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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서툰 사람들

슬픔이 서툰 사람들

(불가해한 상실 앞에 선 당신을 위한 심리학자의 애도 강의)

고선규 (지은이)
아몬드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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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서툰 사람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슬픔이 서툰 사람들 (불가해한 상실 앞에 선 당신을 위한 심리학자의 애도 강의)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 ISBN : 9791192465289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6-01-20

책 소개

우리는 살아가며 반드시 누군가의 죽음을 겪는다. 그럼에도 죽음 이후의 시간, 상실과 애도에 관해서는 거의 배우지 못한 채 살아간다. 《슬픔이 서툰 사람들》은 임상심리학자 고선규가 영화 10편 속 인물들을 ‘가상의 내담자’로 상담실에 초대해, 다양한 죽음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삶과 애도 과정을 탐구한 책이다.
“속수무책의 슬픔 안에도 쓸모가 깃들어 있음을 헤아리고,
공동체를 추스르고 부축하는 방법을 짚어준다”
― 장일호, 시사IN 기자

“왜 우리는 슬픔 앞에서 이렇게 서툴까”
슬픔을 안전하게 담아낼 공간을 만드는 법을 탐구하는 책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반드시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한다. 언젠가 내 삶 역시 죽음으로 끝날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과 상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애도해야 하는지는 거의 배우지 못한 채 살아간다. 평온하던 일상에 무례하게 침입한 사건처럼 죽음을 맞이하고, 그 이후의 시간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다.
임상심리학자 고선규의 신작 《슬픔이 서툰 사람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죽음과 상실, 애도와 회복을 다루지만, 흔히 기대되는 위로나 치유의 언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슬픔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 대신 ‘왜 우리는 슬픔 앞에서 이렇게 서툴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을 다룬다. 또한 슬픔을 극복해야 할 감정이나 통제해야 할 상태로 보지 않고 이해하고 배워야 할 인간 경험의 하나로 제시한다.
2014년 중앙심리부검센터 부센터장으로 일하며 한국형 심리부검 체크리스트(K-PAC) 개발에 참여한 저자는, 오랜 시간 자살 사별자와 예기치 않은 상실을 겪은 이들을 상담해왔다. 상담실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한 것은 ‘슬픔이 지나치게 큰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설명할 언어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충분히 슬퍼하지 못한 것 같다는 죄책감,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자신에 대한 불안,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로 인한 당혹감은 많은 사별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경험이다. 《슬픔이 서툰 사람들》은 이러한 반응을 개인의 약함이나 심리적 결함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죽음과 상실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애도 또한 서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책은 “죽음과 죽은 이를 대하는 태도가 바로, 언젠가 사별자가 될 우리가 온전히 슬퍼하고 치유될 것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조건”이라며, 슬픔을 안전하게 담아낼 공간을 만드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상실의 슬픔이 억눌리지 않고 흘러나오도록 돕기 위해 ‘애도 상담실’과 ‘애도 강의실’이라는 두 장치를 활용한다.

“영화 속 주인공 열 명을 상담실로 초대하다”
가상의 내담자를 통해 펼쳐내는 상실의 구체적 장면들

저자는 “다양한 죽음과 그보다 더 다양한 애도의 모습을 이야기하기 위해 영화 속 주인공 열 명을 상담실로 초대”했다고 밝힌다. 실제 내담자의 사례를 그대로 옮길 수 없는 윤리적 조건 속에서 영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자주 피하거나 덮어두는 상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각 장마다 한 편의 영화, 한 사람의 상실, 그 상실이 남긴 질문과 주제가 등장한다.
책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영화 〈라우더 댄 밤즈〉를 통해 저자는 말해지지 않은 슬픔, 충분히 공유되지 못한 기억이 가족 안에서 어떤 긴장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데몰리션〉에서는 외상적 사별로 아내를 잃은 남성이 겪는 혼란을 다룬다. 이어서 출산과 동시에 아이를 잃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그녀의 조각들〉을 통해 저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슬픔이 어떻게 개인을 고립시키는지, 슬픔을 말할 언어가 없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설명한다. 〈블랙 미러 시리즈 2: 돌아올게〉에서는 죽음 이후에도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 상실의 양상을 다룬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상실의 문제는 영화 〈라자르 선생님〉을 통해 살펴본다. 교사의 죽음을 겪은 교실에서 어른들의 불편함 때문에 아이들의 애도가 지워지는 장면은, 죽음과 상실을 ‘공동체’ 차원에서 다루지 않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겹쳐보이게 한다.
자살로 인한 죽음이 남기는 질문은 영화 〈환상의 빛〉을 통해 제시된다. “왜 미리 막지 못했을까요?”는 자살 사별자들이 자신에게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이 장에서 저자는 죄책감과 분노, 끝없이 반복되는 ‘망상적 서사’가 자살 사별의 핵심적인 특징임을 짚고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애도는 영화 〈래빗 홀〉을 통해서 살펴본다. 자식을 잃은 부부가 각기 다른 속도로 슬픔을 통과하는 모습은, 애도가 얼마나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관계적인 경험인지를 보여준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애도는 영화 〈매스〉로 분석한다. 저자는 이 장에서 ‘용서해야 회복된다’는 통념을 경계하며 각자의 애도에는 저마다의 윤리와 속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아이가 성인이 된 후 그 기억을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는 〈애프터썬〉을 통해 펼쳐진다. 저자는 기억이 애도의 중요한 일부이지만, 그것이 ‘치유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뜰히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존엄한 죽음에 관한 질문 앞에 선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아무르〉를 통해서는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처럼 영화가 바뀔 때마다 죽음의 방식도, 남겨진 관계도, 애도의 질문도 달라진다. 저자는 내담자를 재단하지 않고, 슬픔의 모양을 평가하지 않으며, 질문이 생겨난 맥락을 끝까지 붙잡는다. 독자는 ‘영화 속 인물’이라는 타인의 서사를 경유해 어느 순간 자신의 상실과 마주하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슬픔을 강요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발 떨어진 자리에서 슬픔을 바라보고 이해할 기회를 얻는다.

