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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30817903
· 쪽수 : 202쪽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면서
프롤로그
1 숙명적으로 기생이 되다
2 유희경과 사랑하다
3 한양 객지에서 떠돌다
4 허균과 우정을 나누다
5 한준겸, 심광세, 권필 등과 시를 읊다
6 기생이길 거부하다
7 삶은 고난일 뿐이다
8 자유를 갈망하다
9 비운에 빠지다
10 공원에 매화꽃잎이 휘날리다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조선을 대표하는 두 기생 황진이와 이매창의 성격으로 볼 때 황진이가 남성적·개방적·의지적인 면이 두드러진 시인이라면 매창은 여성적·내향적·감성적 측면이 강한 시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삶의 태도에 있어 황진이가 기생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 만큼 진부한 기생의 일상을 뛰어넘었던 것과 달리 이매창은 기생이기를 완강하게 거부했던 만큼 오히려 기생의 운명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서글픈 생애를 살았다. 매창의 시에 고독과 슬픔이 주조를 이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매창은 자존감이 강했으므로 결핍과 모순이 가득한 현실에 부딪쳐 크게 개탄해야 했다. 임의 부재는 세상에 따라붙는 아픔으로 비화되었으며 상황이 악화될수록 그녀는 인간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자유를 갈구할수록 고착적 신분, 숙명적 비애에 빠져들었다. 매창에게서 감성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났음을 발견하는 시각이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매창을 이해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임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기생을 포함하여 여성들이 지은 작품은 부덕(婦德)이나 사랑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으나 매창이 지은 작품의 내용은 애정을 넘어 존재론적 갈등이 주된 흐름을 보였다.
조선 중기의 매창은 기생임에도 불구하고 천성이 고고하고 정결하여 난잡하거나 음탕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여성이다. 여성이었지만 능력이 뛰어나 시를 매개로 당대의 문인 학자들과 깊이 교유할 수 있었던 사람이다. 고결한 인품과 탁월한 글재주로 당당하게 한 시대를 살았던 매창의 흔적은 오늘날 그녀의 시문을 통해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고, 무덤과 시비가 있는 매창의 고향인 전북 부안의 봉덕리에서 그녀의 체취를 한껏 느낄 수가 있다.
중국의 기생 설도의 대표작인 「춘망사」의 셋째 연이 시인 김억에 의해 번역되어 광복 후 우리 사회에서 많이 불렸던 가곡 <동심초>의 가사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 하는고.” 조선의 여류 한시집을 번역해내면서 이매창의 작품을 가장 많이 실었던 김억에게 매창은 설도였다. 사랑과 행복을 갈망하는 민족적 염원 속에 조선에 위대한 여류시인 매창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