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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국내 여행에세이
· ISBN : 9791196379551
· 쪽수 : 374쪽
· 출판일 : 2022-04-25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1부 육백 리 귀향길
1 서울의 경복궁을 출발하다
2 강남에서 남양주로 팔당에서 만난 두 개의 멋진 풍경
3 남양주에서 양평으로 중앙선의 옛 철로가 만들어낸 풍경을 따라
4 양평에서 여주로 여주보에 다채로운 불빛 쇼가 펼쳐지다
5 여주에서 원주로 남한강가 산속 오솔길을 걷다
6 원주에서 충주로 도도히 흐르는 남한강
7 충주에서 단양으로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벗어나 육백 리 귀향길을 개척하다
8 단양에서 영주로 대재를 넘어 허허벌판 고난의 길을 지나
9 마을 길 굽이굽이 넘어 드디어 안동 도산서원!
2부 나의 길, 우리의 길
1 내 삶에 들어온 퇴계 선생 마지막 귀향길
2 역사의 길, 휴식의 길
리뷰
책속에서
덕소에서 팔당 강물 위로 전개되는 도성의 북쪽 산 경치, 양평 용문산과 추읍산의 세모꼴 형태미, 이포보의 해지는 낙조, 신륵사의 일출, 소백산의 녹음이 물드는 산 변화 등을 온몸으로 즐겼다. 퇴계가 존숭한 주희(朱熹)가 무이산에 은거하며 남긴 ‘무이산수쾌락(武夷山水快樂)’이 떠올랐다.
걸으며 다가오고 지나치는 한강-남한강도 해가 뜨고 지는 짧은 시간 못지않게 변화했다. 여울지는 봄 강의 아침, 물안개 지는 풍광은 걸음마다 바뀌는 게 신비롭기까지 했다. 남한강대교에서 강원도 원주와 충청북도 충주 사이, 그 강 풍경도 사생했다. 이기봉 박사는 부론 지역의 여울을 남한강에서 눈과 귀로 살필 수 있는 가장 으뜸이라 한다.
동호대교 중간쯤에서 뒤로 돌아 북쪽을 한번 바라본다. 지금은 아파트숲으로 변했지만 그래도 북쪽의 매봉(鷹峯)을 중심으로 산줄기가 좌우로 둘러싼 아늑함이 조금은 남아 있다. 남산 오른편으로 북한산 능선들이 아스라이 겹쳐지며 아직도 봐줄 만한 한 폭의 그림이다. 해질녘 하늘 아래 보현봉과 삼각산 능선이 아름답다.
그 옛날 두뭇개나루 앞에는 거대한 모래섬 저자도(渚子島)가 있었고, 나루와 섬 사이의 한강은 호수같이 깊고 잔잔해서 뱃놀이를 하기에 딱 좋았다. 그래서 이곳을 서울 동쪽에 있는 호수란 뜻의 ‘동호(東湖)’라고 불렀다. 동호에 배 띄우고 저자도 모래섬에 내려 이별시를 주고받던 풍경, 지금으로부터 450여 년 전인 1569년 3월 5일 오전, 떠나가는 퇴계 선생과 떠나감을 아쉬워하던 고위 관료들 사이에 벌어졌던 풍경이다.
1월 한겨울, 한강 여울 곳곳에 큰 고니가 둥둥 떠다니고 빨갛게 물든 서쪽 하늘의 저녁노을이 한창이었다. 여기저기 사진작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카메라의 셔터를 연신 누르고 있다. ‘저분들이 고니가 둥둥 떠다니는 노을 진 저 풍경을 기다리고 있었구나!’ 4월 팔당의 노을 진 여울 풍경은 그때만큼은 아니었다. 그래도 멋있긴 멋있더라. 더 멀리 눈길을 던지면 또 하나의 멋진 풍경이 우리를 기다린다. 회색의 거대한 서울 대도시 위로 도봉산에서 시작되어 북한산의 인수봉을 거쳐 내달리다 경복궁의 북악산에서 갑자기 끝나는 하얗고 푸른 산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진짜 긴 파노라마 사진에서나 보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