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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하고 초라한

존엄하고 초라한

(존재를 배제하는 공간에 대하여)

강미현 (지은이)
흠영
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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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하고 초라한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존엄하고 초라한 (존재를 배제하는 공간에 대하여)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 ISBN : 9791197640094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6-01-30

책 소개

공존을 생각하는 건축사 강미현의 도시 인권 에세이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을 공간의 관점에서 진단하는 책이다. 모든 건축과 도시설계의 출발점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차별 없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실현하기 위한 건축사의 제안을 담았다.
‘공간’으로 읽어내는 배제의 문법

14㎡가 되지 않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청년 약 27만 명. 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아동 1만 2천여 명과 장애인 2만 7천여 명. 집 없이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이들 1만 2천여 명. 산업단지 노동자 중 휴게실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 43.8%. 여전히 비닐하우스에서 혹한 겨울을 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교통약자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흘렀음에도 40%가 채 되지 않는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이 책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존재’를 환대하고 있는가, 배제하고 있는가.

이 책은 주거, 노동, 장애, 교육, 공존을 주제로 한 다섯 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존재의 보금자리」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쾌적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주거기본법」 제2조)가 실제로 보장되고 있는지를 따져보고, 2부 「노동의 자리」에서는 일터에서 위험을 감당하는 일이 왜 여전히 노동자 개인의 숙명이 되고 있는지를 묻는다. 이어서 3부 「모두를 위한 공간은 없다」에서는 장애인들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일상에 도달할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4부 「교실의 배신」에서는 모든 아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교실과 학생들을 주체적인 민주시민으로 길러내는 공간에 대해 말한다. 마지막 5부 「비인간 존재와의 공존」에서는 도시 생태 회복과 동물과의 공존 문제를 공간의 관점으로 풀어낸다.

이 책의 매력은 공간으로써 우리 사회의 복합적인 문제들을 진단하는 데 있어 역사적 맥락을 함께 들려준다는 것이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반지하주택에 살게 된 배경과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역사, 대한민국이 ‘아파트 공화국’이 된 연유, 노동자의 쉴 권리가 명문화되기까지의 과정,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배경, 오늘날 기숙사의 뿌리가 된 중세 수도원 등의 다채로운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오늘날 사회문제를 한층 더 깊이 있고 흥미롭게 이해하게 할 것이다.

나아가 『존엄하고 초라한』은 집을 핵심 자산으로 보는 경향이 유독 강한 우리나라 독자들의 관점을 전환하여, ‘삶의 기반’이라는 집의 본질과 주거권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또한 노동의 의미와 노동자의 권리, 올바른 일터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하게 하고,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환대하지 않는 공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확장하도록 돕는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존엄한 개인으로서 사회에 정당한 환경을 요구할 수 있는 비판적 지성을 길러주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할 것이다.

공존 도시,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한 희망


이 책 속에는 실제 우리 이웃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휠체어를 타는 승권 씨와 해선 씨, 영구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주현 씨, 18년간 보육원에서 생활한 도현 씨, 창고를 휴게실 삼아 도시락을 펼치는 청소 노동자, 마음껏 떠들 권리를 잃어버린 어린이들, 고시원으로 향하는 수많은 청년들……. 저자는 일상적인 공간이 어떻게 특정한 이들을 배제해 왔는지를 추적하며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고발한다. 단, 그렇다고 피해자의 서사만 반복적으로 드러낸다거나 제도를 비판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공간과 건축이 차별을 고착화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도구 역시 공간과 건축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더 나은 곳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독자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이 책이 주는 재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공존을 실현하고자 하는 각국의 노력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소셜 믹스(social mix)를 실현한 프랑스의 사회주택 제도, 시설 중심에서 벗어나 고령층에 대한 새로운 돌봄 사례를 만든 일본의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 이른바 라이더법을 제정해 배달 라이더의 직접 고용을 의무화한 에스파냐, 노숙인에 대한 현금 지원 정책의 효과를 검증한 캐나다, 모든 이용자가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공간의 표상 핀란드의 오디(Oodi) 도서관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선진적인 사례들은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나갈 도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30여 년간 건축사로 일해온 저자는 건축과 도시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은 물론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을 부탁한다. 모두가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동안의 과오를 분명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하면서.

