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한국학/한국문화 > 한국민속/한국전통문화
· ISBN : 9791192149523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5-03-18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프롤로그
제1부 한복
1 공유와 격조
소통의 지향
예의의 표출
2 자연과 생명
자연과의 조응
생명에 대한 경외
3 실용과 심미
편리하고 안전한 차림새
색과 선과 형태의 조화
제2부 한식
1 한솥밥과 밥상머리 예절
정을 나누는 공동체 사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예의
2 자연식과 건강식
자연을 담은 음식
보약으로 여긴 음식
3 국물과 숟가락
중요하게 인식된 국물
필수적으로 쓰인 숟가락
제3부 한옥
1 화합과 교류
건물 안팎에서 화합
담장 안팎에서 교류
2 순응과 공존
자연에 순응하는 가옥
자연과 공존하는 마당과 정원
3 개방과 소통
가옥끼리의 개방
방·마루·온돌·부엌 간의 소통
에필로그
찾아보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책머리에 중에서
한국문화를 간결하게 정리하여 국내외의 학생은 물론 대중에 다가가는 작업을 새롭게 해야 할 시점이 왔다. 인본주의적 한국문화의 실체를 말하기 위해서는 전통문화에 대한 확고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 첫 순서로 동양적 사고이자 한국 정신의 핵심 요소인 ‘융합’으로 한국인의 의식주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 개방과 소통을 중시하는 한국문화는 한마디로 융합의 산물이다. 융합의 과정에는 서로를 구분했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이 수반된다고 한다. 융합은 무엇보다 동양 철학의 기본 틀인 ‘음양’의 조화에서부터 ‘유교와 도교’의 상호 관계 등에서 볼 수 있다. 생활 속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되 자기의 소신을 버리지 않는다’는 뜻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덕목으로, 학문적으로는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혼미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뜻의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라는 경구로도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 이러한 한국문화의 요체가 되는 ‘융합’은 인본사상을 드러내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21세기 우리는 공공연히 문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한다. 잘사는 우리들로서 한국인의 문화적 자존감을 드러낼 만한데도 불구하고 의식주에 관한 전통문화를 알릴 수 있는 마땅한 책 한 권이 없다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얼마 전 마당의 원리, 음식의 맛과 간, 속옷의 기능성 등 과학자의 시각으로 한국인의 전통 의식주 문화를 읽어낸 책이 세상에 나와 다행이다. 이제라도 ‘인문학적’ 관점에서 한국의 전통적 ‘의식주’ 문화를 세상에 전할 책이 필요하다. 의복, 음식, 주거 등 각각의 깊이 있는 논의는 많았으나 세 가지를 통합하는 의식주 문화, 특히 인문학적 눈으로 보는 전통 의식주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구나 오늘날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융합’의 방법론으로 한국인의 의식주가 지닌 ‘인본사상’적 특질을 밝히는 책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본다. 특히 의·식·주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세 가지, 즉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물과 사물의 관계 설정에 의한 융합론이 이 책의 핵심구조가 될 것이다.
한복을 잘 갖추어 입은 단정한 모습은 그 사람의 언행을 더욱 늠름하고 도타워 보이게 한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자태를 연상시키는 전통 한복은 고요한 가운데 생명력을, 겸허한 가운데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에 빨리 적응하기도 하지만 우리들에겐 전통적인 것을 지키려는 의식이 뿌리 박혀 있다. 조선을 지켜온 가장 큰 힘은 공자의 인(仁)을 실천하는 유교 정신에 있다고 보며, 이 정신은 개인의 이익을 넘어 공의를 중시하는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서양의 자유주의에서 강조하는 개체주의적 인간관과 달리, 인간을 그가 속한 사회문화적 공간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유기체적 존재로 파악하였다.
한국의 음식문화는 조선 후기 소반이 남녀유별·장유유서 등의 유교적 이념의 상징이 될 만큼 역사적으로 독상 차림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여럿이 식사를 할 경우 자기 접시의 음식만을 거두는 서양의 방식과 달리 맛과 함께 정(情)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볼 수 있다. 찌개 같은 경우 우리는 각각 자신의 입에 들어갔던 서로의 숟가락을 냄비나 뚝배기 같은 그릇 하나에 한꺼번에 넣고 휘저으면서 먹는다. 한 그릇의 국물 맛마저 공유하고자 하는 태세다. 명분을 중시하여 독상을 원칙으로 하던 때를 제외하고 한국인은 혼자 식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들과 공동체적 유대감을 강하게 느끼고자 했다. “숨어서 음식을 먹으면 감기 든다”고 하는 금기어도 있다. ‘두레반’(두레상), ‘두레밥’이 시사하듯 공유하는 음식문화를 지닌 우리가 의례적으로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밥 한번 먹자”고 하는 데도 ‘정을 나누자’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