“같은 죽음은 없다”
죽음의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애도의 풍경

책의 또 다른 축은 ‘애도 강의실’이다. 상담실이 상실의 내러티브를 보여주는 자리라면, 강의실은 그 내러티브를 조금 더 이론적이고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심화하는 자리다. 저자는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설명하듯, 죽음의 방식과 사별 관계에 따라 애도의 경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세밀하게 구분한다.
여기서 저자는 애도를 ‘정답 있는 단계’로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죽음의 방식(사고·질병·자살·존엄사)과 사별 관계(배우자·부모·자녀·공동체)에 따라 애도의 경로가 달라진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풀어낸다. 외상적 사별에서는 충격이 먼저 삶을 덮고, 질병 사별에서는 긴 시간의 돌봄과 피로가 애도에 섞이며, 자살 사별에서는 죄책감과 낙인이 애도의 공간을 급격히 좁힌다. 존엄사와 같은 죽음은 존중의 마음과 상실의 고통이 동시에 존재하며, ‘과연 옳았는가’라는 윤리적 질문을 남긴다.
애도 강의실을 통해 저자가 들려주려는 핵심 주제는 명확하다. “고통은 혼자 겪을 수 있어도, 회복은 홀로 해낼 수 없다”는 점이다. 애도는 개인의 내면에서만 완결되는 감정 작업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발화되고 담길 때 비로소 이어지는 과정이다.
결국 이 책은 상담실에서 ‘이야기’를 통해 독자의 언어를 열고, 강의실에서 ‘개념’으로 그 언어를 단단하게 만든다. 전자가 감정의 경험을 드러낸다면, 다른 한쪽은 그 경험을 해석할 이성적 토대를 제공하는 셈이다.

“슬픔이 흐를 수 있는 사회는 악하지 않다”
위로보다 이해가 필요한 순간, 단단한 좌표가 되어줄 책

마지막에 저자는 상담실 문을 닫으며 애도가 개인의 문제로만 남지 않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말한다. “죽음은 본질적으로 ‘관계적 사건’”이며, “슬픔을 안전하게 담아낼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슬픔이 흐를 수 있는 사회는 악하지 않”으며 “슬픔이 흐를 수 있는 관계는 치유적”이라고 말한다.
《슬픔이 서툰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여기에 있다. 슬픔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슬픔이 흐르도록 하는 언어와 관계, 그리고 공간을 갖는 일. 애도는 ‘끝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상실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기억을 마주하고 삶을 다시 구성해가는 과정이다.
한국 사회에서 죽음은 여전히 자주 침묵 속에 놓이고, 상실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 방치되기 쉽다. 이 책은 그 침묵을 감정 과잉 없이, 그러나 회피하지 않는 방식으로 깨운다. 영화라는 공통의 서사를 통해 독자가 안전하게 상실을 들여다보게 만들고, 상담과 강의의 언어로 애도의 구조를 설명하며,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슬픔을 개인에게만 맡겨둘 것인가, 아니면 슬픔이 흐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인가. 《슬픔이 서툰 사람들》은 위로를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상실 이후의 삶에 필요한 가장 현실적인 조건(듣는 관계, 말할 언어, 머물 공간)을 제안하는 책이다. 위로보다 이해가 필요한 순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언어로 그 자리에 함께 머무는 단단한 좌표가 되어줄 것이다.

