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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91193801086
· 쪽수 : 298쪽
· 출판일 : 2024-08-20
책 소개
목차
Part one 13
Part two 141
옮긴이의 말 294
리뷰
책속에서
파리에 머무는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연극을 보러 가고, 술을 마시러 바나 클럽에 가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중 어떤 것도 모성과 양립하기는 어려웠다. 자식이 있는 여자들은 그렇게 살 수 없다. 적어도 양육 초기 몇 년 동안은 불가능하다. 그저 오후의 영화 한 편 혹은 저녁 외식 한 끼를 스스로에게 허용하기 위해서, 한참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보모를 구하거나 아이들을 봐달라고 남편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남자와 관계가 진지해지기 시작하면 언제나 나랑 아이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딸입니다. 여기 외음부 형태가 아주 선명하게 보여요.”
알리나의 얼굴이 밝아졌다. 한번도 입 밖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우리는 둘 다 그녀가 딸을 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네스라고 부를 거야.” 알리나가 말했다. 나는 듣자마자 그 페미니스트 시인의 이름에 찬성했다.
엄마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취침등의 흐릿한 불빛 아래 엄마의 다크서클은 더 길게 늘어져 보였다. 온갖 문제와 씨름하며 감정을 억누르느라 쌓인 피로였다. 다섯 살 먹은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며 화가 났다. 그날 밤, 나는 어떤 연민도 없이 엄마한테 멍청해 보인다고 말했다. 엄마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말이 맞아. 너희들을 낳았을 때 엄마 뇌세포가 녹아버렸단다.“ 나는 그게 농담인지 진심인지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