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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6254650
· 쪽수 : 530쪽
· 출판일 : 2023-06-22
책 소개
목차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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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서설, ‘조선朝鮮’의 유래
■상편/조선학의 기원과 역사
1, 서문
2, 조선의 유명론자‘들’
원효/이규보/일연/세종 이도/김시습/서경덕/허균/홍대용/연망 박지원
3, 조선 멸망의 원인
가, 내부요인
나, 외부요인
4, 조선학은 어떻게 명맥을 이어왔나
■하편/청년 임화와 조선학
본문에 대한 개관
제1부, 단편서사시론/서사시인으로서의 임화
1-1, 임화 ‘단편소사시’의 성공 요소는 무엇인가
1-2, 김동석의 기혹한 임화 비판은 과연 온당했나
제2부, 조선적 내러티브의 탄생/비평사가로서의 임화
2-1, ‘이식문학론’에 대한 해명
2-2, ‘조선적’ 리얼리즘의 성취
제3부, 현실주의 언어관/언어사상가로서의 임화
3-1, 문제제기
3-2, 임화, 그는 누구인가
3-3, 임화의 ‘조선학’ 운동
3-4, 임화의 현실주의 언어관
3-5, 결어
대결어(또는 요약)
참고문헌
■부록1, 산경山經, 판타지 또는 타자적 언어의식
■부록2, 임화의 소설론/루카치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읽기자료1, ‘네거리의 순이’ 외 3편
■읽기자료2,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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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
우리가 다음 말에서 보다시피, 임화의 정신 특히, 조선 민중의 삶에 기반한 조선적 리얼리즘에 대한 관심도 관심이지만, 그 예술적 차원에서의 조선의 민족적 형식에 대한 사유는 조선문예사상 일대 ‘이론화theorizing’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대체 왜 이론화인지...그것은 뭐 우리에게는 아직도 우리 것을 우리의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하나의 설명가능한 도구로서의 이론a theory as an exponible tools이 없었기 때문인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임화의 이론적 성취는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이식문화사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고, 다음 글 또한 마찬가집니다.
"동경에서는 벚꽃이 삼월 초에 피지만 경성에서는 사월 하순에 피고, 내지에서는 밀감이 열리지만 조선에서는 열리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경성의 벚꽃을 삼월 초에 피우려 한들 불가능한 것이다. 밀감을 일부러 조선에 가져올 필요는 없는 것이다...결국 조선문학은 우리 본래의 독특한 방식의 소산이다. 사람들은 객관적으로는 같은 세계에 살고 있으면서도 주관적으로는 다른 환경을 체험한다...이 체험이 이른바 '우리만의 현실'이고, 이 현실 속에서 전혀 새로운 인간이 형성되매, 그런 사람 가운데서 또한 새로운 사고방식이나 정감이, 독특한 양식이 생겨난다."(밑줄-글쓴이)
-1940. 7. '현대 조선문학의 환경'(일문)
자, 여기 동경에서는 벚꽃이 삼월 초에 피고 또한 밀감이 열리지만 경성에서는 사월 하순에 벚꽃이 피고 밀감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한 인식으로, 이것은 실증주의 사회학자 꽁트의 영향을 받은 문예비평가 이폴리트 테느의 ‘환경’결정론이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당시 임화에게도 익히 알려진 철학으로 그는 <신문학사의 방법>(1940.1)에서 “환경이라고 할 것 같으면 우리는 곧 테느A.H Taine의 밀리외milieu를 생각한다.”라고 한 그를 통해 테느의 문학사회학 이론이 이미 1930년대에 자세히 소개되어 한국문학 비평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테느는 자신의 주저 <예술철학>에서 “예술작품과 그것이 태어난 환경 사이에는 정확한 호응관계가 존재한다”고 했던 것으로, 그러나 이것은 비록 객관적 사실이라 해도 전면적 진실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먼 예술은 객관과 주관, 사실과 가치의 교섭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테느는 자연과 인간을 ‘운명적으로’ 일치하는 것으로 보았다먼 임화는 다르지 않으먼서도不二 그렇다고 같은 것은 아니다不一라고 본 것인데, 그것은 임화의 말대로 자연적 환경과 문학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임화는 “사람들은 객관적으로는 같은 세계에 살고 있으면서도 주관적으로는 다른 환경을 체험한다.”라고 했던 것인데, 이것은 당시 일제 강점기라는 현실을 염두에 둔 임화의 정치적 무의식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매우 중요한 발언입니다. 그러니까 이 대목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임화가 테느의 환경결정론에 도사린 숙명의식 또는 패배의식으로서의 식민지배의 순응 논리를 결정적으로 비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화는 이렇게 우리가 비록 같은 시대에, 같은 땅에 살고 있다지만 그들과 우리는 엄연히 하나의 대자적 자기의식으로 다른 ‘주관적’ 환경을 체험하며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순응과 찬양을 바쳐야 하는 그들과 그들로부터 해방과 독립을 해야 하는 조선의 모순적 환경입니다. 바로 여기에 조선의 ‘식민적’ 후진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임화의 문화교섭론으로서의 이식문화론이 자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임화의 이식문화론은 ‘객체’에 매몰된 자연주의적 결정론이 아니라 ‘주체’를 중심에 둔 인문주의적 형성론입니다.
그리하여 제국주의의 발악으로 치닫던 1940년대초 암흑의 시기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의 임화는 ‘조선의 것’을 생각하고 조선만의 고유한 사고와 정서, 양식을 생각하고 앞서서 실천하였으니, 여기 본문의 밑줄에서 두드러진 표현은 바로 ‘독특한 방식’과 ‘독특한 양식’입니다. 잘 알다시피, 단어는 하나의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이것은 분명 하나의 사상가로서의 임화만의 독특한 관점을 보여주는 명시적 표현으로 볼 때에 있어서, 왜 그가 하나의 ‘한국형 서사체’의 형성과정에서 서사시인으로 단편서사시를 구워내고, 또한 비평사가로서 서사민요를 주목했는지, 이뿐만 아니라 그 또한 하나의 언어사상가로서-이 부분은 그동안 김재용 김재용, ‘프로문학 시절의 임화와 문학어로서의 민족어’, <임화문학연구>, 소명출판, 2009.
등이 부분적인 관심을 표한 적이 있으나 본격적으로 연구된 적이 없는 것으로-왜 그가 이런 양식들을 가능하게 하는 조선 민중의 일상어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지, 이는 김재용의 말 동일서
대로 당시 프로문학가들 중에서 언어에 관한 글을 남긴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을 고려하먼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으로, 글쓴이가 보건대, 임화는 조선의 바흐친에 해당하는 산문작가이자 언어철학자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언어사회학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인식은 매우 두터웠던 것으로, 그것은 무엇보다 민중의 관점에 서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의를 지닌 것입니다.
-‘본론에 대한 개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