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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있던 자리에

우리가 있던 자리에

니나 라쿠르 (지은이), 임슬애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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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있던 자리에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우리가 있던 자리에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7461408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21-05-13

책 소개

<우린 괜찮아>로 2018 프린츠상을 수상한 뒤 평단의 인정과 대중의 인기를 동시에 얻은 작가 니나 라쿠르의 놀라운 데뷔작이다.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순식간에 우리를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저자소개

니나 라쿠르 (지은이)    정보 더보기
데뷔작부터 시작해 발표하는 소설마다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다. 2012년 《더 디스인챈트먼트스The Disenchantments》가 미국 서평 잡지 <커커스 리뷰>의 베스트 청소년 도서로 선정된 이후 2018년 《우린 괜찮아》가 미국도서관협회에서 한해 가장 훌륭한 청소년 소설에 수여하는 프린츠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인정을 받았고,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으며 대중의 인기를 동시에 얻었다. 국내에서는 해당 도서가 2020년 청소년 교양도서로 선정되어 한국 독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우리가 있던 자리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감정들을 다루는 저자의 솜씨가 유감없이 드러난 작품이다.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수여하는 윌리엄모리스어워드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으며, 저자는 이 소설로 퍼블리셔스 위클리 플라잉 스타에 선정되었다. 카메라 렌즈로 삶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십 대 ‘케이틀린’이 단짝 친구의 죽음을 겪은 후 자신만의 트리하우스를 만들어 나가는 사계절을 담았다. 2009년 출간된 이후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2019년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사랑하는 아내 크리스틴, 그리고 딸과 함께 지내고 있다. ninalac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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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슬애 (옮긴이)    정보 더보기
고려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 번역을 공부하고 현재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두 번째 장소』, 『영광』,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1890』, 『더 로스트 키친』, 『어른의 중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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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지금은 새벽 3시다. 조명이나 플래시, 고감도 필름 없이 사진을 찍기에 적격인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사진을 찍는다. 지금쯤이면 운전하는 법을 알아야 마땅한 네모난 회색 자동차의 후드에 걸터앉아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카메라를 들고, 구름이 가로막기 전에 달 사진을 찍어보려고 하는 중이다. 느린 셔터속도로 한 장 한 장 찍다 보니 달은 사라지고 하늘은 새까맣다.
몸을 일으키자 자동차가 삐걱거린다. 차 문을 열고 뒷좌석에 올라타니 앓는 소리를 낸다. 나는 잠금장치를 누른 다음 패브릭 시트 위에 자리 잡고 몸을 둥글게 만다.
5시간 후에는 괜찮아져야 한다.
15분이 흐른다. 앞좌석의 인조 모피로 된 시트커버에서 털을 뜯어낸다. 좋아하는 시트커버지만, 손가락을 멈출 수가 없다. 흰색 털이 뭉텅이로 빠져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4시 반이 될 때까지 나는 대여섯 번이나 몸부림을 치고, 나 자신을 못 견뎌 두통을 앓고, 입에 주먹을 넣은 채 소리를 지른다. 내 몸을 짓누르는 압박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 잠들 수 있다.
집 안에 불이 켜진다. 내 방이다. 그다음에는 부엌 불이 켜진다. 마침내 현관문이 휙 열리며 등장한 엄마가 가운 옷깃을 여미며 다가온다. 나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들어가 점멸등을 두 번 깜빡이고, 엄마는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이제 카메라에는 필름이 한 장 남았다. 나는 앞 유리 너머로 보이는, 전등이 두 개만 켜진 어두운 집의 사진을 찍는다. 제목은 <우리 집, 새벽 5시 23분>이라고 붙일 것이다. 먼 훗날, 가만히 있어도 머리가 지끈거리지 않는 날이 오면, 이 사진을 보며 대체 왜 그랬는지 이해해보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 집에 돌아온 후로 밤마다 집 앞에 세워진 추운 자동차 속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었는지,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따뜻한 집과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부모님이 있는데.
6시쯤 나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아빠가 차 유리를 똑똑 두들겨 나를 깨운다. 눈을 뜨자 아침 햇살이 환하다. 아빠는 이미 정장 차림이다. “눈보라가 쳤나 보네.” 아빠가 말한다.
시트커버의 등받이 부분 털이 전부 빠져 있다. 손이 저릿하다.


