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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8532800
· 쪽수 : 396쪽
· 출판일 : 2026-02-06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프롤로그
1장-22장
에필로그
가명 목록
책속에서

아빠가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청바지가 반쯤 벗겨져 있어서 허연 배와 속옷이 보였다. 온몸에 검은 반점이 가득했고 허벅지에는 푸르스름한 멍이 번져 있었다. 아빠가 팔에 찌르곤 했던 플라스틱 주사기가 허벅지 한가운데 꽂혀 있었다. 주사기의 관 부분은 아래로 축 늘어진 채 바늘로 힘겹게 이어져 있었다.
나는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아빠가 누워 있던 침대는 소변 자국으로 노랗게 물들어 있었고 낡은 커튼 틈새로 들어온 한 줄기 햇빛이 바닥을 가로질러 아빠 위로 드리우며 아빠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먼지가 둥둥 떠다녔다.
아빠의 얼굴이 나를 향해 있었다.
‘죽었나?’
내가 소리 내어 말했던가? 죽었다고? 그런 것 같았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그 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심장 뛰는 소리가 너무 커서 내 목소리를 분간할 수 없었다.
힐필즈에서는 대마초를 피우는(우리는 그걸 ‘빤다’라고 했다) 일이 차를 마시는 일만큼이나 흔했다. 하지만 마약 도구와 관련된 일은 전부 쉬쉬했다. 나는 부모님이 둘 다 부엌문을 닫고 있을 때는 근처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먼저 부모님은 대마초를 피웠다. 그럴 때면 나더러 밀키바, 그러니까 은박지와 종이에 싸인 작고 하얀 초콜릿 바를 사 오라고 했다. 나는 두 분이 그저 초콜릿을 좋아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은박지였다. 그런 다음 그들은 주사기를 몸에 찔렀다. 이따금 부모님이 너무 취해 의식을 잃은 상태로 팔이나 다리에 주삿바늘을 꽂은 채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곤 했다.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