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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93635384
· 쪽수 : 476쪽
· 출판일 : 2025-02-26
책 소개
목차
1장 도착
2장 바르나바스
3장 프리다
4장 여주인과의 첫 번째 대화
5장 촌장의 집에서
6장 여주인과의 두 번째 대화
7장 학교 교사
8장 클람을 기다리다
9장 심문에 대한 투쟁
10장 거리에서
11장 학교에서
12장 조수들
13장 한스
14장 프리다의 비난
15장 아말리아의 집에서
16장
17장 아말리아의 비밀
18장 아말리아의 벌
19장 탄원하러 가는 길
20장 올가의 계획들
21장
22장
23장
24장
25장
역자 해설: 카프카 문학의 주변
작가 연보
리뷰
책속에서
한길, 즉 마을의 큰길은 성이 있는 산으로 통하지 않았다. 단지 성이 있는 산에 가까이 접근하는 듯하면서, 사실인즉 짓궂게 구부러지곤 했다. 하여튼 성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도무지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었다. 나중에는 이 길이 틀림없이 성으로 구부러져 들어갈 것이라고 K는 끊임없이 기대했다. 이런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앞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오히려 너무나 지쳤기 때문에 이 길을 단념해 버릴 수 없었다. 한없이 기다랗게 뻗친 이 마을을 보고 K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가도 작은 집들과 얼어붙은 유리 창문과 눈뿐이고 사람의 그림자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그는 자꾸 그에게 따라붙는 한길에서 눈을 뿌리치고 간신히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눈이 더욱 깊어서 쑥쑥 빠져 들어가는 발을 빼기가 대단히 곤란했다. 땀이 철철 흘러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으나, 그 이상 한 발짝도 더 내디딜 수 없었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사방을 돌아다보더니 어깨 너머로 땅에 꽂힌 수많은 십자가들을 바라보았다. 그 자리에서는 아무도 따를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위대했다. 그때 우연히 선생님이 지나가다가 노기를 띤 눈초리로 K에게 아래로 내려오라고 야단을 쳤다. 뛰어 내릴 때 무릎을 다쳐서 K는 간신히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담을 정복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 승리의 감정이 이때부터 긴 생애 동안 하나의 발판이 된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리 어리석다고만 할 수는 없는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벌써 그때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그가 바르나바스의 팔에 기대 걸어가는 이 눈 내리는 밤에 그 생각이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