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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6393106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쑥 - 봄에 대한 첫 기억
봄나물 - 아직 땅이 제대로 안 풀렸을 때
머위 - 먼 산에 연두색 기운이 둘러쌀 때쯤
호박 - 따듯한 봄날에 씨를 넣는
부추 - 부드러운 오월의 솔
죽순 - 여름이 오기 전
가지·오이 - 아침 공기가 보드랍기 그지없는 초여름
부각 - 초여름 한낮의 고요한 식사
쌀밥 - 여름 모내기철
산딸기 - 소나기가 한 줄금 훑고 지나간 초여름 오후
메밀 - 유월에서 칠월초쯤
방아잎 - 유월 장마철
감자 - 모내기철이 얼추 끝나갈 무렵
보리밥 - 풍만했던 그 여름의 맛
동부 - 불볕 더위
계란 - 무더운 여름날의 한낮
다슬기탕 - 불볕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계절, 칠팔월
추어탕 - 가을 걷이 때
토란 - 한여름의 토란밭
더덕 - 잎이 노랗게 시들기 시작할 때부터
감 - 한여름 더위가 시나브로 물러가고
고들빼기 - 가을 들녘에서 독야청청 푸른 것
시래기 - 찬바람이 설렁설렁 부는 깊은 가을에서 겨울
무 - 이렇게 추운 밤에 이렇게 배고픈 밤에
고구마 - 겨울밤 간식거리로
콩 - 음력으로 이월 초하루께쯤
초피 - 가을에 껍질과 씨를 말려
책속에서
-나는 다만 자연의 아이였을 뿐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의 지명은 전라남도 곡성이지만 내 고향은 곡성이라기보다 자연이다. 내게 먹을 것을 끊임없이 내보내준 흙과 물과 공기와 햇빛과 별빛과 새소리와 꽃향기……. 그것들이 나를 키웠다. 그것은 경상도 봉화에서 태어난 이도 그럴 것이고 삼천포에서 태어난 이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다만 하루하루 밤과 낮을 보내면서 자연이 준 먹거리를 먹으며 산다. 봉화사람은 봉화가 키운 게 아니고 봉화의 자연이 키웠다. 곡성 사람인 나도 그렇다. 나는 다만 자연의 아이였을 뿐이다. 자연의 아이들은 비 오면 비 온다고 가슴 설레고, 해 나면 해 난다고, 밤 되면 밤 온다고 혼자 가슴 두근거리게 되어 있다. 그것이 그렇다.
-인생의 쓴맛을 달래주는 머구
인생사 버거울 때 우리는 그래서 목구멍을 치받고 올라오는 체기 같은 울음도 ‘얼릉얼릉’ 꿀꺽꿀꺽 삼켜버릴 줄 알게 되었다. 된장에 무친 머구 삼키듯이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쓴내보다 더 비릿한 인생의 풋내 때문에 몸을 떨어야 할 일이 오게 되고야 말 것을 알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