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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91196254643
· 쪽수 : 396쪽
· 출판일 : 2022-09-07
책 소개
목차
추천사
독자에게
일러두기
이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기본 용어 설명
서문, 왜 김수영인가/
1, 현상은 본질을 흐리게 한다
2, 한국 평단의 편향된 세계 인식과 거대한 진실
3, 김수영이 놓인 사상사적 위치
본문 개관/
제1장, 김수영의 바다로 흘러들어간 서구 지성의 강물/
서언/
1-1, 김수영 초기시의 정치사회적 배경/
1-2, 사물의 본질에 대한 진지에의 추구/
마무리/
제2장, 김수영의 작품에 흐르고 있는 동양적 사유의 물결/
서언/
2-1, 김수영 사유의 외재적 기원/
2-2, 김수영 사유의 내재적 기원/
마무리/
제3장, 한국의 정신, 한국적 사유는 어티케 개화되었나/
서언/
3-1, 한국 근대민족주의의 내재적 기원과 동학, 신동엽의 서사시/
3-2, 마침내 도달한 한국적 자생 철학과 김수영의 산문시/
마무리/
결어(또는 요약)/
참고문헌 및 기타/
■읽기자료/
-세계의 명화‘기생충’과 작품에 있어서의 사상의 중요성
■보론/
-한국형 서사체로서의‘산문시’의 역사적 의미
후기/
색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
자, 그리하여 나는 이제부터 이와 관련하여 유명론적 사실주의자로서 계몽적 성격을 지닌 김수영 시의 가장 중요한 형식적 특징으로 볼 수 있는‘산문시’에 대해 얘기해 보것거니와, 이것은 나에게는 사실 가장 중요한 이 글의 진정한 화두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것은 뭐 이런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 프랑스의 자존심이라 일컫는 구조주의 철학자 푸코가 어느 날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서 벨라스케스의‘시녀들'에 매혹당한 뒤 후일 이 그림이 <말과 사물>을 쓰게 하는데 하나의 촉매제로 결정적인 모티프가 되었음을 고백 미셸 푸코, <상당한 위험 글쓰기에 대하여>, 그린비, 2021
하고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그는 아주 오랫동안 말없이 이 그림을 바라보았는데, 다시 말해 언젠가 훗날 이 그림에 대해 말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모한 채 지내다가 우연히 이것을 떠올리고는 거기 유명한 서문과 함께‘시녀들’로 시작하는 <말과 사물>이라는 걸작을 쓰게 되었다는 것처럼,
꼭 그처럼 나 또한 그 알 수 없는 어떤 우연한 인연(→후기 참조)으로 학부 시절 김수영을 만난 이후, 어느 날 김수영의 전집을 정독하다가 특히‘시여, 침을 뱉어라-힘으로서의 시의 존재’라는 산문에서 저항할 수 없는 그 무엇에 감전이 되어 땅이 꺼지고 숨이 멎는 충격을 경험했음을 고백하거니와, 그리하여 나 또한 그때에 받은 충격이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에도 멈추지 않고 흐르다가 오늘 이렇게 <철학자 김수영>을 쓰게 될 하나의 촉매제로서의 결정적인 모티브를 얻게 되었던 것이니, 이것은 무슨 귀신에 들리고 뮤즈에 홀린 것처럼 나에게는 참으로 신기한 존재론적 체험이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시작(詩作)은‘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몸’으로 하는 것이다.‘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밀고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도 유명한 ‘온몸의 시학’에 해당하는 바로‘그’장면이거니와, 그러먼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또한,
시에 있어서의 모험이란 말은 세계의 개진, 하이데거가 말한 ‘대지의 은폐’의 반대되는 말이다...산문이란, 세계의 개진이다...시의 본질은 이러한 개진과 은폐의, 세계와 대지의 양극의 긴장 위에 서 있는 것이다
라는 대목에서 도대체 하이데거가 어디에서 이런 멋진 말들을 했단 말인지-무론 이것은 김수영을 사로잡은 하이데거의 유명한 릴케 시론‘무엇을 위한 시인인가?’(하이데거, <숲길>, 신상희 역, 나남)와 예술의 본질에 대한 유명한 담론인‘예술작품의 근원’을 자양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궁금하기도 했거니와, 중요한 것은 김수영이 이렇게 하나의 원형모델이라 할 하이데거를 넘어 또 하나의 창조적 모방의 형태로 그만의 한국적 시론과 문학론이라는 빛나는 금줄을 놓았다는 점이요, 더욱 중요한 것은,
현대에 있어서는 시뿐만이 아니라 소설까지도 모험의 발견으로서 자기 형성의 차원에서 그의‘새로움’을 제시하는 것이 문학자의 의무로 되어 있다. 지극히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말이지만 나는 소설을 쓰는 마음으로 시를 쓰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산문을 도입하고 있고, 내용의 면에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유가 없다. (밑줄-글쓴이)
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금편처럼 반짝이는 문장 속에서도 나의 맴을 결정적으로 사로잡은 그 문장은 바로“나는 소설을 쓰는 마음으로 시를 쓰고 있다”는 문장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상징으로 저 마술적 리얼리즘에 빛나는 마르께스의 걸작 <백년의 고독>의 주제가 “아우렐리아노, 마콘도에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라는 상징적 묘사에 다 담겨 있듯이, 한국의 철학자 김수영의 사상은 이 한 문장 안에 다 담겨 있다고 나는 그렇게 보았던 것입니다.
자, 이것은 나 또한 별 수 없는 인간으로 솔직히 말하거니와, 김수영의 빛나는 이 시론, '시여, 침을 뱉어라'를 통해 우선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도 인자 선진국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그러니까 그것은 저 어두운 새벽 어딘가에서 범종과도 같이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굉대한 자부심의 음파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나 또한 이론께나 한다고 문예이론의 도깨비시장에서 이 책 저 책 수많은 비평서와 철학서들을 두더지처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김수영의 이 시론만큼 시론, 문학론, 예술론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준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그의 시론은 참신하고 독보적인데다가 무엇보다 그 '세계성'을 얻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은 저 원효의 일종一宗에, 저 <금강삼매경론>에, 대신주 대명주 대명명주에 비할만한 것으로 민족미학사의 일대 쾌거이자 세계적인 미적 성취가 아닌가 말입니다. 이것은 스승 하이데거도, 저 <미학>의 대가 헤겔도 분명 미소를 던질 만한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