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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5288366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15-03-23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여정의 시작
- 산행과 인생
- 세련된 인민들
- 짝퉁 시장
- 황산 일출
- 암릉 산행
- ‘알바’ 공무원
- 저승 세계 문턱에서
- 부러진 등산 스틱
2. 북인도, 네팔 트레킹
- 무스탕 트레킹
- 안나푸르나 라운딩 트레킹
-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 말로만 듣던 인도
- 북인도 유람
- 판공초와의 만남
- 스라나가르에서의 천국 여행
- 기대와는 달랐던 타지마할
- 히말라야 사전 관문
3. 히말라야 트레킹
- 드디어, 히말라야
- 사람 잡는 구름
- 고산병과의 사투
-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 석청
- 얼음 샤워
- 공황장애
- 산소의 맛
- 야크와의 만남
- 납작해진 뱃살
4. 감각으로의 여정
- 가까이 하기엔 먼 알코올
- 개혈
- 주식의 굴레 속에서
- 백일 수련
- 무서운 상기증
- 뜻밖의 기행
5. 뜬금없는 유럽 여행
- 정처 없는 파리 여정
- 반도 국가 스페인
- 안달루시아, 그 뜨거운 태양
- 가슴으로 느껴진 플라멩코
- 아……, 알함브라
- 묘한 매력, 독일
- 우먼 파워, 독일
6. 여행과 명상
- 애증의 프라하
- 위기 상황
- 독특한 기운
- 베를린, 역시 일국의 수도
- 필하모니의 사랑
7. 시골 생활
- 방랑벽
- 시간의 흐름
- 끝없는 검증
- 명상이 무엇이기에
맺음말
책속에서
20대부터는 전국에 있는 명산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 나갔고, 산행을 하면서 인생의 밑그림을 그려 나가곤 했는데, 한번은 설악산 대피소에서 만난 노년의 산행객으로부터 의미심장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얼마전에 공직을 은퇴했다면서 내가 근무하게 될 직렬에 대하여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조언이었다.
세월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아쉬움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40대 중반의 나이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젊은 나이에 시작된 은퇴 생활 역시 산과 더불어 시작되었고, 세상이 좋아진 덕분에 등산 애호가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히말라야 산행을 떠날 수 있었다.
- <1. 여정의 시작> 중에서
10년간 해외 명산 트레킹을 마치고 나면 어떤 모습으로 서 있게 될 것인지 궁금해졌다. 이제 막 직장을 접고 여행 인생을 시작한 지 며칠 안 되었는데, 10년 후의 모습을 미리 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미래의 모습은 선명하게 잡히지 않았다.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당연한 답답함이었다. 인간은 왜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것일까.
모든 망상을 쿨하게 밀쳐내었다. 이런 멋진 명산을 몇 달 동안 마음 놓고 트레킹 한다는 것만으로도 보통의 경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나처럼 무작정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거의 없을 것이다. 머리를 텅 비우고 현실을 즐기기로 했다.
- <2. 북인도, 네팔트레킹> 중에서
착해 보이는 포터는 에베레스트가 싫다고 한다. 이 일을 통해서 돈을 벌기 때문에 수시로 산을 오르고는 있지만 자신이 알고 지내던 마을의 친한 셰르파 형들이 많이 죽었다고 한다. 고산 공격대원은 하루 일당이 우리 돈 수십만 원에 달한다는데, 그들 경제관념으로 몇 달치 월급을 하루 만에 버는 셈이다.
목숨을 담보로 한 산행 때문에 많은 셰르파가 죽어 나간 모양이다. 그런데 나도 이곳이 싫어졌다. 엊그제 구름 때문에 길을 잃어 고생한 것도 그렇고, 칼라파타르에 오르면서 기진맥진했던 기억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밤에 잠 못 이루는 고통 때문에 싫어진 것이다.
- <3. 히말라야 트레킹> 중에서
그즈음 경제적 상실감을 치료해 보자는 생각에 집중적으로 여행 서적과 명상 서적들을 친구 삼아 살았다. 독특한 내용의 책들을 읽다 보니 사춘기를 겪던 학창 시절의 누나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나에게 들려주던 ‘삶에 대한 물음’들이 그제야 극단적으로 밀려왔다.
사람은 왜 태어나는 것인지, 죽으면 어디로 가는 것인지, 대관절 우주라는 것이 끝이 있긴 있는 것인지. 인간이란 존재가 뭐하러 태어나서 이렇게 아등바등하면서 살고 있는지. 죽어서 가는 지옥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했다. 살아 있는 현실이 생지옥이고 죽어 버리면 낫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
- <4. 감각으로의 여정> 중에서
심드렁한 마음으로 민박집에 돌아오니 방학이 끝난 비수기여서인지 손님이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 잘 되었다 싶어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 바닥에 이부자리를 펼쳐 놓고 모처럼 새벽수련을 진지하게 해 보았다. 호흡이 잘 안 되면 일주일만 머물고 바로 귀국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하듯 몸을 정성스레 풀어 주고 자세 명상에 들자, 미약하긴 하지만 느낌이 잡혀 오기 시작한다.
많이 약하긴 하지만 며칠 만에 기운을 맛보고 나니 힘이 생겨난다. 호흡을 배우기 전에는 어떻게 살았었는지 싶었다.
- <5. 뜬금없는 유럽 여행> 중에서
여행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왜 큰돈을 투자해 산행을 떠나 고산병으로 고생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유럽의 돌바닥을 걸어 다니며 생고생을 하는가. 왜 이 지구라는 혹독한 행성에 여행을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가.
숭고한 영혼들이 짐승의 본능을 지닌 육체라는 옷을 입고 살아가고 있는 이곳 지구는 고산병 정도와는 비교가 불가한 고난도 여행 코스임이 틀림없다. 언제 이 여행이 끝날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모든 혼을 불어넣어서 연주하고, 노래하고,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구 여행을 제대로 즐기는 여행객의 참모습이 느껴졌다.
- <6. 여행과 명상> 중에서
미련을 못 버리고 마음공부, 채널링, 깨달음 등등 명상과 관련된 책을 수백 권씩 사다가 이 잡듯 읽곤 했는데, 그 많은 책 속에서 독특한 공통분모들이 잡혀 왔다.
육신이라 불리는 지구의 옷을 입고 생명활동을 하고 있는 것보다 더 위대한 기적은 없으며, 지금도 육체의 속박을 체험해 보고 싶어 하는 용감한 영혼들이 지구여행을 오고 싶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말고, 육신이 있는 지금 이 순간 최선의 삶을 살아 달라는 주문이 중복되어 거론되곤 했다.
- <7. 시골 생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