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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3024867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4-11-07
책 소개
목차
1. 돗가비와 돗가비
2. 어서 눈을 떠서 저를 급히 보옵소서
3. 웰컴 투 해피랜드
4. 요술 맷돌
5. 여우 누이의 재앙
6. 도근천의 비밀
7. 나랑 같이 먹지
8. 에필로그
참고 문헌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여자는 냉장고 안에 있었다. 음료 몇 개가 달랑 놓여 있는 냉장고 내부에 온몸을 구긴 채로. 고개를 비정상적으로 꺾은 탓에 앞으로 쏟아진 긴 머리카락이 보늬의 발끝에 닿기라도 할 것처럼 축 늘어졌다. 파랗게 얼어붙은 손가락이 무릎을 끌어안았고 붉은 입술을 죽 찢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보늬는 습관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뭐 해요?”
‘……재미없어?’
“설마 저 올 때까지 기다렸어요?”
‘심심해서.’
지운은 짧게 자른 더벅머리를 아무렇게나 넘기고 그 위로 후드를 뒤집어썼다. 그러고 보니 마주칠 때마다 항상 저렇게 후드를 쓰고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커다란 두 눈을 끔뻑이며 주변을 둘러볼 때마다 보늬는 그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기묘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눈이었다.
끈적끈적한 것. 검붉은 것. 팔이나 다리의 개수가 셀 수 없이 많은 것. 입이 커다란 것. 커다란 입안에 수많은 이빨이 자리 잡은 것. 목이 긴 것. 이목구비의 개수가 보편적인 기준과는 다른 것. 밖으로 드러난 혈관이 꿈틀거리고 툭 불거진 눈을 데룩데룩 굴리는 것. 지느러미가 달렸거나 날개가 있는 것. 점액과 침을 줄줄 흘리고 사악한 소리를 종종 내는 것. 장난스럽고 변덕스러운 것. 친근하지만 동시에 낯선 것. 죽이고 또 살리는 것. 보늬는 그런 그들을 사랑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괴물을 사랑했다. 사랑, 조건도 없고 이유도 없는 사랑. 사랑이 아니라면 괴물을 향한 맹목적이고 지속적인 구애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보늬는 괴물을 사랑할 운명을 타고났고 한 번도 자신의 운명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