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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비평/이론
· ISBN : 9791197975974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25-05-31
책 소개
『가공실황(加工實況)』은 특정 주파수나 전자파가 신체에 영향을 준다고 믿는 사람들, 혹은 자신에게만 들리는 음향 현상을 설명하려는 이들의 말을 망상이나 환청으로 단정짓기보다, 인간의 듣기 능력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로 연결하고자 시도합니다. 이 책은 비정상적 듣기와 인간 가청 능력의 한계 및 가능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시선과 장르의 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획자 최보련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증언적 듣기의 구조적 유사성에 주목한 에세이를 실었고, 미술가 최주원은 일상의 틈에서 발생하는 불신의 정황을 스릴러 단편소설 형식으로 풀어냈습니다. 큐레이터 진세영은 듣기의 정치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가공실황』 프로젝트가 출발하게 된 배경과 의미를 해설합니다. 시인 이준형은 묶이거나 접히는 사물의 형상을 빌려, 타인의 말을 믿는 일에 관한 두 편의 시를 실었습니다.
『가공실황(加工實況)』은 음향적 현상과 인식론적 물음을 연결 짓고자 하는 예술가, 철학적 독자층을 위한 복합 장르 서적이며, '듣는다는 것'의 정치성과 감각적 균열을 사유하는 데 유효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목차
1장. 닮은 꼴
어제 만난 무술고수, 최주원
증언론을 위한 고려사항, 최보련
닮은 꼴, 최주원
2장. 가공실황
망원동 핫가이, 최주원
로봇 신호수 알바, 최주원
가공실황: 사실 같은 것을 향해 놓인 활송장치, 최보련
3장. 최선의 추론
성공적인 시작, 최주원
Bill & Jill, 최보련
최선 청각 추론, 최보련
4장. 쪽지
남겨진 것들, 최주원
쪽지, 이준형
5장. 귓속의 뼈
그녀의 기반, 최보련
리본, 이준형
정치, 혹은 귓속 뼈와 돌기 등의 변형 과정, 진세영
책속에서
“누군가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백한 허구로 몰아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증언자가 지닌 심신 능력이 의심스러워서, 아니면 증언된 내용이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다는 등의 이유로 주어진 증언을 참으로 간주하기를 꺼린다. 증언에 대한 믿음은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온전히 청자의 믿음에 의지하는 앎의 방식이다.” (서문 중)
“아마 ‘현정이네 두루치기’가 있는 골목 어느 사이였다. 사람도 좀 많고 요란하기도 해서 쳐다봤는데, 글 선생께서 술에 거나하게 취해있었다. 완전 벌겋게 취해서 셔츠 단추는 한 4개쯤 푼 것 같고 양쪽으로 언니들과 어깨동무하고 즐거워하며 뭐라 중얼대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나는 번쩍 술이 깬 기분이었다.” (최주원, 「망원동 핫가이」 중)
“상식은 우리의 직접 지각이 반박 불가능한 방식으로 주어진 증거합치세계의 중앙부에 현실세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Bill이 눈앞의 신호수를 인간이라고 인식한 순간 바라보고 있던 바로 그 단 한 명의 신호수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로봇 신호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최보련, 「가공실황: 사실같은 것을 향해 놓인 활송장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