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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5322152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5-07-28
책 소개
목차
가르쳐주지 않은 이름
사각사각
외로움의 비밀
인생의 시인
특별한 존재
사랑이 깊어지면
내게서 너를 빼면
엄마의 별
기다림
푸른 하늘 모퉁이
서리가 오기 전에
별에서 만나
사라지는 것은 없다
꽃 피지 않아도 따뜻했던 날들
마지막 편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외롭기 때문이야.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외로워. 내가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외로움이 다가가는 거야.”
그렇게 중얼거리자 잠자리는 쓸쓸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외로운 건 잠자리만이 아닙니다.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떼,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나뭇잎 하나, 해 지기 전에 미리 나와 반짝이는 초저녁별…… 아무리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해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외롭습니다. 인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높은 자리에 올라앉아 거드름 핀다 해도 들여다보면 그들의 내면 또한 외롭지 않은 이는 드뭅니다.
“그래, 네 생각이 맞다. 알고 보면 모두가 다 외로운 존재들이지. 네가 내게 말 걸어오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란 것을 난 알고 있단다.”
푸른잠자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고개 숙이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고개를 들며 대답을 한 것입니다.
_<사각사각> 중에서
“그럼 넌 정말 바빠서 외롭지 않은 거니?”
달리기 시작하는 기차의 콧잔등에 올라앉아 잠자리가 묻습니다.
“외로울 시간이 있어야 외롭지. 내가 가진 시간표 중에 외로움을 가리키는 시간은 없어. 내가 꼭 알아야 할 시간이란 몇 시에 출발하고, 몇 시까지 도착해야 한다는 것뿐이야. 그 많은 역마다 모두 출발을 하고 또 도착을 한다고 생각해봐. 외로울 틈이 어디 있겠니?”
“네 삶은 단순해서 좋겠구나.”
“나처럼 한 가지 일에 빠져서 바쁘게 살아봐. 그러면 외롭지 않아. 외롭다는 말은 한가한 이들이 둘러대는 핑계 같은 것이야.”
_<외로움의 비밀> 중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라는 말이지. 우주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별들이 가르쳐준 말이니 이건 믿어도 돼.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아득하게 우주를 건너 물결치는 별들의 마음을 느끼는 것과 같은 거란다. 밤마다 나는 내 가지 위로 찾아오는 별들과 대화를 나누거든. 별과 난 아무래도 형제 같아.”
별들과의 대화가 자랑스럽다는 듯 단풍나무는 하늘을 향해 가지를 쳐듭니다. 가지마다 총총거리고 있는 이파리들도 그러고 보니 정말 별과 닮은 모양입니다.
_<특별한 존재> 중에서
“진실한 사랑이란 지하 깊은 곳에 존재하는 지하수 같이 쉽게 줄거나 사라지질 않아. 내 발밑 저 아래서 지하수가 흐르듯이, 깊은 강물이 마르지 않듯이, 진실한 사랑 또한 마르지 않고 늘 내 안에 흐르고 있다는 말이야. 넌 지금 그 마르지 않은 지하수가 오렌지코스모스라는 적절한 대상을 만나 흐르기 시작한 거야. 이제 조금 간격을 두로 오렌지코스모스를 찾아가 봐. 모든 건 적당한 간격이 필요한 법이니까. 상대뿐 아니라 나 또한 변화하고 성숙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진실한 사랑의 시간이야.”
_<사랑이 깊어지면> 중에서
어느새 바닥에 엎드린 아이가 손짓하며 푸른잠자리를 부릅니다. 달빛을 받은 레일이 반짝반짝 은빛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있는 한 아무것도 사라지는 것은 없어. 돌아갈 뿐이야. 이 별에 우리는 잠시 머물다가 가는 거야. 그건 정말 사라지는 것과는 달라. 햇빛 때문에 보이지 않던 하늘의 별이 햇빛이 들어가면 다시 나오는 것과 같이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건 아니야. 엄마는 그걸 순환이라고 불렀어. 아침 이슬이 공기 속에 섞이는 것처럼. 그래서 물기를 머금은 그 공기가 다시 차가운 기운과 만나 이슬로 내리는 것처럼 말이야. 모든 건 그렇게 돌아가는 것뿐이야. 기다림이 있는 한 사라지는 것은 없어. 꽃들도 봄이 되어 다시 돌아오기 위해 그렇게 떠날 뿐이야.”
_<사라지는 것은 없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