목차

상담실 문을 열며: 상실은 삶의 본질이자 인간의 숙명이다

엄마의 죽음을 아이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요?
아내를 자살로 떠나보낸 어느 남편의 이야기: 영화 〈라우더 댄 밤즈〉

눈물이 나지 않아요. 제가 비정상인가요?
외상적 사별 그 직후: 영화 〈데몰리션〉

출산과 동시에 떠난 아이, 무엇을 애도해야 할까요?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는, 이름 없는 슬픔 마주하기: 영화 〈그녀의 조각들〉

죽었지만 살아 있는 남편과 계속 얘기해도 될까요?
삭제하지 못한 죽음, 디지털 데이터로 멈춰 세운 상실: 블랙 미러 시리즈 2 〈돌아올게〉

교사의 죽음, 아이들도 애도해야 하지 않을까요?
상실 경험을 상실한 학교: 영화 〈라자르 선생님〉

왜 미리 막지 못했을까요?
자살이 던지는 비통한 질문: 영화 〈환상의 빛〉

아이를 잃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자식을 잃은 부부의 애도: 영화 〈래빗 홀〉

아들이 죽인 아이의 부모가 전하는 용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가해자와 피해자의 용서와 애도: 영화 〈매스〉

아빠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해야 할까요?
어린 시절 떠난 부모를 기억하는 법: 영화 〈애프터썬〉

무엇이 아내를 끝까지 아름답게 지켜주는 길일까요?
삶의 끝자락에서 묻는 존엄한 죽음과 사랑: 영화 〈아무르〉

상담실 문을 닫으며: 슬픔이 흐를 수 있는 사회
미주

저자소개

고선규 (지은이)    정보 더보기
임상심리학박사이자 임상심리전문가. 2014년 중앙심리부검센터 부센터장으로 근무하며 한국형 심리부검 체크리스트(K-PAC)를 개발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자살 사망자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기초를 마련했다. 전국의 자살 사별자들을 만나며 상실과 애도, 자살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고통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 마인드웍스 심리상담센터와 자살 사별자 심리 지원 단체 메리골드를 운영하며, 갑작스러운 상실 이후 남겨진 이들의 애도 여정에 동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심리학회 자살예방위원장을 맡아 자살예방 활동을 비롯해 자살 사별자를 위한 사회적 지원 기반을 확장하는 한편,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심리치료전공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저서로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 《여섯 밤의 애도》, 《누군가의 곁에 있기(공저)》 등이 있으며, 자살 사별자뿐 아니라 예기치 않게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 기꺼이 그들 곁에 있고자 하는 이들이 편안하게 애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과 심리의 만남에 깊은 관심을 두고 공예문화예술 전시 〈심경Mind Mirror〉을 비롯해 자살 사별자의 이야기를 다룬 낭독극 〈우리가 죄인입니까〉, 〈셋째 주 수요일 저녁 7시〉를 기획했다. 애도의 언어가 삶의 언어로 다시 이어지도록, 심리학과 문화예술의 협업을 지속하고자 한다.
펼치기

책속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겪기 전까지 세상에 이렇게 많은 죽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보이지 않다가 그가 떠나고 나서야 모든 죽음들이 선명해집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잘 떠나보낼 수 있는 사람만이 기어코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제가 이해하고 발견한 상실과 애도의 이야기를 펼쳐놓고 나누고 싶어 이 책을 통해 애도 상담실과 강의실을 열었습니다. 예측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풀어내는 애도의 이야기를요. 혼자서는 애도하기 힘든, 누군가가 꼭 함께 해야 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습니다.


어른들은 어린이나 청소년이 죽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적절하게 애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자살’이라는 사망의 방식은 감출 수만 있다면 끝까지 숨기고 싶어 합니다. 때로는 어린 자녀들이 죽음의 진실을 알았을 때,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일까 봐 지레 겁을 먹고 입을 닫기도 하죠. ‘지금 나도 이렇게 엉망인데 아이의 고통까지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어른도 그렇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은 특히 더 ‘거짓’에 민감합니다. 함께 겪은 일에 관해 거짓이 느껴진다면 진실 찾기에 더 몰두합니다. 그 결과 알아낸 진실이 어른이 말해준 것, 내가 아는 것과 다르면 거짓말을 한 어른에게 배신감을 비롯한 아주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외상적 사별에 관해 본격적으로 말씀드리기 전에 상실(loss)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습니다. 우리 삶 어디든 상실이 존재하고 한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상실 경험을 수도 없이 반복하지만, 어떤 상실은 ‘잃었다’는 감각조차 없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종류의 상실이 해당됩니다. 친했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멀리하는 것, 끝나버린 연애, 아이가 독립해 집을 떠나는 것, 부모님이 암에 걸리는 것, 고향을 떠나 낯선 타지로 이사를 가는 것, 노화로 점차 시력과 청력이 떨어지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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