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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종교에세이 > 불교
· ISBN : 9788901123066
· 쪽수 : 220쪽
책 소개
목차
영문판 감사의 말
한국판 감사의 말
서문
1부 수행자로 산다는 것
한국에 도착하다
선사를 만나다
첫 번째 결제
비구니가 되다
동안거
나를 낮추다
묵언정진
가일층 정진하다
병사들과 애플파이
정진하고 또 정진하라
오 년 만에 고향을 다녀오다
수행이 깊어질수록 화두도 깊어진다
‘마음’도 단지 이름일 뿐이다
구산 스님의 입적
2부 도를 찾아서
선경 스님의 삶
선경 스님과의 인터뷰
3부 선경 스님이 쓰신 선시
밑 없는 배
중생의 본심
석마방광
청추월광
부처가 부처를 못 보네
천수천안
천성산 화엄벌에 서서
한 물건
내원사선원 결제
생사·열반이 모두가 꿈
마음자리
죽지 않는 소식
참고문헌
역자후기
책속에서
어느 날 구산 스님이 우리와 함께 좌선하시겠다고 오셨다. 나는 화두에 전념하려고 무척 노력해서 몇 번만 몸을 움직이고 참았지만 또 한 시간 더 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서 나가버렸다. 다시 돌아와 보니 선방의 어느 스님께서 영어 사전을 들고 나에게 다가오시는 게 아닌가. 구산 스님께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시고 가셨다는 거다. 한글로 쓰인 ‘억지로 참다’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 ‘억지로 참다’라는 말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 참으라는 뜻이었다.
〈첫 번째 결제〉 중에서 45쪽
한 사람의 수행은 어려운 처지에서 화두를 성성하게 들려고 노력할 때 더 성숙하는 것이다. 조용한 곳에 가만 앉아 있는다고 네 공부가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일을 할 때나 또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수행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손이나 발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마음속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화두를 잊어버리지 않는 한, 공부에는 계속 진전이 있을 것이다. 이전의 모든 수행자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부를 해왔다. 어느 분도 쉽고 편안하게 공부를 하신 분은 없다.
〈수행이 깊어질수록 화두도 깊어진다〉 중에서 114-115쪽
그 결제 기간 동안 내가 맡은 소임은 공동 목욕탕을 청소하는 것이었다. 나는 매일 네 시에 이 일을 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간에 오후에 예불을 올리는 스님이 와서는 바로 직전에 목욕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몇 주간 계속되자 나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하루는 갑자기 다른 스님이 몸을 씻고 있는 것이 아무런 상관이 없게 느껴졌다. 나는 청소하는 시간이고 그분에게는 예불을 올리기 전에 몸을 씻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화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비록 조그마한 사건이었지만 나에게는 아주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참선이 나에게 뭔가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일이었다. 일부러 나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흐트러지게 만드는 욕심과 집착을 다 해소시켜 버렸던 것이었다.
〈가일층 정진하다〉 중에서 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