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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6178604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17-09-25
책 소개
목차
1악장 7쪽
2악장 105쪽
피날레 163쪽
작가의 말 215쪽
리뷰
책속에서
사실 딱 두 마디 말이었다. 나를 나로 볼 수 없게 만든 것은. 그 두 마디가 모든 것을 바꿔 버렸다. 나는 절대, 절대, 절대 그 말을 잊지 못할 것이다.
처음은 작년 미술 시간이었다. (…)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림 모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더구나 헨리한테는. 머릿속에 솜뭉치가 가득 찬 것만 같았다. 멀리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아서 안절부절못했다. 왜, 왜, 왜 이런 한심한 짓을 시키는 것일까? 수학은 필요하다. 외국어도 필요하다. 괴테나 실러, 페터 한트케와 막스 프리쉬 같은 대작가들의 책도 읽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햄릿》도. 하지만 잘 부스러지는 얇은 목탄 연필로 서로의 얼굴을 그리는 짓은 필요하지 않다.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이다.
그 순간 헨리가 중얼거렸다.
“아, 코가 특이하게 생겨서 그리기 엄청 힘들잖아.”
그는 이마를 잔뜩 찌푸리고서 뺨에 검은 목탄 얼룩을 묻힌 채 엉클어진 머리로 스케치북을 무릎에 올려놓고 앉아 있었다.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 느낌도 없었다. 아무 느낌도, 정말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세 번째로 엄마에게 질문을 던졌다. 엄마는 식기 세척기에서 그릇을 꺼내는 중이었고 나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온몸이 납덩이처럼 축 처져서.
“엄마, 엄마도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해? 나…… 못생겼어?”
나는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를 들으며 나직하게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당연히 아니지.”
엄마가 대답했다.
기계적으로.
하긴 달리 뭐라고 대답하겠어? 딸한테 대놓고 이렇게 말할 순 없잖아?
그래. 맞아. 넌 못생겼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단다. 그래도 이 세상엔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이 더 많아. 굶주리는 아이들, 에이즈, 또 전세금을 올려 달라는 우리 집 주인…….
나는 온 세상이 미워서 내 방으로 들어가 세상과 담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