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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한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95037964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3-07-22
책 소개
목차
복수의 탄생(1장~31장)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뮤직뱅크 모니터를 보던 은정이 끼어들었다. 석호가 부스 안으로 들어가자 윤 피디가 중얼거렸다.
“쟨 아주 철철 넘치는구나.”
“뭐가요?”
은정이 물었다. 윤 피디는 스튜디오 테이블에 있는 남성잡지 『에스콰이어』를 집어 들었다. 표지 모델로 나온 석호의 시선이 강려했다.
“욕망이…….”
윤 피디는 잡지를 펼쳐 석호가 나온 지면을 찾았다. 딱 떡어지는 슈트를 입은 모습과 구제 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친 사진이 함께 나와 있었다. 깨끗하게 면도한 얼굴 안에는 자신만만한 미소가 담겼다. 누가 봐도 잘생겼고 매력적인 남자였다.
“…… 온몸에서 철철 넘쳐.”
하얀 와이셔츠 단추를 절반이나 풀어 헤쳐서 가슴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진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 한석호.
석호는 성공하고 싶었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나중에 커서라도 지긋지긋한 모욕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부자가 되어 부모님도 호강시켜드리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 존경도 받고 싶었다. 운전수 아들, 식모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맹렬히 공부했다. 그 사건만 없었다면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은 훗날 성공을 위한 밑거름쯤으로 추억할 만했을 텐데.
그의 삶을 뒤바꿔버린 사건이 일어난 것은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의 어느 날이었다. 원래대로라면 헉호는 삼성동의 단과학원에서 성문기본영어 수업을 듣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심한 장염에 걸리는 바람에 수업이 취소되었고 석호는 집으로 돌아갔다.
평일 오후의 저택은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잠겨 있었다. (……) 아직도 선명하다. 마치 경고라도 하듯이 유난히 목청을 높이던 매미 울음소리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차오르던 덥고 습한 공기가. 알루미늄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그의 귀에 꽂히던 엄마의 교성이.
석호는 단박에 알았다. 이 시간에 엄마와 정사를 벌이고 있는 사람이 아빠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방문을 열었다. 엄마의 알몸 위로 올라탄 사람은 여름휴가차 형님 집에 놀러 온 사장님의 동생이었다.
“한석호 아나운서 이렇게 안 봤는데. 역시 티브이에 나오는 이미지는 가짜구나. 팬이 얘기 좀 하자는데 진짜 싸가지 없이 구시네.”
이성이 개입하기도 전에 터져 나온 자연발생적인 분노가 석호를 돌려세웠다.
“보자 보자 하니까! 아니, 지금 내가 참아주는 거 안 보여? 당신 이 차 얼만지는 알아?”
소리를 지르자 남자는 조금 움츠려드는 기색을 보였다. 역시 교통사고에선 세게 나가야 해. 석호가 남자를 한 번 더 힘주어 노려본 후 가려는데, 이번에는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근데 저기요. 절 언제 봤다고 반말이세요, 이 씨발새끼야!”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다. 석호는 휴대폰을 꺼내 112를 눌렀다. 그런데 석호 앞으로 A4 용지 크기로 인화한 사진 한 장이 쓱 들이밀어졌다. 사진 속으로는 알몸으로 뒤엉켜 있는 남녀가 있었다. 석호와 은정이었다. 석호는 걸고 있던 전화를 끊었다. 남자가 또 히죽대며 말했다.
“거봐, 내가 뭐랬어. 내가 석호 씨 방송을 들을 일이 아니라 석호 씨가 내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니까. 괜히 도망가니까 이렇게 차만 망가지지. 좋은 차를 말이야. 쯧쯧쯧.”
석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당신…… 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