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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6184315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18-01-19
책 소개
목차
1화 못된 며느리와 낙서 소동
2화 협상 상대는 요통으로 고생하는 전과자
3화 만화가 지망생과 사라진 유언장
4화 한심한 피고인과 소음 트러블
리뷰
책속에서
야나카긴자 상점가에서 데라마치로 이어지는 골목길로 들어서면 길 오른쪽에 고양이 찻집이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모와 딱히 좋아하지 않는 이모부가 이래저래 20년 동안 힘을 합쳐 열심히 운영하고 있는 카페다. 낡은 목조 주택을 개조한 산속 오두막 같은 가게에서는 예전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담쟁이덩굴로 감싸인 벽과 가게 앞에 어지러이 놓인 화분이 소박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가게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세 마리 있는데, 동네 고양이들이 자기 집인 양 몰려들어서 가게 안이나 입구 바깥에 늘어져 있는 그런 가게다.
내 사무소는 고양이 찻집과 연결돼 있다. 예전에는 가로막는 벽 없이 전통과자를 팔던 공간이었다. 사무소로 쓰기로 결정한 후 석고 보드로 칸막이를 세웠다.
나는 변호사로서 취업 활동에 실패했다.
‘사법 연수를 마친 후 로펌에 취업해서 기술을 연마한 후 독립’이라는 것이 변호사들의 통상적인 흐름이다. 동기 대다수는 사법 연수가 끝난 시점에 취업할 곳이 결정됐다. 하지만 나처럼 일부 낙오자는 취업할 곳이 결정되지 않은 채 열심히 구직 활동을 해야만 한다.
뽑아주기만 한다면 어디든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닥치는 대로 면접을 보고 돌아다닌 결과, 모조리 불합격. 기본금 없이 인센티브만 받는 계약직 변호사조차 되지 못해서 어찌할 바를 모를 때, 보다 못한 이모부가 사무소를 열면 된다며 내 등을 떠밀어주었다.
야나카, 네즈, 센다기를 한데 묶어서 ‘야네센’이라고 부른다. 닛포리 역 서쪽 지역이다. 이 일대는 전쟁이나 개발의 폐해를 비껴간 오래된 집이나 절이 늘어서 있어, 마치 시간 여행을 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닛포리 역 서쪽 출구에서 완만한 비탈길을 내려가면 앞쪽에 난 계단과 함께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이 계단은 ‘저녁놀 계단’이라 불리며, 저녁놀을 바라보기에 최고의 장소다. 더불어 야나카 일대는 고양이 마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고양이가 많다. 저녁놀 계단에도 집고양이나 길고양이가 모여 있어서 ‘저녁놀 냥냥’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계단 아래로 야나카긴자 상점가가 시작된다.
작은 상점이 연이어 있는 오래된 상점가인데, 텔레비전이나 잡지에 소개된 후 관광 명소가 돼서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좁은 골목길이 관광객으로 가득 찬다.
사람이 모이면 고양이도 모이기 마련이라, 민스 커틀릿이나 닭튀김을 먹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떨어뜨린 거라도 얻어먹으려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말 상점가는 사람이나 고양이로 발 디딜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