오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날의 기억.
9학년, 신입생 시절. 1교시. 나는 처음 보는 여자아이 옆에 앉았다. 그 아이는 일기 같은 것을 끄적이며 구불구불한 곡선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내가 옆자리에 앉자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아이의 귀걸이가 마음에 들었다. 빨갛고 단추 같은 모양이었다.
1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전교생이 체육관에 바글바글 모여 넬슨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들었다. 교장 선생님은 얼굴은 둥글고 입은 작고 눈은 거대했다. 머리가 벗어지는 중이었는데, 남은 머리는 우부룩했다. 인간이 부엉이처럼 생길 수 있다면 분명 그런 모습일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체육관에서 나는 길을 잃은 듯한 심정이었고, 중학교 때 알던 아이들도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살면서 한 번도 필름 사진을 찍어본 적 없었고 예술에 대해 배운 적도 없었지만, 체육관을 벗어나 델라니 선생님의 사진 수업 교실에 있자니 조금 전보다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선생님은 출석부 차례대로 이름을 부르며 메모를 하고 시간을 질질 끌었다. 나는 옆에 앉아 있던 애가 노트를 찢어 무언가 적는 모습을 봤다. 그 애는 내 쪽으로 쪽지를 밀었다.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 짓거리를 4년이나 해야 한다고? 신이시여, 우리를 구해주소서.
나는 그 애의 펜을 잡고 뭔가 재치 있는 말을 생각해내려 애썼다. 그날의 나는 새로운 나, 더 용감한 나였다. 움직일 때마다 짤랑거리는 팔찌도 하고 있었다.
나도 답 쪽지를 썼다. 우리 학교 다니는 남자애 중 한 명이랑 키스해야 한다면, 누구랑 할 거야?
그 애는 바로 답했다. 당연히 교장 선생님이지. 진짜 잘생겼잖아!
그걸 읽은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웃음소리를 기침 소리로 위장하려고 했다. 출석부를 보던 델라니 선생님이 고개를 들어, 자기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모두 성인이니 잠깐 나가서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에 가기 위해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나는 교실 밖으로 나가며 내 머리가 얼마나 찰랑찰랑한지, 바지는 얼마나 핏이 좋은지, 팔찌에서 나는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은지에 도취했다. 몸을 구부리고 식수대에서 차가운 물을 마시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이거야. 이제야 내 인생이 시작되는구나. 내 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새로운 쪽지가 있었고, 이렇게 적혀있었다. 난 잉그리드.
나도 답했다. 나는 케이틀린.
그리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나 쉬웠다.


다음 날 아침, 아빠는 차 유리를 똑똑 두들겨 나를 잠에서 깨운다. 나는 한밤중에 다시 자동차로 와서 여기서 잤다.
“깜짝 선물이 있어.” 닫힌 창문 때문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아빠의 목소리가 작게 들린다. “저쪽에 있단다.”
“뭔데?” 나는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목소리도 겨우 나온다.
“직접 와서 봐.”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다.
나는 잠겨있던 차 문을 열고 대낮의 햇빛 아래로 나온다. 이를 닦고 싶다.
아빠는 손으로 내 눈을 가리고 나를 차 반대편으로 데려간다. 얇은 슬리퍼 바닥 밑으로 진입로에 깔린 조약돌이 느껴지고, 그다음에는 집 옆의 잔디밭에 놓인 디딤돌이, 마침내 잔디의 감촉이 느껴진다. 이제 우리는 뒷마당에 있다. 우리 집은 건물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 로스 세로스에 있는 다른 주택과 마찬가지로 새로 지은 커다랗고 밋밋한 건물이지만, 마당만은 아주 멋지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 양옆으로 온갖 채소와 꽃이 자라고, 부모님은 주말이면 이곳에서 몇 시간이고 식물을 가꾼다. 마당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길에 서서 집 반대편을 바라보면 그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마당은 저 멀리, 아주 멀리까지 펼쳐져 있다. 언덕이 오르락내리락, 오래된 참나무가 여러 그루 솟아 있다.
아빠는 내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운 다음 팔을 뒤로 쓱 빼며, 집과 정원 사이의 벽돌 테라스에 놓인 높은 목재 더미를 가리킨다. 목재는 길이가 최소 3미터는 될 듯한 널빤지 모양이다. 아빠는 거대한 목재 더미 앞에 서서 자랑스레 웃고 있다. 내게 피지섬에 있는 별장과 섬까지 타고 갈 개인 비행기라도 사 준 것처럼.
“나무잖아.”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
“사포질까지 다 한 거야. 최고급 톱도 주문해놨다. 월요일에 도착한대.”
“이걸로 뭘 하라고?”
아빠는 어깨를 으쓱한다. “나야 모르지. 전문가는 너잖아.”
부모님은 내게 손재주가 있다는 허무맹랑한 착각을 하고 있다. 근거는 딱 하나다. 내가 옛날에 여름 공예 캠프에 가서 만들어 온 나무 사다리가 꽤 괜찮았다는 것.
“그거 백만 년 전 이야기야.” 나는 아빠에게 상기한다. “캠프 갔을 때 난 열두 살이었다고.”
“금방 감이 돌아올 거야.”
“많이도 샀네.”
“필요하면 얼마든지 더 있다. 이것만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머리를 위아래로 주억거리는 것뿐이다. 내 말은, 이게 다 무슨 난리인지 안다는 뜻이다. 부모님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나에 대해 의논하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나는 부모님이 심리치료의 대안으로 목재를 준비했다는 것을 안다. 아빠는 이 대단한 선물을 통해 내가 잠시나마 나의 난장판 인생을 잊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빠는 한 곳에 서서 희망 가득한 얼굴로 내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나는 목재 더미로 가서 맨 위에 있는 널빤지를 손가락으로 훑어보고 손등으로 똑똑 두들겨 본다. 아빠의 시선이 느껴진다. 고개를 들고 억지 미소를 짓는다.
“좋아.” 아빠가 말한다, 결론이 났다는 듯 결연한 목소리로.
“응.” 나는 답한다, 이해한다는 듯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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