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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장안 24시 - 전2권](/img_thumb2/K722534172.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K722534172
· 쪽수 : 1143쪽
· 출판일 : 2018-09-14
책 소개
목차
장안 24시 - 상
장안 24시 - 하
리뷰
책속에서
천보 3재, 정월 14일. 사정. 장안성, 장안현, 서시. 때 이른 봄추위가 매섭지만 햇살은 따사롭고 눈부셨다. 장안성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아주 화창한 날씨다.
●상권
“우덕, 도대체 무슨 일인가?”
서빈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으며 심호흡을 하고 대답했다.
“자네를 빼낸 건 정안사야.”
“정안사?”
장소경은 장안의 관부체계에 익숙했지만 ‘정안사’라는 관부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반란을 평정한다는 ‘정’, 온 세상을 평안하게 한다는 ‘안’. 서역 도적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조정에서 새로 조직한 관부라네. 자네가 감옥에 들어간 후에 일어난 일이야. 정안사는 계속해서 각 분야의 인재를 모으는 중이고 내가 자넬 추천했네.” 장소경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상했다. 이미 금어위 가사, 어사대 순사, 장안현과 만년현 포적위 등 장안성 방위를 담당하는 관부가 수없이 많았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도적이기에 조정에서 새로운 관부를 만들어 대비한단 말인가?
“정안사 주관자는 이필, 자는 장원이네. 원래 대조한림이었고 이번에 정안 사승을 맡았지. 자네를 부른 사람이 바로 이 사승일세.”
“음…….”
더 이상했다. 정말 이상했다. 정안사의 임무가 ‘서역 도적의 침입 대비’라면, 무력을 사용하는 일이 주를 이룰 것이다. 그런데 대조한림처럼 높고 고고한 문관이 정안사를 주관한다? 이게 말이 돼? 빠르게 기억을 더듬던 장소경의 뇌리에 문득 그의 이름이 떠올랐다.
지금은 도리나 법규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모형판 물시계는 쉼 없이 물방울을 똑똑 떨어뜨렸다.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물방울 하나가 떨어질 때마다 수백 명의 목숨이 사라지는 셈이다.
“장 도위, 이 나라 조정의 국운과 장안 백성의 안위를 부탁하네.”
이필이 넓은 소맷자락을 휘날리며 정중하게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한 표정으로 장소경에게 허리를 숙였다. 이필 수하의 관리들은 깜짝 놀라며 일제히 일어나 장소경을 향해 공손히 손을 모았다. 그러나 장소경은 답례도 하지 않고 왼쪽 눈을 만지작거리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나는 오로지 장안 백성의 안위를 지킬 뿐, 나머지는 내 알 바 아닙니다. 조정의 국운이라니, 뭔가 오해한 모양입니다.”
이 말에 모두가 크게 당황했다. 이런 말을 함부로 내뱉다니. 다들 마음속에 조정에 대한 크고 작은 불만이 있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드러내는 사람은 없다. 장소경은 보란 듯이 크게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정안사 관리들이 전전긍긍하며 이필의 눈치를 살폈다. 평소와 다름없이 불진을 받쳐 든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그 말이 자신을 향한 것임을 알았다. 그것은 모든 규칙을 거부한다는 장소경의 확고한 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