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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집
· ISBN : 9791195652815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17-11-28
책 소개
목차
모텔꿈의궁전
모텔꿈의궁전에서
책속에서
그러나 친숙한 행위나 풍경이 다른 사람의 눈과 손을 통해 반복 재생될 때나, 인스타그램 피드를 끝없이 스크롤 할 때 느끼는 피로와 갑갑함 속에서, 나는 주기적으로 깨달음의 시간을 갖게 된다. 가질 수 있는 것에서는 더 이상 재미도 흥미도 느낄 수 없고, 경험해보지 못한 생생함은 누군가 내 몫의 즐거움을 빼앗기라도 한 듯이 나를 좌절시키며, 산만하게 흩어진 이미지 중의 무언가에 이끌리지만, 그 이끌림 조차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이러한 체념과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주제로 쏟아져 나오는 스냅 사진에 내재된 채집과 기록, 전시의 욕구를 쉽게 물리치고 싶지 않다. 그 사진들 너머에는 카메라 뒤에서 분투하는 누군가가 있다. 그는 사진 과잉의 2010년대의 안전한 처세술, 즉 관망의 태도 대신에 직접 뛰어들고 또 보여주는 편을 택했다. 심상한 세계에서 의미를 도출해낸다는 예술적 임무(와 그 성패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대단한 점은, 정작 이 도시는 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데도 계속해 나간다는 것이다.
표지판은 나타나고 사라진다. 그리고 그 점 때문에, ‘꿈의궁전’이라는 기호는 한국의 국도변에서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숙박업소나 음식점 간판의 음습한 이미지의 차원을 넘어 서울의 현재를 상기시킨다. 서울에서 숙박업소, 유흥업소, 외곽 유원지 식당 외에 ‘꿈의궁전’이라는 망상적인 이름을 사용하는 장소가 또 있을까. 궁전이란 단어는 고작해야 닭장 같은 아파트에 붙는다. 꿈은 서랍 속 적금통장처럼 깊고 남루한 곳에 비밀스럽게 부착된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꿈의궁전’으로의 입구는, 마찬가지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신축 건물 공사장의 가벽 위에서 안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