에서 이 정보의 흐름이 가장 풍성하게 집중되는 장소는 어디일까? 이곳의 ‘소셜 네트워크’의 오프라인 근거지는 학교도, 시장도, 노인정도 아니다. 그곳은 콘술토리오다. 가족주치의가 상주하는 곳, 간호사가 출퇴근 도장을 찍는 곳, 갓난아기부터 임종을 앞둔 노인까지 가족 구성원 모두가 방문하는 마을 진료소다.
이 수다 -진료소에는 각자 자기 역할이 있다. 환자들은 이야기를 생산해 내는 ‘헤비 토커’heavy talker다. 콘술토리오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들은 동네의 잡다한 소식을 공유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 간호사는 걸어 다니는 ‘검색 엔진’search engine이다. 주민들의 숟가락 개수부터 최근 이들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일상의 사소한 변화 하나라도 사람들의 안녕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주치의는 모든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종합해 내는 ‘리스너’listener다. 이 정보는 진료하는 동안 적재적소에 활용된다.


생로병사의 보편성은 관계를 평등하게 만든다. 콘술토리오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의 도움에 빚지며 사는 ‘마을 주민’으로서 동등하게 만난다. 지금 등교하고 있는 의대생은 몇 년 전에는 내가 부모님이 안 계실 때마다 돌봐주던 옆집 꼬맹이였고, 몇 년 후에는 나와 가족들을 돌봐주는 동네 주치의가 될 것이다. 사춘기 시절 이웃집 아저씨의 도움을 받고 방황을 끝냈던 청년은, 훗날 독거노인이 된 이 이웃이 무탈한지 매일 체크하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낼 것이다. 가족주치의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노인들은 주치의의 간식을 챙기는 도우미를 자처하며 콘술토리오에 당당하게 들어올 것이다.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뚜렷하게 자각하게 된 의생활의 모습이었다. 생로병사의 화제가 이토록 공공연하게, 그것도 병원과 의사와 간호사까지 십분 활용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 순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쿠바가 가진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이 자원 덕분에 쿠바 주치의 제도는 성공할 수 있었다. 이를 간과한 채 쿠바 의료 제도의 뼈대만 복사하여 다른 장소에 이식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쿠바 의醫의 정수는 쿠바인들의 의생활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의사에게 마을 소식을 물어다 주는 민첩한 정보원, 발이 달린 ‘소셜 네트워크’다. 길거리에서 즉석으로 벌어지는 의사와 환자의 상담 코너 역시 이상할 것 없다. 의사는 언제든지 모임에 초대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셀럽’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둘의 만남이 동화처럼 아름다우리라는 달콤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콘술토리오의 현장은 전투적일 때가 더 잦다. 원래 공동체는 원초적인 감정을 지지고 볶는 곳 아니겠는가? 자율성이 커지면 주민의 고집도 강력해지고,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의사의 내공 역시 자란다. 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별별 일이 다 생긴다.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집밥이 그리워서 탈출한 어린 임산부를 잡으러 가족주치의와 간호사가 마을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은 예삿일이다. 환자가 과로로 쓰러진 의사를 발견해서 들쳐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원래 소동으로 가득 찬 것이 삶이 아니겠는가?
소동의 한복판에서 얻어지는 결실도 있다. 바로 의학의 대중화다. 아니, 대중의 ‘의학-화化’가 더 정확한 표현일 테다. 쿠바인들은 의학 지식이 풍부한 편이다. 병명은 물론이요, 전문적인 의약품 이름도 곧잘 외운다. 의사의 진단에 견해를 보태거나 반문을 제기하는 일도 잦다. 의사와의 잦은 만남이 저절로 교육 현장이 되는 것이다. 지식은 쿠바인들이 소통의 주체로 설 수 있는 근간이 된다. (2부 마을 > 3. 주민 :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자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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