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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여성인물
· ISBN : 9791196201319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8-06-30
책 소개
목차
“나는 펑크야”
김민정(에고펑션에러) | 라이엇 걸
“여자 드러머가 뭐?”
백수정 | 여성 연주자, 활동가, 그리고 사업가
“이제는 말할 때마다 떨지 않는다”
소히 | 고백하는 생존자
“오디션보다 페미니즘이 먼저였어요”
안예은 | 트페미 K팝스타
“왜 나만 미안한 걸까”
연리목 | 엄마가 된 음악가
“아프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
오지은 | 언어의 마법사
“단 한 번도 원한 적 없었던 이름”
요조 | 목소리를 찾은 구 홍대 여신
“제가 여기 껴도 되는 걸까요?”
유병덕(9와 숫자들) | 아직 조심스러운 페미니스트
“여전히 쑥스럽지만 여성학 석사입니다”
흐른 | 여성 음악가를 연구한 여성 음악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말을 글로 옮기는 동안 나는 전달자로서 좀 괴로웠다. 그건 쓰는 사람한테 늘 따라다니는 직업적인 고통이다. 하지만 말을 글로 맺으면서 페미니스트로서 많이 행복했다. 그건 전까지 없었던 자기 긍정이자 새롭게 획득한 자부심이다. 내가 만난 음악가에겐 두 개의 목소리가 있다. 그래서 음악을 화두로 노래의 기쁨과 슬픔을 말하고, 여성을 화두로 과거를 돌아보고 오늘의 용기와 바라는 미래를 나눈다. 앞으로도 그들 모두의 삶에서 계속될 이야기의 허리 쯤에 나는 잠시 다녀왔다. 거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거기엔 심지어 나도 있었다. 나는 부족할지언정 혼자가 아니다.
김민정은 에고펑션에러에 합류하면서 최소 10년은 하겠다고 멤버들과 약속했다. 벌써 6년이 지났고 남은 기간까지 반드시 지킬 의무가 있지만 사실 그럴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세월의 흐름을 외면하고 계속해서 음악을 원하는 존재로 살까봐, 그러다 무대가 어울리지 않는 존재로 늙을까봐 두렵다. 막연한 공포는 페미니즘을 만난 뒤 확실한 문제의식이 되었다. 나이에 대한 불안을 모르고 무대에 오르는 언니들은 진짜 손에 꼽을 만하다. 여성은 이렇게 무대에서 통하는 수명을 걱정하는데, 20-30년씩 활동하는 남자 선배들은 엄청 많다. 왜 여성은 노래를 지속하기 어려울까.
언젠가 백수정은 썼다. “여자치고 세다, 내가 본 여자 중에 제일 세게 친다…. 제발 닥쳐줘. 스틱으로 호박 깨버리기 전에.” 백수정이 남성으로부터 자주 듣는 애매한 칭찬은 또 있다. “밴드해요? 키보드 같은 거 치지 않아요?” “드럼 안 치게 생겼는데.” 자기만 그럴까.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밴드한다 소개할 때면 제딴에는 칭찬이라고 돌려주는 이런 반응이 여성 드러머에게는 꽤 익숙할 것이라고 백수정은 생각한다. 밴드하는 여성에 대한 환상과 추측은 그렇게 정해져 있고, 그게 깨지면 늘 사람들은 예측 가능한 낡은 말을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