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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86851784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8-04-25
책 소개
목차
머리말_나와 세계, 그 사이의 GPS를 켜는 지성
1장 _ 가장 보통의 존재의 환상 : 스콧 피츠제럴드와 5번가
‘NY’이라는 브랜드 │재즈 시대의 왕자님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집단몽(夢) │개츠비의 뉴욕 나이트메어(Nightmare) │첫번째 악몽 : 상품과 품위 │두번째 악몽 : 파티와 도피 │세번째 악몽 : 연애와 영원 │희망을 대출해 주는 세상 │계속되는 것은 삶뿐이다
2장_휴머니티의 집: 하워드 진과 990 아파트
우리 집에 왜 왔니 │브루클린의 아들, 총을 들었다 │뿌리 잃은 휴머니티 │집 없는(home-less) 사람들 │이 땅의 ‘사글세’는 얼마인가 │주거인, 이방인, 무명인 │집은 모두에게 필요하다 │하늘을 지붕 삼고 땅을 바닥 삼아
3장_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문화: 에드워드 사이드와 MTA 지하철
문화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분열증에 걸린 소년 │다문화, 고향의 소멸 │오리엔탈리즘, 유럽의 눈먼 고향 │동쪽에는 괴물이 산다 │세계-문명화를 위한 고전(古典) │이번 역은 세계입니다
4장_가장 낮은 곳부터 마비시키는 은총: 이반 일리치와 워싱턴하이츠
‘스마트하게’ 살아남는 법 │가장 낮은 데 임하소서 │학교, 세대를 마비시키는 시대의 명령 │경제학의 거짓말?: 삶은 개발될 수 있다 │테크놀로지의 거짓말?: 삶은 똑똑해질 수 있다 │그림자-인간이 되지 않기 위하여 │시간의 이민자
5장_뉴요커, 우주의 그로테스크한 농담: 스티븐 제이 굴드와 자연사 박물관
지상 최고(最高)의 도시, 우주 최고(最苦)의 역설 │“나는 상륙했다”-여섯 번의 우연 끝에 │과학의 GPS로 찾는 ‘뉴요커’의 좌표 │자연: 우연으로 ‘풀하우스’ │생명: 종-생(種-生)의 운명 │호모 사피엔스 : 이야기(경향)를 발명한 동물 │뉴요커: “그로테스크한 우연”을 활용하라 │블루베리의 밤, 호모 사피엔스의 아침
6장_콘크리트 정글의 신화: 허먼 멜빌과 월가
‘벽’(Wall) 안팎의 세상 │소년과 바다 │뉴욕의 대칭성 신화 │노예, 우주의 티끌이 되다 │역사, 해저에 가라앉다 │자본, 고래에 침몰당하다 │‘핏기 없는 종족’의 야만 │놓친 고래의 꿈
7장_구멍난 몸, ‘웃픈’ 도시: 올리버 색스와 23번가 공원
구멍과 유머 │아프고 웃긴 신경과 의사 │신경증, 존재와 세상의 구멍 │무기력은 무감각이다 │예술, 중독이냐 치료냐 │위대한 신경의 이야기
8장_연애, 만인의 무정부주의: 엠마 골드만과 로어이스트사이드
영원히, 싱글의 도시 │여자, 사생활 해방 전선에 뛰어들다 │여체(女體), 연애-감옥이 되다 │몸은 모든 법 위에 있다 │감옥을 부수는 사랑 │n개의 사랑, n개의 부자유 │언제나 ‘싱글’
9장_가족을 위한 블루스: 제임스 볼드윈과 할렘
노바디(Nobody)가 될 자유 │뉴욕의 사생아, 파리의 부랑아 │인종주의는 실패한 사랑이다 │『또 다른 나라』 : 이 나라에 안전지대는 없다 │삯(dues)을 내지 않는 사랑은 없다 │가족, 고통을 반복할 용기 │가족을 위한 블루스
10장_마음-지옥의 방랑기: 뉴욕과 에릭 호퍼
뉴욕 방랑의 끝 │흥미로운 인간은 모두 지옥(도시)에 있다 │세상을 등진 부적응자 │‘나’라는 독(毒) │뉴욕의 극약처방 │마음 한복판의 도서관
부록 뉴욕 열전
첫번째 열전 이탈리아인 P │두번째 열전 한국인 K │세번째 열전 일본인 S │네번째 열전 중국인 T │다섯번째 열전 에티오피아인 E │여섯번째 열전 베네수엘라인 C │일곱번째 열전 할렘의 삼형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정착은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동이라는 자유와 폭력에 익숙해지고 있다. 어쩌면 머지않아 우리는 하늘을 지붕 삼고 땅을 바닥 삼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어디에 살게 되든지, 편견을 버리고 차별의 경계를 넘어서 이웃과 친구를 만드는 방법 말이다. 이것이 땅을 황폐화하는 전쟁에서 이기는 길이다. 잦은 이사와 낯선 환경에 심신이 지칠 때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스로에게 말하자. 이 이상한 세상에서 내 한 몸 누일 곳을 찾는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는 나의 역사는 그렇게 매일 갱신되고 있다.
(「2. 휴머니티의 집: 하워드 진과 990 아파트」 중에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보낸 2년 반의 시간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졸업식조차 참석하지 않고 학교를 떠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결국 여러 사람의 등에 떠밀려 졸업식에 갔다. 그리고 천 명의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가운과 모자를 집어 던졌던 순간, 예상치 못하게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여기에는 힘든 시간을 함께 거쳐 왔다는 동료의식과, 앞으로 닥쳐올 시간에 대한 불안한 예감이 함께 뒤섞여 있었다. 졸업장이 손에 쥐어진 약간의 특권은 우리의 ‘생존’을 보장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원했다. 우리 모두 시대의 그림자로 살아가지는 않기를. 인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그래서 훗날 아이가 생겼을 때, 다음세대에게 “이 세상에는 언제나 살 길이 있다”고 말해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4. 가장 낮은 곳부터 마비시키는 은총: 이반 일리치와 워싱턴하이츠」 중에서)
다리 위에서 자전거를 세워 놓고, 퀸스와 맨해튼 사이로 흐르는 이스트리버를 바라보면서 잠깐 쉬었다. 흐르는 물살을 바라보니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일곱 살 때 몰래 부모님 돈을 훔치다가 어머니에게 딱 걸려서 회초리를 맞았었다. 내가 울면서 왜 이렇게 아프냐고 악을 쓰자 어머니가 그건 신경 때문이라고 대답하셨다. 나는 신경 따위 필요없다고 말대꾸를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신경이 없다면 회초리를 맞아도 아프지 않겠지만, 초콜릿을 먹어도 맛있는 줄 모르는 바보가 될 거라고 답했다. 그때 어린 마음에 받은 충격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느낀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자극을 긍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진실이다. 괴로운 느낌은 배제하고 행복한 느낌만 바라는 것은 어린아이의 투정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에게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없다. 무기력이라는 고통이냐, 고통스러운 생기냐. 오, 신경의 역설이여!
(「7. 구멍난 몸, ‘웃픈’ 도시: 올리버 색스와 23번가 공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