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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790120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4-06-07
책 소개
목차
순례자 … 9
민통선 평화·통일 일기 1 … 34
늪 … 49
민통선 평화·통일 일기 2 … 89
태풍 … 107
민통선 평화·통일 일기 3 … 154
터널 … 171
민통선 평화·통일 일기 4 … 201
그릇 … 212
민통선 평화·통일 일기 5 … 243
봉우리 … 254
민통선 평화·통일 일기 6 … 274
바다 … 283
염하 … 284
작품해설 불화의 탈주 – 우찬제
(문학평론가, 서강대학교 교수) … 295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바로 그 증거이다. 나는 맨몸으로 67년 동안 인간이 함부로 발 들이지 못한 이곳을 눈으로 살피고, 귀로 반응하고, 두 캐터필러로 어떤 장애물이든 헤쳐 나가며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전쟁의 기나긴 불모지를 누빈 유일한 군력이다. 하지만 나는 평화에 떠밀려 끊임없이 전가되고, 위탁되고, 은폐됐다. 처음부터 불분명했던 소속마저 완전히 부정당하고 말았다.
나는
전쟁의 미래였지만
내일의 평화가 나를 쓸모없게 만들었다.
_ <순례자>에서
그들은 헤드셋을 끼고 조이스틱을 까닥거리며 내가 지척에 대기하고 있는데도 모른 체하거나 플러그가 뽑힌 물건 취급했다. 비밀 서약만큼은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나를 가장 짧은 기간 동안 담당했던 당번병만큼은 달랐다. 그는 끊임없이 내 존재를 알은체했고, 심지어 말을 건네기까지 했다.
“너니? 너구나.”
_ <늪>에서
내가 오랫동안 껴입은 마음의 내복을 잠깐 벗었던 그 봄밤이, 메마른 행동을 적시고 싶었던 깜깜한 수영장이, 내 허락도 없이 눈앞에 주먹을 내민 우윳빛 꽃 무더기가 나를 그 아이에게로 이끈 것이었다.
_ <민통선 평화·통일 일기 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