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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835006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2-12-12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삶이 머문 글
4
PART 1
시간이 남긴 흔적
기억의 창
12
어느 노파의 변호
18
산중에서의 여름날
34
주파수
43
사람 공부
48
당신의 MBTI는
56
명리학을 들추다
62
나를 알아가는 중
69
PART 2
시간에 기댄 사랑
엄마가 된다는 것은
78
스님의 주례사에 대하여
84
꽃과 사람
90
일주일의 고립
95
마스크
101
목욕탕 단상(斷想)
106
김치
110
집을 보존하다
116
PART 3
눈길이 머물다
꽃을 보는 시선
124
갖고 싶은 정원
129
거울
134
호모 루덴스
139
물의 여행
144
3월
149
동그라미와 네모
153
사물놀이를 배우며
158
PART 4
일과 삶
귀를 씻다
165
밥값
172
나르시시스트에 대하여
178
사랑스러운 고양이 한 마리 키우실래요?
186
정언(正言)
193
농담이란
198
녹투 PART 5
시간에 기대어
그늘
216
나무를 닮은 사람
221
유산
226
정의와 어떤 선거의 기억
232
선택권
238
아버지 기제사 가는 길
244
황금률에 대하여
251
시간에 기대어
257
203
안개
209
저자소개
책속에서
목이 마를 때 한 모금의 물이 산해진미보다 맛있고 참사람이 그리울 때 번거로운 만남보다 진실한 사람 하나가 더욱 값지다.
물은 생명에게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커다란 유기체인 지구라는 행성에서도 꽤 중요한 위치에 있다.
우리 몸의 7할이 물이듯, 지구 표면의 7할도 물이다. 물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 역동적인 몸짓으로 땅을 적시고 강을 채우고 바다를 만난다. 풀의 목마름을 해갈하고 나무의 뿌리를 적시고 고라니의 목을 적신다.
물은 가장 낮은 바다로 거침없이 흐르다가 나비보다 가볍게 날아올라 새들보다 높이 비상하여 구름 속에 노닐다가 수직 낙하하는 경쾌함을 지녔다.
무덥던 여름날, 시골 친구들은 냇가로 몰려갔다. 동네에서 물놀이하기 적당한 곳이 두세 군데 있어서 물놀이 하기에 좋았다.
여름에 멱을 감는 일은 동네 아이들의 가장 흔한 놀이였는데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작은 보 끝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와 더불어 아래로 바쁘게 흘러갔다. 산중이었던 우리 동네의 하나뿐인 윗동네에서 내려오는 물은 꽤 많아서 우리가 놀던 봇물 위에 철철바위라는 이름의 바위가 말해주듯 우리가 놀기에 마땅한 놀이터였다.
봇물 가운데 즈음에 있던 바위 위에 올라가 다이빙을 한다며 뛰어내리면 살갗에 닿는 물의 촉감이 부드럽고도 탄력이 있었다. 입술이 파래지도록 놀다가 10여 미터 아래에 넓둥근 해바라기 바위의 뜨거움에 흡족했다.
우리 동네는 모두 옷을 입고 놀았다. 여름옷이라고 해봐야 허름하기 짝이 없는 얇은 천 조각쯤 될 성싶다. 너무 오래 물속에서 놀았든지 입술 색이 더디 돌아올 때, 가끔은 옷을 벗어 바위 위에 펼쳐 말리는 경우도 있었다.
간혹 해거름 무렵까지 물가에서 놀 때가 있는데 그럴 경우는 다슬기를 잔뜩 잡아서 온다. 다슬기는 해를 기피하는지 이른 아침과 해 저물 무렵에 많이 보인다. 아랫물 놀이터 근방에는 다슬기가 많았다. 돌아오는 길에 탱자나무 가시를 여남은 개 따오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_‘물의 여행’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