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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749296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5-10-1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몸들의 네트워크’와 몸의 일기 5
퐁당퐁당 피아노_박연옥 14
나의 퀴어_코요테 56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_작은물방울 102
암과 함께_노라 142
어디까지가 나일까_이유하 188
에필로그 ‘몸’을 출발점으로 시작하기 223
책속에서

‘양생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1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리고 2020년 첫 해, 우리는 한편으로 푸코의 ‘생명 권력’을 탐색하고, 다른 한편으로 몸을 다룬 다양한 책들을 읽어나갔다. 그러던 중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 『몸의 일기』를 만났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친구들의 장난으로 나무에 묶인 채 숲에 버려졌고, 겁에 질려 똥을 쌌다. 그는 수치심과 두려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몸의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이후 열세 살부터 여든여덟 살까지, 몸에서 벌어지는 온갖 디테일한 사건과 그 당시 느낀 자신의 시시콜콜한 감정들을 생생하지만 담백하게 기록한다.
우리는 이 글쓰기에 감탄하고, 누구에게나 있었던 자기 몸의 기억을 환기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써보고 싶다”라는 말할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몸들의 네크워크와 몸의 일기> 중
“내가 제일 못해. 조이음악학원 학생 중에서 실력이 꼴찌야.”
“정말?”
“나보다 못하는 애는 없어.”
칸막이 쳐진 공간에서 피아노와 씨름하며 옆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는다. 현란하게 잘 치는 소리는 관심 대상이 아니다. 원장이 중앙에 있는 그랜드피아노로 본인의 연주 실력을 뽐내는지, 너무 못 치는 수강생들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지, 열광적으로 연주 중이다. 그 소리는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배경음악 같다. 내 귀는 나처럼 『바이엘』을 연습하고 있는 사람들의 피아노 소리가 들려올 때 쫑긋거린다. 나보다 조금은 잘 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될까’ 궁금해진다. 앞니도 빠지고 더하기 빼기도 헷갈려 할 것 같은 꼬맹이들이 말랑말랑한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릴 때, 그게 부럽다. 난 피아노를 배우는데, 아이들은 피아노 앞에서 논다. 집중력이 짧아 금세 산만해지고 피아노에서 내려와 달콤한 간식을 찾지만, 어느새 또 피아노 의자 위에 웃으며 올라가 있다.
<초능력이 없어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