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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6421281
· 쪽수 : 41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가 살짝 미소를 머금더니 내 뺨에 키스하려 했다.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다가 그의 입술이 내 입가에 닿고 말았다. 그에게서 코코넛 오일 향이 났다.
깜짝 놀란 그의 얼굴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동작을 멈추더니 다시 내 뺨에 입술을 댔다. 감미로운 그의 입술이 닿자 내 피부는 불이 붙은 듯 벌게졌다. 몸속 한가운데로 따뜻함이 뚫고 들어왔다. 나는 아스윈에게로 몸을 바짝 기울였다. 근래 들어 처음으로 몸 내부의 한기가 녹고 혼불이 제대로 타올랐다.
아스윈이 물러났다. 그러자 냉기가 다시 몸속으로 몰아쳤다. 나는 갈망하듯 입을 살짝 벌린 채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내 반응을 살피다가 그대로 멀어져 갔다.
방금 우리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나는……, 나는 그에게 키스를 허락했다. 두 번째다.
나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감쌌다. 보이더가 차가운 불길을 내 몸속으로 불어넣기 전에 내 능력은 눈에 띄게 성장 중이었다. 나는 혼불과 자연의 불을 모두 지배할 수 있었다. 야생에서 넘실거리는 불은 내 명령에 몸을 사렸다. 맹렬한 불길은 내 발밑에 인사를 하며 잉걸불이 됐다. 나는 불의 용을 불러내 그 등에 올라탈 수도 있었다. 거울 속 내 눈동자의 파란 불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저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 마음 편히 무시해 버리면 된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기억은 머릿속에 각인됐고 몸 안의 냉기는 좀체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멈추더니 어깨너머로 나를 바라봤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이 그림자에 반쯤 덮여 있었다. “왕자와 언제부터 그런 사이……?”
“이레스에서 우리는 친구가 됐어요.” 내가 말했다.
“그럼 방금 그 광경은 뭐죠? 결혼 후를 위해 연습 중이었나요?”
“그건…….” 실수예요. 하지만 내 변명은 그의 상처를 더 깊게 만들 것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아스윈과 가까이 있으면 내 몸속의 냉기가 진정됐다. 그러나 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 봤자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스스로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니까.
“그를 사랑하나요?” 내가 대답하지 못하자 데븐은 으스스할 정도로 감정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