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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5530502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5-05-29
책 소개
책속에서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존과 켄지는 이상한 구름을 바라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마치 밤이 오듯 매우 어두워지는 동안, 공기는 한겨울처럼 차가워졌다. 헨리는 동상처럼 우뚝 서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버지! 아버지! 여기서 빨리 벗어나야 해요!” 조지는 헨리의 어깨를 흔들며 소리쳤다.
헨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계속해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차갑고 강한 북서풍이 불어왔고, 얼어붙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얼음덩어리들이 헨리의 얼굴을 할퀴었다. 그러자 조지가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더니, 온힘을 다해 주먹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때렸다. 켄지는 자신의 미국인 식구에게 연민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이 장비들 아래로 몸을 숨기는 동안 켄지는 피하지 않았다. 얼음덩어리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장비들 위로 떨어졌다가 튕겨져 나왔다. 켄지는 하늘의 관대함을 느끼지 못하는 생명 없는 동상이 아니었다. 키 큰 옥수수 줄기들이 얼음덩어리에 패이고 조각조각 부서지더니, 들판 위로 천천히 쓰러졌다.
5분 전만해도 사람과 장비는 옥수수밭에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박이 휩쓸고 간 뒤, 사람과 장비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북이 쌓인 흙 묻은 골프공들 사이에 치명적인 야구공들이 박혀 있었다.
존과 조지가 켄지에게 달려왔다. 헨리는 그들 뒤에서 걸어왔다.
“켄지, 괜찮아?” 조지가 걱정하며 소리쳤다.
“난 괜찮아.”
“왜 그랬어?” 헨리가 눈물과 피로 범벅이 된 켄지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모르겠어요.”
조지는 이해했다.
“네가 우리들이 이 쓰레기를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는 것을 보게 될 줄 몰랐다.” 헨리는 가식이 깃든 미소로 불운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가혹한 말씀이네요.” 켄지가 얼음덩어리를 부츠로 차며 말했다.
“악마…….”
낮고 어두운 구름이 동쪽을 향해 달리고 있는 동안, 그들은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들처럼 꼼짝하지 않은 채 무기력하게 서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