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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4285069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25-04-14
책 소개
목차
장강명 / 투란도트의 집
차무진 / 빛 너머로
소 향 / 포틀랜드 오피스텔
정명섭 / 침대와 거짓말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그녀는 벌벌 떠는 것 같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섹스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의 두려움과 걱정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결국 천천히 행위에 몰입했다. 내 눈에는 그녀가 달아오르는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그녀가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걸 안다. 적어도 당시에 내가 상상했던 방식으로는 말이다. 어쨌든 내가 너무 긴장한 바람에 사정을 잘하지 못한 게, 내 자존심에는 다행이었다. 그녀는 성행위 중에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그게 내가 뭘 잘해서 그녀가 절정을 느낀 거라고 착각했다. 지금은 그녀가 울음을 터뜨리고 싶어서 섹스를 했다고 생각한다.
_ 장강명, 〈투란도트의 집〉
‘뭐, 뭐지?’
사내의 허옇고 굵은 두 다리가 일자로 늘어져 있다. 사내 배 위에 올라탄 여자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여댔다. 잠옷 속에 가려진 몸이 사내의 중심부와 함께 규칙적으로 흔들거린다.
공노식 씨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여자는 얼굴을 볼 수 없다.
사내는 희열을 느껴가고 있다.
여자의 등을 가린 긴 머리와 두 사람의 허리가 반대로 찰랑거린다.
그런데!
긴 머리 때문에 가려지다가 보이는 여자의 등에서 붉은 것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점점 원을 그리며 퍼지기 시작했다.
_ 차무진, 〈빛 너머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말이라는 한없이 가벼운 것이 이 순간을 망치게 두고 싶지 않다고, 그 순간에도 생각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나는 땅을 갓 비집고 나온 연한 이파리 같은 너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내 손이 얇은 원피스 천 아래로 네 몸의 윤곽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너의 내밀한 곳에 가까워졌고 나는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다. 내리는 빗소리가 지우개처럼 세상을 지워버린, 모든 것이 정지된 이 순간이 영원히 내 안에 각인될 것임을 예감하면서.
_ 소향, 〈포틀랜드 오피스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