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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91194513124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5-05-16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5
철학의 기쁨 11
철학자의 아마추어 정신과 프로 정신, 그리고 ‘사회철학’ 39
헤겔 바깥의 헤겔―오늘의 우리 현실과 헤겔 63
환대와 환대 너머 87
『전체성과 무한』의 이편과 저편 115
이름의 의미 141
의사소통에 대해 생각하기 165
용서와 선물 195
동일자적 시간과 타자적 시간 239
타자성의 인식과 관계의 새로움―팬데믹 시대의 타자성 267
개방성의 깊이―레비나스의 윤리적 개방성 283
반(反)-이기(利己)로서의 정의―공정성과 타자에 대한 책임 309
동물과 인간 사이―타자로서의 동물과 인간의 책임 337
후주 363
실린 글의 유래 384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지난 수년 동안 철학이라는 분야에 종사하면서 나름 끙끙거렸던 흔적을 모은 것입니다. 책의 표제가 ‘철학의 기쁨’이지만, 기쁨의 자취만 추려 낸 것이라 하긴 어려워요. 기쁨이란 우리가 항상 좇는 것이긴 하나, 우리 마음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기쁨의 기억이 우리 삶의 이곳저곳에 배어 있듯, 이 책의 갈피갈피에도 그 조각들이 묻어 있긴 할 겁니다. 그러나 이 글들이 애당초 기쁨을 목표로 했다고 할 수는 없어요. 기쁨을 직접적 주제로 다룬다고 할 첫 번째 글조차 그렇죠. 그 글에서 논하듯 기쁨이 워낙 우리에게 보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라면, 보상만을 위해 어떤 일을 한다는 건 좀 줏대 없고 얄팍한 삶의 자세 아니겠습니까?
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사고방식의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봅니다. 인터넷 통신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신경계의 외장(外藏) 경향이 심화하고 있을뿐더러, 그에 따라 인간의 자기중심적 사유로부터의 탈피가 불가피해지고 있어요. 환경을 인간에게 맞게 개조하려다 보니 그 과정에서 인간 자신의 됨됨이가 자연적 질서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이 점점 더 분명해진 거죠. 이 같은 아이러니는 여전히 남아 있는 인간됨의 심연이나 비밀에도 적용됩니다. 그것 또한 자연의 심연이나 비밀과 무관할 수 없을 테니까요. 이런 점에서 철학과 과학의 재합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물론 학문의 초창기 때와는 달리 여기서 주도권을 철학이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군요. 그렇다고 추론과 발견의 기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굳이 학문의 인위적인 경계와 명칭을 고집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아마추어적 자세의 장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전문성의 영역이 갖게 마련인 조건과 형식에 덜 얽매일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싶군요. 또 그렇기에 더 순수하고 근본적인 동기에 따라 움직이기 쉽죠. 아니, 그런 동기가 앞서기 때문에 프로의 견고한 조건과 형식에 덜 속박된다고 해야 옳을지 모르겠네요. 요컨대, 기성의 질서와 틀에 갇히지 않고 그 바깥과 지반을 향해 열려 있다는 것이 아마추어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