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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97652523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22-01-10
책 소개
목차
1. 유배지에서 낳은 아이
2. 천애고아
3. 조상의 땅을 향해
4. 아버지의 고향
5. 생명의 빛
6. 자꾸만 보내는 편지
7. 마을 사람들의 생각
8. 출발
9. 파당판장에서
10. 경마와 야시장
11. 망설임
12. 청혼
13. 저울질
14. 사라진 희망
15. 결혼
16. 그래도 살아가야지
17. 작가 정신
18. 하디자에서 보낸 하야티의 편지들
19. 아낙 수마트라 클럽
20. 가정
21. 자이누딘의 마음
22. 가깝지만 먼
23. 이혼장
24. 마지막 눈물
25. 귀향
26. 하야티의 마지막 편지
27. 하야티를 보낸 후
28. 맺는말
옮긴이의 말
함카 연보
책속에서
한 젊은이가 좋은 의도로 한 여인을 만나 결혼을 전제로 교제한 것뿐인데 그토록 비난받고 멸시를 당했다. 그러면서 정작 귀족의 호칭과 다툭, 족장의 지위를 가진 고귀한 이들은 어린 여자아이를 마음대로 첩으로 들이고 여기서 혼인하고 저기서 이혼해도, 그렇게 낳은 아이를 이 마을에 버리고 저 마을에 팽개쳐도 아무도 질책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고향으로 돌아온 아이는 정당한 혼인을 통해 태어났고 어머니는 예사 집안도 아닌 부기스족의 범상치 않은 믈라유 집안 여인이었음에도 외지인 취급을 당해야 했다. 그래서 마땅히 아들이 물려받아야 할 할아버지의 재산은 ‘전통과 관례’라는 이름으로 조카들에게 빼앗기고 찢어발겨졌다.
- <8. 출발>에서
“맙소사, 네가 사랑하는 이 사람 정말로 경건, 그 자체구나. 보아하니 그가 원하는 건 네가 얼굴에 숯검정을 칠하고, 바티푸 마을 사람들이 30년 전에나 입던 옷을 입고, 사룽을 등 뒤로 매듭짓고, 귀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거기에 돌돌 만 사탕수수 잎을 넣어 구멍을 더 크고 넓게 키우고, 시리 잎을 먹어 이빨을 온통 새까맣게 물들이고, 뒤꿈치를 들고 사뿐사뿐 소리 나지 않게 걷고, 키와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건가 보다. 나중에 그 사람이랑 혼인하면 너는 운수대통이겠구나. 우선 종일 집 안에 갇혀 있을 테고 아랍 사람들 규범에 따라 햇볕도 맞으면 안되고 금요일마다 한 번 외출하게 되는 거잖아? 그리고 장식품처럼 그 사람 곁에서 걸을 때 다른 남자들이 네 얼굴을 보면 안되니 마차 끄는 눈가리개 하듯 너도 슬렌당으로 얼굴을 덮어야 하겠지. 그 사람이 외출할 때 집 열쇠를 가지고 나갈 테니 너는 종일 부엌에 갇혀 있게 될 거야.”
- <10. 경마와 야시장>에서
하야티 집안의 어른, 다툭의 목소리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깃소리처럼 그의 귓전에서 쉴 새 없이 앵앵거렸다.
‘이곳은 전통과 관례의 땅이다.’
그 목소리를 기억하며 자이누딘은 단호히 말했다.
“아니요, 하야티! 당신은 파당으로 돌아가야 해요. 나랑 함께 살 생각은 하지 마세요. 나는 근본이 없는 사람입니다. 미낭카바우는 전통과 관례의 땅이에요. 이번 월요일 수라바야에서 탄중프리옥을 거쳐 파당으로 가는 배가 있어요. 그 배를 타고 가세요. 당신 고향으로요.”
그렇게 말한 그는 밖으로 나갔고 방 안에는 하야티 홀로 남았다.
- <24. 마지막 눈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