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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큰글자도서]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지은이)
  |  
마이디어북스
2023-11-17
  |  
32,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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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책 정보

· 제목 : [큰글자도서]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289037
· 쪽수 : 320쪽

책 소개

베스트셀러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수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선물했던 정지아 작가가 첫 번째 에세이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를 펴냈다. 애주가로 소문난 작가답게 그동안 만났던 술과 사람에 관한 34편의 이야기를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진정성 있게 풀어냈다.

목차

1부
나는 너의 정체를 알고 있다
첫 술은 아빠
시바스, 변절과 타락의 시작
청춘은 청춘을 모른다
우리들의 축제의 밤
너의 푸른 눈동자에 건배!
먹이사슬로부터 해방된 초원의 단 하루
세상의 모든 고졸을 위하여
오병이어의 기적 ? 남원 역전 막걸리

2부
천천히 오래오래 가만히
계란밥에 소주 한잔!
블러디 블라디
나의 화폐 단위는 블루
샥스핀과 로얄 살루트 그리고 찬밥
타락의 맛, 맥켈란 1926
그? 그녀? 아니 그냥 너!
호의를 받아들이는 데도 여유가 필요하다
존나 빠른 달팽이 작가입니다

3부
존나 무서웠을 뿐…
내 인생에 빠꾸는 없다
흩날리는 벚꽃과 함께 춤을
다정의 완성
초원의 모닥불이 사위어 갈 때
우리는 그때 서로 사랑했을까
춤바람 고백기 ? 추억의 제이제이
오래 있었습네다
술이 소화제라

4부
관계는 폐쇄적으로, 위스키는 공격적으로!
어느 여름날의 천국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스며든 시간
노골노골 땅이 녹는 초봄, 마음이 노골노골해서
여우와 함께 보드카를!
관계의 유통기한
나의 블루 공급책

에필로그

저자소개

정지아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5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고욤나무」가 당선되었다. 소설집 『행복』 『봄빛』 『숲의 대화』 『자본주의의 적』,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심훈문학대상, 5·18문학상, 요산김정한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노근리평화문학상, 서라벌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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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겨울밤은 기나길었다. 부모님이 없는데도 우리는 다른 집에서보다 더 얌전하게 놀았다. 누군가의 손목을 잡기 위한 핑계로 하던 카드 게임이나 고스톱도 치지 않았다. 몇 차례 광에 들락거리긴 했지만 누구도 취할 정도로 과음하지는 않았다. 자분자분,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뿐이다. 소복소복, 눈 쌓이는 소리가 이따금의 침묵 사이로 스며들었다. 화장실에 간다고 방문을 연 누군가 탄성을 내질렀다.
“웜마야!”
다들 앉은걸음으로 문을 향했다. 찬 공기에 몸서리를 치며 목만 길게 빼고 내다본 바깥은 온통 새하얀 눈밭이었다. 발자국 하나 나지 않은 백색의 순수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르르 마당으로 달려 나갔다. 매화나무에도 감나무에도 눈이 한 뼘씩 쌓여 있었다. 뒤란의 대나무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땅 끝까지 휘늘어진 채였다. 자연의 장관 앞에서 다들 입을 다물었다. 누군가 전등을 하늘로 비췄다. 빛기둥 안에서 주먹만 한 눈송이들이 수직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순수에 압도당한 최초이자 마지막 경험이었다. 그날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토록 순수하게, 이토록 압도적으로 살고 싶다고.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던 걸 보면 친구들 역시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열아홉, 그때는 믿었다.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 순백의 시간을 순백으로 살아낼 수 있을 거라고.
- 1부 <첫 술은 아빠> 중에서


싱글몰트계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맥켈란 1926이 내 잔에도 가득 찼다. 녀석은 뜨겁고 깊고 진했다. 끈적끈적, 끝도 없는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맛이었다. 맥켈란 1926을 입에 오래 머금은 채 나는 실패한 사회주의자인 내 아버지를 떠올렸다. 세상 떠나기 전에 좋은 술, 맛이나 보라고 내가 보내준 시바스리갈 18년산을 소주 한 박스와 바꿔 마신 내 아버지를.
젊은 날에는 똑같이 민족의 통일과 평등을 주장했으나 두 사람의 끝은 전혀 달랐다. 나는 실패한 사회주의자인 아버지의 삶이 늘 애달프고 서글펐다. 아버지 스스로 당신의 삶을 쓸쓸해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맥켈란 1926을 마시며 나는 깨달았다. 아버지의 결말이 내 취향에 더 걸맞다는 것을. 아버지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이리라는 것을. 참으로 다행 아닌가? 성공할 기회가 없어 타락할 기회도 없었다는 것은!
- 2부 <타락의 맛, 맥켈란 1926> 중에서


그런 순간에는 술의 맛이 그닥 중요하지 않다. 별이 빛나고 하늘과 초원이 맞닿고 모닥불이 사위어가는 그런 밤에는.
술이 들어가고 말은 차츰 사라졌다. 누군가는 뚫어져라 모닥불을 쳐다보고, 누군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누군가는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을 바라보았다. 그저 고요히 술을 마셨을 뿐인데 잠자러 들어갔던 사람들이 하나둘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들도 우리 곁에 털썩 주저앉아 말없이 술을 마셨다. 그들도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그들에게도 이런 순간에는 약간의 알코올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과 우리는, 그러니까 그냥 우리는, 그날 알코올의 힘을 빌려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거나 잠시 우주의 일부가 되는 경이를 경험했다. 새로운 별들이 떠오르고, 달이 초원을 가로질러 달리고, 술이 천천히 우리의 혈관을 데우고, 모닥불은 사위고, 그렇게 초원의 밤이 깊어갔다.
- 3부 <초원의 모닥불이 사위어 갈 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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