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93130216
· 쪽수 : 148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제2부
작가 연보
책속에서
해가 벌써 중천에 솟아 있었다. 뙤약볕이 땅을 짓눌렀고 온도는 빠르게 높아졌다. 행렬을 시작하기 전에 왜 그리 오래 기다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검은색 옷을 입고 있어 더웠다. 페레 씨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페레 씨 쪽을 보고 있을 때 원장이 페레 씨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가 말하길, 엄마와 페레 씨는 저녁에 간호사를 동반하고 종종 마을까지 산책하러 갔다고 한다. 주변의 풍경을 살폈다. 하늘에 닿을 듯한 언덕까지 늘어선 삼나무 가로수 사이로 적갈색과 초록색의 땅, 띄엄띄엄한 그림 같은 집들을 보니 엄마가 그럴 만했다고 생각했다. 이 고장에서 저녁은 우수 어린 휴식과도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글거리는 태양이 그 풍경을 비틀어버려서 비인간적이고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
_<제1부> 중에서
그날은 몇 가지 장면으로만 기억에 남아 있다. 가령 마을 어귀에서 마지막으로 우리와 합류했을 때 페레 씨의 얼굴 같은 것이다. 흥분과 슬픔이 뒤섞인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가 뺨을 타고 흘렀다. 하지만 주름 때문에 곧장 흐르지는 않았고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져 엉망이 된 얼굴 위로 반질반질한 눈물 자국이 남았다. 교회와 인도에 있던 마을 사람들, 묘지에 있는 무덤들에 붉게 핀 제라늄, 실신한 페레 씨(마치 팔다리가 빠진 꼭두각시 같았다), 엄마의 관 위로 떨어지던 핏빛 흙, 거기에 섞여 있던 뿌리들의 하얀 속살, 또다시 사람들, 목소리들, 마을, 카페 앞에서의 기다림, 모터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부르릉 소리, 버스가 빛의 둥지 알제에 도착하고 이제 누워서 열두 시간은 잘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느낀 기쁨.
_<제1부> 중에서
그날 저녁 마리가 날 찾아와서 자기와 결혼하고 싶은지 물었다. 결혼하든 안 하든,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마리가 원하면 결혼할 수 있다고. 그러자 마리는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물었다. 나는 이미 말했듯이 결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마리를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그럼 왜 나랑 결혼하는데?”
마리가 물었다. 그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고 그녀가 결혼을 원한다면 우리가 결혼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결혼을 원하는 건 그녀였고 나로서는 그저 그러자고 대답한 것이다. 마리는 결혼을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_<제1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