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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7469473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2-07-01
책 소개
목차
1부. 주술
첫 번째 _ 의술의 원형
신화, 최초의 의술 / 온갖 좋다는 약 다 써 봐도… / 병은 들고〔入〕 낫고〔出〕, 약은 입고〔服〕… / 온 집안, 온 마을이 구신 천지라… / 향香, 혼을 부르는…
두 번째 _ 외경·신명·해학
살煞, 두려움의 지혜 / 신명神明을 부르는 모성애, 바가지와 정화수 / 장승벅수와 해학 / 풍류와 저항
세 번째 _ 종교문화와 의술
무교 / 불교 / 유교 / 기독교 / 병듦과 종교
네 번째 _ 민족의학
한韓의학과 한漢의학 / 중국의 의학과는 다른, 동의東醫와 향약鄕藥 / 상징과 전통의술 / 민족의학의 뿌리 / 의료와 정치
다섯 번째 _ 감염병과 구시대
정치의 실패 / 음양오행과 세균 / 콜레라 귀신과 무당 굿하는 소리 / 유의儒醫 / 닫힌〔未開〕 사회와 초대하지 않은 손님
여섯 번째 _ 근대의학과 식민지근대화론
보건위생개혁과 구시대의 종말 / 식민의학과 체계장벽 / 계시와 객관성
2부. 의술
첫 번째 _ 검은 죽음이 잉태한 근대인
마카브르macabre, 죽음의 승리 / 인문주의〔Humnism〕의 탄생 / 천상에서 지상으로 / 개인주의 / 난학과 일본의 근대화 / 근대와 모국어 / 조어·약어·잡문의 시대
두 번째 _ 해부학과 근대철학
르네 데카르트 / 프랜시스 베이컨 / 임마누엘 칸트
세 번째 _ 의학에서 공학으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 멋진 신세계 / 정언명령과 생명공학 / 게놈 프로젝트에서 커넥톰 프로젝트로 / 인간, ‘생각하는 존재’에서 ‘생각 없는 존재’로
네 번째 _ 인간 이후의 인간(Post-Human)
뇌, 두개골 속에 탑재된 정보처리기계 / 휴머니즘의 종말 / 포스트휴먼Posthuman / 인공지능과 자유
다섯 번째 _ 의술과 영혼
기술사회 / 제작된 몸과 영혼 / 몸과 뇌, 전체 - 부분의 오류 / 영혼이 머무는 자리
3부. 예술
첫 번째 _ 뇌와 인간
신경·정신·마음 / 마음, 인간과 기계의 차이 / 생명현상 변화의 지속 / 표상과 상징행위 / 물질·정신·기억 / 프루스트 효과 / 나는 뇌가 아니다
두 번째 _ 과학주의의 치명적 한계
건강과 삶의 태도 / 객관성과 비철학이라는 난폭함 / 정상과 비정상, 인간과 비인간 / 과학주의와 인간의 한계상황 / 과학적 사고의 한계 / 음침한 과학
세 번째 _ 인문치유
이성적 인간의 부조리 / 주술과 예술 /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이의 글쓰기 / 아우슈비츠 이후에도 /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4부. 신명
예에 노닐다〔遊於藝〕
저자소개
책속에서
[머리말]
지금 내가 머물며 이 글을 쓰고 있는 대구 땅에는 지난해 겨울부터 오늘까지 62일째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115년 만에 무강수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바싹 마른 땅에는 매캐한 흙먼지가 풀풀 일어난다. 인간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새는 울고 꽃은 핀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었는데, 과연 앞으로도 계속 새가 울고 꽃이 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기후위기가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래도 아파트 숲 사이로 호랑이해의 정월 보름달은 떴다. 저 환한 달빛이 그래도 희망이 아닐까. 그렇다. 희망은 나의 뇌 속에 입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저 환한 달빛이 비추고 있는 거다.
임인년 정월대보름, 부럼을 깨물며
병과 관련된 우리나라 사람들의 언어습관은 교육수준이나 지역 차이가 거의 없다. “일종의 영적 존재물이 사람의 몸과 거처에 몰래 들어옴〔入〕”으로써 병이 들었다가, 원한을 풀고 나감〔出〕으로써 병이 낫는 것으로 생각했던 태곳적 질병관의 잔재가 지금까지 유지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는 약을 내복약內服藥이라 하고, 약사들은 환자들에게 약을 먹는 법이 아니라 입는 법을 가르친다〔服藥指導〕. 이런 언어습관 역시 약을 겉옷 안에 내복처럼 입어서 악귀나 역신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는 태고의 질병관에서 비롯된 언어습관이다.
- 1부 ‘의술의 원형-병은 들고〔入〕 낫고〔出〕, 약은 입고〔服〕…’ 중에서
결국 병으로 말미암은 아픔은 내가 지금까지 맺어왔던 모든 관계의 변화나 단절에서 오는 아픔이다. 이대로 존재의 소멸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가 유발하는 고통이다. 현대의 첨단의술은 불가능이란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술이 병든 사람들의 헝클어진 관계를 복원해 낼 수는 없고, 그로 말미암은 아픔에는 어떤 진통제도 효능이 없다.
이때 인간은 누구나 종교적 인간으로 변신한다. 병듦으로 해서 새삼스럽게 삶을 자각하게 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한편,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회한과 죄책감으로 눈가에 이슬이 맺히게 되면 그는 자연스럽게 종교적 인간으로 변신하게 된다.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신 놀이〔God Play〕를 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인간의 몸과 마음에 시간이 할퀴고 가면서 남겨놓은 상처를 과학기술로는 치유할 수가 없다. 그래서 첨단기술의 시대에도 여전히 종교의 역할은 남아 있다. 믿는 종교가 없다고 하는 비종교적 인간도 가끔은 신화의 세계에서 위안을 얻는다. “모든 종교의 필연적 전제는 신화”이기 때문이다.
- 1부 ‘종교문화와 의술-병듦과 종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