목차

여는 글

1부 존재의 보금자리
최저주거기준 미달 청년 가구
집이 아닌 곳에서 사는 사람들
거리의 이웃
‘집’이라는 특권
4인 가족 아파트 공화국
시설이라는 이름의 집
소리를 품는 공간
살던 집에서 나이 들기
뜨는 동네의 역설

2부 노동의 자리
휴식이 사치인 사회
‘운’이 필요한 공간
도로 위 노동자
웃어야 사는 사람들
이방인의 자리

3부 모두를 위한 공간은 없다
작은 턱이 만드는 큰 장벽
일상에 도달할 권리
공공건축물의 배리어프리
모두의 미술관
존엄이 흔들리는 순간
감각의 피난처
격리와 수용의 공간, 시설
재난 속 불평등
‘표준’이라는 허상

4부 교실의 배신
학생들이 만드는 학교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속도가 다른 아이들
놀지 못하는 사회
머무는 곳에서 살아가는 곳으로
숨 쉬는 교실

5부 비인간 존재와의 공존
회색 정글의 미래
도시의 잔혹 우화, 로드킬
포식자가 만든 피식자들의 공간
어긋난 공간 일그러진 공존
순환하는 건축

닫는 글

저자소개

강미현 (지은이)    정보 더보기
공존을 고민하는 건축사. 좋은 건축은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도시를 품격 있는 문화공간으로 바꾼다고 믿고, 시대의 정신과 지역의 정체성 그리고 공동체의 요구를 담아내는 공간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현재 건축사 사무소 예감을 운영하고 있으며, 원광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오랫동안 『새전북신문』에 건축 이야기를 연재했고, 초보 건축주에게 후회 없는 집 짓기 방법을 알려주는 『집을 짓고 건축가를 만나라』를 썼다.
펼치기

책속에서

애초에 우리나라의 최저주거기준 자체도 너무 낮다. 사람이 거주하기 위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주거 면적을 14㎡(약 4.2평)로 설정해 두었는데,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가장 비슷한 일본이 25㎡(약 7.5평)인 것과 비교하면 너무 낮은 수준이다. 당연히 문제는 면적만이 아니다. 「최저주거기준」에는 “적절한 방음·환기·채광 및 난방설비를 갖추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무엇이 적절한 수준인지는 다루지 않는다. 게다가 최저주거기준 자체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해법을 단번에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그렇다고 해서 미흡한 기존 정책을 방치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_「최저주거기준 미달 청년 가구」 중에서


이처럼 우리의 주거복지 사업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질문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꿈꾸는 집은 단지 비바람을 피하는 곳이 아니라 깨끗하고 아늑한 공간, 가족의 개성과 정체성이 담긴 공간일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은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그로 인해 빨리, 촘촘하게 지어졌다. ‘어떤 집을 지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 ‘몇 채를 더 지을 것인가’가 목표가 되어버리니 주거 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_「‘집’이라는 특권」 중에서


이 사건이 있기 훨씬 전인 2010년, 청소 노동자들이 도심 행진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이 주장한 것은 다름 아닌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였는데, 어두운 창고나 화장실에서 숨어서 밥을 먹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 시기 나는 밥 먹을 공간이 없어 화장실이나 보일러실에서 도시락을 펼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해서 내가 설계하는 건물에서만큼은 밥을 먹는 사람을 화장실이나 계단 밑으로 몰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그들에게 약속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십수년이 흐른 지금, 나는 여전히 이 책에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밥 한 끼 먹을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보일러실로, 계단 밑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_「휴식이 사치인 사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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