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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비망록

침묵의 비망록

고시홍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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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비망록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침묵의 비망록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828589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24-07-10

책 소개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중산간 마을인 의귀리의 ‘4·3’ 이야기로 풍부하고 생생한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매몰된 과거와 현재의 기억, 기록의 숨은 그림자 찾기다.

목차

제1부 기억의 머들 / 7
제2부 가죽가방 / 95
제3부 거친오름의 까마귀 / 199
제4부 송령이골 / 249
제5부 도랑춤 / 293

■발문
침묵을 흔들어 깨우는 목소리
-두 개의 무덤 / 임철우(소설가) / 317
■작가의 후일담 / 336

저자소개

고시홍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제주도 출생. 1983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소설집 [대통령의 손수건], [계명의 도시], [물음표의 사슬], [그래도 그게 아니다], 그 외 공동편저 [고려사 탐라록]이 있음. 제주4·3희생자 추가진상조사자문위원, 제주4·3 70년사 [어둠에서 빛으로] 편집위원장 등을 지냄. 탐라문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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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 제1부 기억의 머들
아버지도 잠시 일손을 멈췄다. 수망리 쪽에서는 더욱 거센 불길과 연기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웡웡웡…. 갑자기 동네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날아들었다. 덩달아 부엌문 앞에 앉았던 멍멍이가 꼬리를 팽팽하게 감아올리며 컹컹 짖어댔다. 마당에서 밭벼 훑이기를 하던 가족들도 손길을 멈추고 올레 어귀를 바라봤다. 무장 군인들이 학교로 나가는 갈림길에서 올레로 들어섰다. ‘노랑개’ 세 명이었다. 모두 젊디젊었다. 순간 누나의 실팍한 엉덩이에 시선이 꽂혔다. 장수는 부엌으로 달려들어 설거지하던 누나를 땔감으로 쌓아놓은 건초 더미 속으로 떼밀었다. 그리고 두 여동생을 잡아끌어 그 위에 앉혔다.
웡웡웡! 멍멍이가 이빨을 드러내며 군인들 앞을 가로막았다.
“개새끼가 지랄허네. 겁대가리 없이….”
군인 하나가 멍멍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화약 냄새가 성냥개비 불꽃으로 피어올랐다. 우우우…. 올레 어귀에 나자빠진 멍멍이가 몸을 비틀며 비명을 삼켰다. 장수는 부엌채에 딸린 헛간 입구에 주저앉아 군인들을 멍하니 지켜봤다.
“아직도 소개하지 않은 이유가 뭐얏!”
군인 하나가 눈을 부라렸다. 육지 사람 말투였다.
“오늘까지 산듸 탈곡을 끝내뒁 내일은 떠날 거우다.”
아버지가 상체를 움츠리며 떠듬거렸다.
“이 갈옷인지 뭔지 하는 게 폭도 제복이잖아.”
다른 군인 한 놈이 물색 고운 아버지의 갈적삼 자락을 총구로 휘저었다. 황톳빛이 감도는 새 갈옷을 빨갱이 복장이라고 억지를 썼다.
“집이 사라져야 미련이 없을 모양이네.”
군인 하나가 라이터를 꺼내며 짚단을 집어들었다.
“이러지 말고 말로 허십서.”
아버지가 군인을 막아섰다.
“이 자식이 누구한테 명령이얏!”
타앙! 타앙! 총성이 불을 뿜었고, 아버지가 두 팔로 가슴을 끌어안으며 짚 위로 넘어졌다.
피가 빗물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 백정 놈아. 왜 아무 죄 읏인 사름에게 총질이냐.”
할머니가 군인에게 달려드는 순간 다시 총성이 메아리쳤다. 침묵과 정적감이 회오리쳤다. 뭐라 입을 오물거리던 할머니가 숨을 거뒀다….
“백성들 지키라고 육지에서 들여보낸 군인들인디… 이런 법이 어디 있수꽈? 이런 법이….”
할아버지가 울먹거리며 짚 더미에 널브러진 아버지, 할머니를 가리켰다.
“뭐, 법? 늙은이라 봐주려 했는데…. 이게 빨갱이들을 소탕하는 우리 법이야.”
다시 총성이 울렸다. 할아버지가 총성을 품고 짚 더미로 쓰러졌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장수는 한나절 동안 쌓였던 침묵, 울분의 눈물샘이 낙숫물처럼 볼을 타고 흘렀다.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유언처럼 지상에 남긴 말꼭지가 각혈처럼 묻어나왔다. ‘말[語], 백정(白丁), 법(法)….’ 장수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언젠가는 기어코 원수를 갚을 거야.’


■ 제2부 가죽가방
장원 형은 석방된 이후 달포 만에 야반도주했다.
형이 석 달 동안의 옥살이 끝에 ‘반성문’을 써내고 벌금을 낸 뒤 석방된 것은 4․3 봉홧불이 오르던 4월 중순이었다. 장수가 6학년이 되던 봄이었다.
그 무렵 장수는 하굣길마다 책보를 허리에 두른 채 안댁집에 들렀다. 담임인 점박이 선생의 편지를 전달하는 우편배달부였다. 점박이 선생은 장원 형의 누이(이복동생)와 혼례를 치른 직후인데 장수에게는 사촌 매형이기도 했다.
집 안에는 늘 한약 달이는 냄새가 연기처럼 자욱했다.
피골이 말라붙은 형은 두문불출한 채 혼자 별채에서 기거하는 고망당장 신세였다. 가래 끓는 잡음을 쏟아내는 라디오, 우편으로 배달되는 신문이 유일한 동무였다.
장수는 날마다 장원 형의 방에서 공부하다가 저녁까지 먹고 송령이골로 귀가하곤 했다. 형이 숙장(塾長) 노릇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형이 벽장 속의 궤를 열어 ‘아내가 결혼예물로 지참한 건데 내 금고 같은 수장고가 됐네.’ 하며 베개처럼 도톰한 갈색 가죽가방을 꺼냈다.
“장수야. 우선 이것들을 연월일 순으로 일련번호를 매겨 줄래….”
장수는 방바닥에 쏟아놓은 크고 작은 쪽지들, 유인물, 약식명령 문서, 각종 통지서, 신문 스크랩 자료를 화투패 맞추듯 분류해 나갔다. 수첩, 일기장은 형이 직접 챙겼다. 훗날에야 그게 장원 형이 제주농업학교 졸업 이후 면서기, 옥살이를 마쳐 안댁집에 머물 때까지 팔여 년 세월을 담은 회고록 집필의 시발점인 사실을 알았다….

