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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여행에세이 > 해외여행에세이
· ISBN : 9788901109404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0-06-25
책 소개
목차
Prologue
만일 내가 백혈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지금 더 행복했을까?
첫 번째 여행 Southern Europe
휠체어 탄 열다섯 살 스페인 소년
더 이상 열쇠구멍으로 세상을 보지 말자 - 밀라노
흐릿한 자유에서 선명한 자유로 - 베네치아
혼자만의 여행이 가져다주는 것들 - 나폴리, 폼페이
모든 사람들이 여행자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 로마
최고의 순간에 떠나야 하는 이유 - 산토리니
내가 커진 만큼 작아진 세상 - 피렌체
두 번째 여행 South-East Asia
나는 비관주의자가 아니야!
밀실공포증에서 벗어나기 - 방콕
심심한 관광객 vs 신나는 여행자 - 피피, 푸켓, 통사이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하는 법 - 치앙마이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의 기쁨 - 싱가포르
일상이 되어버린 여행 - 쿠알라룸푸르, 티오만
세 번째 여행 Western Europe
일단 해봐, 세상이 널 도와줄 거야
앉아서 히치하이킹! - 프랑크푸르트
도로 위의 쇳덩이를 멈추는 방법 - 벨기에
보헤미안 철학자들과 인생을 논하다 - 글래스고, 애버딘, 인버네스
네 번째 여행 Japan
두려움 때문에 꿈을 접을 순 없어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세상을 이해하는 것 - 도쿄
길을 잃었을 땐, 무작정 앞으로 - 시나가와, 가케가와, 히로시마
시간이 흐를수록 또렷해지는 기억들 - 마쓰야마
Epilogue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학교
리뷰
책속에서
집을 떠난다. 처음 느껴보는, 묘한 기분이 온몸을 감싼다. 어디에서도 나를 간섭하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 자유는 전혀 다른 상태로 바뀌어 다가온다. 가족만이 곁에 없는 게 아니다. 그야말로 내 옆에는 아무도 없다. 아무도.
너무나 완벽한 자유, 순수한 자유 때문에 이 세상에는 나 외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기에 처음에 맛본 그 자유는, 반쪽의 자유다. 문득, 텅 빈 공간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건 마치 열쇠 구멍을 통해 세상을 내다보는 이방인과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곧 마음을 가다듬고, 불안감을 다독이고, 투지를 불태운다.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오면 다른 방법은 없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야하는 것밖에는. 나머지 반쪽의 자유는, 내가 앞으로 만들어갈 몫이다.
모든 행위에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는 점을 난 깨달을 수 있었다. 부족한 돈이나 찌는 더위, 바닥에서 자는 불편함 따위는 무인도로 뛰어내릴 수 있는 자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바로 그 자유가 있었기에 난 숲속으로 들어올 수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공간에서 멋진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나 있는 흐릿한 자유를 나만의 선명한 자유로 바꾸어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늘 그렇듯, 모든 건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내가 ‘길들여지기 증후군’이라 이름 붙인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병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만약 당신이 혼자서 여행하다 어느 도시에 도착했는데 모든 사람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해보라. 바로 이때, 이 병은 증상을 드러낸다.
당신은 서서히 안락함에 길들여지고, 마침내 떠돌이 기질은 사라진다. 날이 갈수록 떠나는 일이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날짜를 계속 미룬다. 바로 그때, 모든 걸 재정리해야 한다. 그곳에 계속 머문다는 것은 다른 마을에서, 다른 도시에서, 다른 나라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멋진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포기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