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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638416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4-07-02
책 소개
목차
1부 파랗게 물드는 용기
다들 부럽다고 하지만 11
Arrivi: 도착 17
정, 왜 나폴리에 왔나? 25
아임 낫 어 캡틴 가이 34
아이고, 맘마미아! 40
사랑한다, 노래한다, 먹는다 47
카페 소스페소 54
등가교환의 법칙 61
마른 멸치와 안초비 68
파랗게 물들다 74
외곬이라는 재능 82
이름을 안다는 것 91
2부 이 도시의 불빛들이 말해준 것
에르콜라노 -베수비오 화산에 슬픔을 묻고 101
프로치다 -우편배달부의 해변 109
베네치아 -물의 도시에 서린 죽음의 기운 116
피렌체 -지난 사랑을 되돌릴 수 있을까 125
발도르차 -진실의 풍경 132
로마 -불멸의 작품 앞에서 140
포지타노 -가보자, 포기하지 말고 148
이스키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달콤함 155
폼페이 -최후의 순간에 할 수 있는 말 164
나폴리 -이 도시의 불빛들이 말해준 것 172
3부 파란, 그리움
에필로그 나만의 나폴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폴리에 대한 사랑을 키우며 ‘나폴리 4부작’으로 유명한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나의 눈부신 친구》를 읽기 시작했다. 동시에 소설을 영상화한 드라마도 봤다. 1950년대의 나폴리가 배경이긴 하지만 시작부터 내내 왜 이렇게 잿빛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자주 나오는지……. 다시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유명한 유럽 여행 카페에 들어가 ‘나폴리’를 검색해보니 조금 전 휴대폰을 소매치기당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하소연이 올라와 있었다. 여하튼 마침내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전부 밤 11시에 도착하는 비행기들뿐이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나폴리에서의 90일을 기다렸다.
‘영화감독은 배의 선장이라는데, 나는 그런 타입의 사람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이렇게 말했다. “무비 디렉터 이즈 캡틴, 벗 아임 낫 어 캡틴 가이.”
그렇게 이국의 언어로 소리 내어 말하고 나자 정말 뭔가가 명쾌해지는 느낌이었다. 이전까지는 그렇게 단정 지어 말한 적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내가 영화에 ‘실패’했다고도 말한 적이 없었다. 감독이 스스로의 작품을 실패작이라고 말하기에, 영화는 개인만의 작품이 아니다. 비바람과 먼지를 뒤집어써가며 고생한 스태프들과 평생 필름에 남은 출연 배우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영어로는 이상하게도 그 단어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내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 나자, 내 인생의 한 막이 깔끔하게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날 아직 동트지 않은 새벽 5시에 일어난 나는 홀로 어두운 골목길을 올라 전망대로 향했다. 나폴리에서 생활한 지 두 달 가까이 된 시점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이었다. 동틀 무렵 전망대에 도착해 잠들어 있던 도시가 깨어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제 나는 나폴리 구석구석의 지명들을 알고 있었고, 나폴리는 내게 더이상 두려운 미지의 도시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