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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3801208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25-10-25
책 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분들께 13
프롤로그 19
2019년 1월—3월
1. 다이칸(대한) 시작점 25
2019년 3월—5월
2. ㅤㅅㅠㄴ분(춘분) 작은 복숭아 55
2019년 4월
3. 세메(청명) 삭제된 장면들 79
2019년 5월 —6월
4. 코쿠우(곡우) 두 손 99
2019년 7월 —8월
5. 타이쇼(대서) 쓰러짐 139
2019년 8월 —9월
6. 쇼쇼(소서) 8월 25일 189
2019년 9월
7. 하쿠로(백로) 식물 목격자 231
2019년 10월
8. 칸로(한로) 밤의 정원 255
2019년 10월
9. 소코(상강) 부식 293
2019년 11월
10. 릿토(입동) 잡히는 317
2019년 12월 —2020년 8월
11. 토오지(동지) 겨울어 337
2020년 9월 —2021년 9월
11. 셋키(절기) 먹 405
2021년 가을
후기 : 나는 기억한다 423
식물 표본집 451
리뷰
책속에서
결국, 이 책은 우리가 무엇을 물려받고, 무엇을 앞으로 이끌고 나갈 수 있을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학자로서, 혼혈인으로서, 저는 계보를 상상하는 방식과 거기에 깃든 편협함을 결코 신뢰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어디까지를 우리라고 여기고, 어디부터를 ‘타자’로 분류하는지, 그런 경계에도 동의 하지 않았습니다. 북미에서는 DNA를 통해 과거와의 연결고리와 생물학적 기원, 뿌리를 찾으려 합니다. 저 역시 그런 욕망을 이해합니다. 기실 이 책을 움직이게 하는 힘 중 하나도 그런 욕망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상상력은 더 커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혈연중심적 외국인 혐오, 식민주의, 파시즘의 흐름을 마주하며, 세상이 우리에게 더 큰 상상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내가 틀림없이 그의 딸이었을 때, 나는 작은 흰색 종이 상자를 바라보았다. 이용 약관이 딸려 있는 DNA 키트였다. 거기엔 개인 정보보호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당신은 당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본인 또는 가족에 대한 예상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될 수 있으며, 이는 당신이 바꿀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2019년 1월 말, 나는 플라스틱 튜브에 침을 뱉고 그것을 다시 상자에 넣었다.
내 아버지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으로 함축되는 애초의 수수께끼는 내가 그의 이름을 알게 된 이후에도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수수께끼는 더 넓게 퍼지고 더 뜨겁게 변화했다. 그의 이름은 더 많은 혼란과 단절, 비밀과 수치를 머금은 하나의 거대하고 부서진, 아름다운 가족 속으로 나를 던져놓았다. 가족의 비밀을 파헤쳐본 사람이라면 전혀 놀랍지 않을지도 모른다. 마치 거미가 수백 개의 알을 낳듯 비밀 하나가 또 다른 비밀들을 낳는 상황이, 한 개의 이름이 수없이 많은 이름들로 증식하는 방식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