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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6201302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8-01-15
책 소개
목차
김민정 | 음반사를 떠났다 조명을 켰다
김자영 | 마케팅을 접었다 수의사가 되었다
김혜진 | 엔지니어를 관뒀다 플로리스트가 되었다
김호영 | 웹디자인을 접었다 가죽공방을 열었다
박근홍 | 출판사를 떠났다 무대로 갔다
안수향 | 편의점을 떠났다 카메라를 들었다
윤종배 | 상사맨을 접었다 목수가 되었다
장혜진 | 커피숍을 떠났다 책방을 열었다
정효열 | 아나운서를 관뒀다 식당을 열었다
황한나 | 연구소를 떠났다 차를 우린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좋은 기억이 더 많았던 직장을 그만둔 뒤 만난 현실은 지금까지도 출렁거린다. 안정된 재정 상황과 작별했다면 마음이 충만해져야 하는데, 밴드 멤버들과 늘 관계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그런 상태에서 만든 노래가 만족스러울 리도 없었다. 계속 노래를 이어가던 길에 적당히 자랑할 만한 작품이 나오긴 했지만 모든 작품은 평가가 따르기 마련이고 그 평가는 때때로 근홍씨를 아프게 만든다. 몇 해 관찰한 바 그는 전망이나 확신 같은 말들을 늘어놓기를 즐기는 낙관적인 사람이 아니고, 노래 말고 그가 잘하는 건 여러 사람 민망하게 빵 터뜨리는 자조적인 유머 같은 것들이다. 그런 사람이 일을 저질렀다면 이유를 묻는 것이 부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명확한 설명이 영원히 어려울 분야로 어쩔 수 없이 간 것이다.
박근홍 | 출판사를 떠났다 무대로 갔다
어린 날 손가락으로 네모를 만들어 하늘을 바라봤을 때 그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떠올린 순간 수향 씨는 눈물을 보였다. 사진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을 만큼 아름다웠다 했다. 중학교 시절 급식비 쪼개 평화로운 중고나라에서 무탈하게 건진 15만원짜리 필름 카메라 얘기로 넘어왔을 때야 표정이 돌아왔는데, 눈에 보이는 걸 죄다 찍었으나 엄청나게 못 찍었다고 지나치게 강조해서 말하면서 나를 웃겼다. 돌이켜보면 뭉클해지고 그러다 웃음이 터지기도 하는 기억을 수향 씨는 한 10년간 묻어뒀다. 대학 시절에는 알바하느라 바빴고 졸업한 뒤에는 편의점 본사에 들어가 주말 없이 일하는 유통업자로 사느라 바빠 엄두도 못 냈다. 그러다 건강에 적신호가 왔을 때 거꾸로 정신이 맑아졌다. 회사를 관두기로 했고 잠을 좀 더 자기로 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었다.
안수향 | 편의점을 떠났다 카메라를 들었다
효열 씨는 요새 점심 영업을 앞두고 아침마다 식재료를 다듬으면서 생각한다. 아나운서 할 때는 화장이 잘 먹으면 좋았는데 요새는 고수가 싱싱할 때 그렇게 행복하다. 전에는 철저히 준비해 긴장을 잔뜩 안고 진행하고 질문하는 매체 종사자였지만 이제는 찾아온 매체 앞에서 진솔하게 삶을 들려줄 기회가 생긴다. 물론 몸은 전보다 훨씬 힘들다. 그러나 이제는 호기심과 모험심을 억누르지 않아도 된다. 옆에는 가족 같은 친구이자 든든한 동료가 있다. 효열 씨는 더 아름답게 사는 대신 더 자연스럽게 사는 방법을 택했다.
정효열 | 아나운서를 관뒀다 식당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