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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5332427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5-01-25
책 소개
목차
01 내 삶에 예고 없이 찾아온 변화 15
02 이상한 집주인 그리고 결심 29
03 이상한 병원과 그들 51
04 닫혀 버린 비밀 71
05 비밀이 기다린 사람 97
06 아나톨 가르니아 149
07 같지만 다른 두 개의 일기 185
08 이어진 비밀 207
09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선 공간 227
10 다시 살아나는 집 253
11 기억을 담은 공간 275
12 라자르 가르니아 297
13 제자리로 321
14 추억 329
저자 소개 34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회사에서 모임과 회의가 끝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평온함을 느꼈다. 밖으로는 인정받는 건축가에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으로 비쳤지만 내면은 언제나 공허했다. 내가 원했던 꿈이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진정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조차 없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진심도 믿지 못하게 되었고 나 또한 진심을 다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돼 버렸다. 그리고 내게 건축은 그저 돈을 벌어다 주는 생계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지쳐 가고 있었다. 이렇게는 더 이상 살 수 없어서 잠시 시간을 갖고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해 무작정 한 달짜리 휴가 신청서를 냈다. 그런 와중에 나를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건축을 하려고 집을 알아보던 중 이런 일이 내게 생긴 것이었다.
우리는 흔히 통로 혹은 복도, 길은 사람만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물길도 길이고 바람 골도 길이다. 세상만물이 지나는 길. 길은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상이 무엇이든 흐르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숲 속을 걸을 때도 가끔 멈추어 지나가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하곤 한다. 그것은 우리가 바람이 다니는 길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바람 길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옮겨 주는 길도 존재하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오래된 중세의 문 그리고 유리와 철골 구조가 만나는 경계 지점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과거 중세 수도원의 출입구였던 이 문은 군데군데 깨지고 파괴되어 보기가 좋지 않았다. 프랑스와는 깨지고 파손된 모양대로 철을 깎아 그 면에 접합시키는 과정에서 접합면에 아주 작은 틈을 주어 두 재질의 시간적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냈다. 과거의 깨진 조각을 감싸 안는 방식을 썼다. 또 이미 깨진 조각과 같은 형태의 접합물을 만들었지만 구별되게 하기 위해 사이에 틈을 벌려 놓았고 그 틈으로 자연의 바람이 흘러들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