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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씨책] 함부로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img_thumb2/9791192265315.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265315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2-05-23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함부로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
1. 회복기 당신의 발
2. 길, 혹은 자기만의 방 1
3. 길, 혹은 자기만의 방 2
4. 노랑 털실이 굴러간 자리는
5. Knocking On Heaven’s Door
6. 그로칼랭, 열렬한 포옹
7. 하얀 배냇저고리 1
8. 하얀 배냇저고리 2
9. 보잘것없는 사랑
10. 세계의 지붕
2부. 하찮은 슬픔을 드러낼 수 없었다
11. My Lips Just Sick!
12. 당신, 우울한가요
13. 나는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14. 공포에 끌리다
15. 별을 가리킬 손가락이 없어요
16. ICE BOX의 꿈: 뉴욕으로 간 남자, 서울로 온 필리핀 여자
17. 사랑과 증오, 그 아슬아슬한 경계
18. 잃어버린 여행
19. 사고를 사건으로 만든 사람들
20. 통증이라는 고독한 세계
제망매가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의 아들 사랑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세상의 아버지들은 돌봄과 간호를 받기만 하고, 세상의 어머니들은 남편과 자식을 돌보기만 하는 줄 알았었죠. (…) 세상의 아버지들이 아들을 그토록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발을 주물러주고, 대소변을 받아주고, 죽을 떠먹여주고, 한밤중에 꾸벅꾸벅 졸다가도 금세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고 링거를 올려다보며 아들의 얼굴을 살피고, 아들의 진땀을 닦아주고, 아들을 일으켜 안아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 병실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나오면서 저런 사랑을 받고 그냥 주저앉을 아들은, 아마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입원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낯선 곳에 적응하기 위해, 또는 아픈 상황을 잊기 위해 자신의 본능을 드러내게 된다. (…) 고독한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다인실이 인간적인 공간이 될 터이다. 그러나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통증을 혼자 조용히 견디고 싶은 사람에게는 다인실의 환경이란 어쩌면 몹시 자극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환자란 가장 약자의 처지로 떨어진 존재, 어쩔 수 없이 입원실의 그 무차별한 상황을 견뎌야 한다.
나는 바이탈 사인을 체크하고 주사를 놓고 다시 소매를 잘 내려주며 팔을 주무르듯 꼬옥 잡아드렸습니다. 돌아서려는데 그분이 그러더군요. 고맙다고요. 죽어가는 사람, 냄새나고 싫을 텐데, 항상 따뜻하게 잡아주어서 고마웠다고, 잊지 않겠다고요. 나는 눈물을 쏟을 뻔해서 아니라고, 제가 당신을 만나 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자기 갈 길을 정리하고 가는 사람은, 어떻게 생각해봐도 가슴에 오래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