4월에 접어들면서는 산남 지역의 관공리들이 검거 표적이 됐다. 남원면 민청 동지들도 ‘무허가 불법집회’의 주모자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장원은 서귀포경찰서에서 취조받고 돌아오자마자 몸져누웠다. 입술이 부르트고 심한 몸살을 앓았다. 이제 떠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이게 아닌데….’라는 독백을 말방울처럼 가슴에 달고 지내던 터였다. 계속 인민의 공복(公僕)으로 남는 것은 ‘생계형 부일협력자’에 가중되는 치욕이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팠다. 남도 형의 조언도 장원의 심경 변화에 무게를 실었다. ‘시국이 잠잠할 때까진 친정에 발을 끊으켜.’ 큰고모가 남도 형의 편지를 건네면서 남긴 경고였다. 편지 골자는 ‘제주 출신 경찰까지 좌익 통비자(通匪者)로 여기는 분위기이니 네 몸은 네가 알아서 잘 처신해라. 마지막으로 간곡히 부탁한다….’였다.


■ 제3부 거친오름의 까마귀
“파묘요!”
작은 굴착기가 몸통을 돌리며 산담을 해체하고 봉분을 지웠다. 김장수도 애써 총성에 묻힌 달빛 그림자들을 지웠다.
그렇게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됐다. 문화재발굴업체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유해를 건져내면 감식단은 퍼즐을 맞추듯 시신을 분류해 나갔다. 유골이 지상으로 드러날 때마다 통곡과 오열이 뒤따랐다. 뒤엉긴 유골에는 총알, 단추, 허리띠, 숟가락 등 유품들도 묻어나왔다. 운집한 사람들이 무덤 주위에 둘러서서 이를 지켜봤다. 김장수는 한숨 섞인 탄식을 꾹꾹 삼켰다. 그런데 김장수에게는 산산이 부서진 이름들이 엉뚱한 물체로 환시(幻視)됐다. 칡뿌리, 더덕뿌리, 연근, 돼지감자, 우엉줄기, 알토란, 그리고 구멍 뚫린 조롱막….
발굴작업은 오후 늦게 끝났다. 법의학 교수가 감식단을 대표해 입을 열었다.
“서쪽 봉분에서 열일곱 구, 가운데 봉분에서 여덟 구, 동쪽 봉분에서 열네 구 등 모두 서른아홉 구인데요…. 남자가 열다섯 구, 여자 일곱 구, 그리고 청소년으로 추정되는 두 구를 포함한 성별 미상이 열일곱 구입니다. 사건 당시 두 차례에 걸쳐 희생된 후 시신의 일부는 유족이 빼내 개별적으로 감장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어린애 등은 이미 흙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오늘 발굴된 유해에서 이십 대 청년층은 한 구도 없어서 놀랍습니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양 회장이 앞으로 나섰다.
“유족 여러분. 한 구 한 구 유해가 판별되지 못한 상태지만 세 봉분마다 따로따로 흙 한 줌씩을 옮겨넣음으로써 흩어진 유골을 대신하기로 하고, 내일 화장을 했다가 사흘 뒤인 음력 팔월 이십사일 새 묘원에 안장하고 앞으론 이날이 위령제 날이 될 겁니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싶었다. 송령이골 합장묘는 여전히 욕되고 부끄러운 이름으로 남았다.
이듬해 10월 7일 새로 마련된 현의합장묘역에는 송철이 비문을 쓴 추모비가 세웠졌다. (강덕환 시인의 비문 인용)

유난히 매섭고 시렸던 무자․기축년
그 겨울 곰도 범도 무서워 잔뜩 웅크려 지내면서도
따뜻한 봄날 오려니 했더이다. 아, 그랬는데….
거동 불편한 하르방 할망, 꽃다운 젊은이들,
이름조차 호적부에 올리지 못한 물애기까지
악독한 총칼 앞에 원통하게 스러져 갔나이다
허공 중에 흩어진 영혼, 짓이겨져 뒤엉킨 육신
제대로 감장하지 못한 불효 천 년을 간다는데
무시로 도지는 설움 앞에 행여, 누가 들을까
울음조차 속으로만 삼키던 무정한 세월이여!
‘살암시난 살아져라’ 위안 삼아 버틴 세월이여!
앙상한 어웍밭 방앳불 질러 죽이고 태웠어도
뿌리까지 다 태워 없애진 못하는 법 아닙니까
봄이면 희망처럼 삐죽이 새순 돋지 않던가요
참혹한 시절일랑 제발 다시 오지 말라 빌고빌며
뒤틀린 모진 역사 부채로 물려줄 수는 없다며
봉분 다지고 잔디 입혀 해원의 빗돌 세우나니
여기 발걸음한 이들이여! 잠시 옷깃을 여미어
한가닥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 보듬고 가신다면
헛된 죽음이 아니라 부활하는 새 생명이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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