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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블랙퍼스트

아메리칸 블랙퍼스트

히데오 아사노 (지은이), 부희령 (옮긴이)
앨리스북클럽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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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블랙퍼스트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아메리칸 블랙퍼스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5530502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5-05-29

책 소개

히데오 아사노 소설. 네브라스카 평원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일본 유학생의 눈을 통해 미국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선을 제공한다. 가족과 확장된 가족의 역동적인 관계, 그리고 서서히 경계선 안으로 들어서는 이방인의 애정 어린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저자소개

히데오 아사노 (지은이)    정보 더보기
미국의 남캘리포니아에서 학업의 일부를 마쳤으며 오랜 세월 아시아유럽오스트레일리아와 러시아를 비롯, 지구 곳곳을 여행하면서 글을 썼다. 프리랜서 언론인이기도 한 그는 소련이 지배하던 시절의 아프가니스탄 내전을 취재하기도 했으며 2015년 지금은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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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희령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중퇴했다. 현재 전문번역가 및 소설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모래 폭풍이 지날 때』,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로마의 운명: 기후, 질병, 제국의 종말』, 『돌팔이 의학의 역사』, 『강요된 비만』, 『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에르미따』,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아미쿠스 모르티스』, 『샤나메』, 『버리기 전에는 깨달을 수 없는 것들』, 『빠알리 경전에 의거하여 엮은 붓다의 생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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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존과 켄지는 이상한 구름을 바라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마치 밤이 오듯 매우 어두워지는 동안, 공기는 한겨울처럼 차가워졌다. 헨리는 동상처럼 우뚝 서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버지! 아버지! 여기서 빨리 벗어나야 해요!” 조지는 헨리의 어깨를 흔들며 소리쳤다.
헨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계속해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차갑고 강한 북서풍이 불어왔고, 얼어붙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얼음덩어리들이 헨리의 얼굴을 할퀴었다. 그러자 조지가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더니, 온힘을 다해 주먹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때렸다. 켄지는 자신의 미국인 식구에게 연민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이 장비들 아래로 몸을 숨기는 동안 켄지는 피하지 않았다. 얼음덩어리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장비들 위로 떨어졌다가 튕겨져 나왔다. 켄지는 하늘의 관대함을 느끼지 못하는 생명 없는 동상이 아니었다. 키 큰 옥수수 줄기들이 얼음덩어리에 패이고 조각조각 부서지더니, 들판 위로 천천히 쓰러졌다.
5분 전만해도 사람과 장비는 옥수수밭에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박이 휩쓸고 간 뒤, 사람과 장비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북이 쌓인 흙 묻은 골프공들 사이에 치명적인 야구공들이 박혀 있었다.
존과 조지가 켄지에게 달려왔다. 헨리는 그들 뒤에서 걸어왔다.
“켄지, 괜찮아?” 조지가 걱정하며 소리쳤다.
“난 괜찮아.”
“왜 그랬어?” 헨리가 눈물과 피로 범벅이 된 켄지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모르겠어요.”
조지는 이해했다.
“네가 우리들이 이 쓰레기를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는 것을 보게 될 줄 몰랐다.” 헨리는 가식이 깃든 미소로 불운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가혹한 말씀이네요.” 켄지가 얼음덩어리를 부츠로 차며 말했다.
“악마…….”
낮고 어두운 구름이 동쪽을 향해 달리고 있는 동안, 그들은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들처럼 꼼짝하지 않은 채 무기력하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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