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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333649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3-02-17
책 소개
목차
1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옻나무
나는 죽은 사람이다
턱이 말을 할 때
1925년생 1
1925년생 2
큰어머니
강물
눈병
순사와 유령
기일
그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아버지 1925-1998
탈출기
2부 나는 네 아비의 혼령이다
붉은 강
붉은 독
곁길로 빠지다
가족사진
아기나리
뜨거운 눈
출렁출렁
소녀상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 소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상한 대화
두꺼운 잠
따스한 잠
무당사
돌아오라, 쏘렌토로
3부 나는 분명 이곳을 지나간 적이 있다
낙타와 나
모래산
좁교가 간다
폭설 속에서 쇠못을 보거나 까마귀 울음소리를 듣네
별빛이 벨 소리를 울리네
나무 중독자
햇살 환한 오후
에게해
사무라이 까마귀
페인트가 칠해진 새
흰목물까마귀
낯선 곳
4부 울음을 기다리는 곳
여치 당숙모
진로 1
진로 2
곡비 여자
외팔이 아저씨 1
외팔이 아저씨 2
더더쟁이 소리꾼
오지 않는 사람들
세 번째 비파나무
산상 음악회
도요새
이름을 묻다
등신불 이야기
새알꽃
해설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
—이병철(시인·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비는 죽은 사람이다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징용에 차출되어 탈출할 때, 죽을 고비를 제대로 넘겼지 이제 나는 식민지인이 아니다! 기쁜 눈물이 마르기도 전 다시 6·25가 터진 거야 이번엔 인민군에 끌려가게 되었지 산기슭에서 단체로 똥을 누고 있었지 상상이 되니? 숲 그늘마다 빼곡히 앉아 똥을 싸는 청년들…… 내장까지 다 버리고 싶었지 외로움의 빛깔은 어스름 빛이란 걸 알았지 문득 눈앞에 옻나무가 환하게 서 있더구나 어스름이 등불로 바뀔 때도 있지 그게 뭘 의미하겠니?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지 옻나무 순을 꺾어 천천히 밑을 씻었단다 밑이 뜨거워진 건 옴이 내장을 적셨기 때문이지 내장인들 얼마나 놀랐겠니? 온몸이 불덩이였지 좁쌀 같은 발진이 혀와 동공을 뒤덮었을 때, 죽은 나를 버리고 그들은 떠났단다 그때 아비는 죽음과 내기를 한 거야 아비는 부활을 모르지만, 죽은 뒤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는 들었지 마른 등불, 혹은 끈끈한 옻나무 진, 그 사이로 흐르는 하얀 목소리, 그 흰빛에 싸여 부활은 천천히 걸어왔단다
-「나는 죽은 사람이다」 부분
나는 늘 저쪽이었네, 빈방에 내 몸을 가두고 유배를 떠나곤 했네 아무도 모르는 외로운 감옥은 정겨운 집이었네 떼 지어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네 패거리는 전쟁과 전염병을 불러온다고 경고한 이도 있지, 무리에서 이탈한 사자는 아무도 없는 산모롱이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지
-「곁길로 빠지다」 부분
서 계신 모습 오랜만에 뵙네요, 그래 쓰러지기 전의 모습이지, 아버지가 아니라 그림자가 말하는 것 같아요, 누구나 그림자를 데리고 다니지, 구름 속에 있는 기분이라니까요, 얘야 산다는 건 구름 속을 걷는 일이란다, 그런데 어떻게 오셨어요? 아니 근처를 지나는 중이었지 나도 꿈을 꾸고 있었나 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그때 징용이 내 아내를 앗아 갔어, 그건 제발 잊으세요 아버지, 아니야 죽어도 못 잊는다는 말도 있잖니? 인민군에 끌려간 얘기는 오늘도 남겨 둬야겠구나, 그래요 아버지, 아무래도 다시 오긴 어렵겠지 요샌 꿈도 안 꿔지니 말이야, 살펴 가세요 아버지, 오냐 구름을 잘 골라 디디렴 슬픔이 구름을 부풀리니까 구름은 모든 걸 덮으니까
-「이상한 대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