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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아일랜드소설
· ISBN : 9788901162942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4-02-28
책 소개
목차
1 1991 ………………………………………… 9
2 1916 ………………………………………… 12
3 첫눈 ………………………………………… 39
4 1916~1932 ………………………………… 55
5 너무나도 천천히 시간이 흐르고 ………… 83
6 1932~1945 ……………………………… 110
7 우리는 모두 이미 겪은 일이다 ………… 139
8 1950~1955 ……………………………… 162
9 원래 속한 그 자리로 다시 ……………… 185
10 1955~1964 ……………………………… 206
11 신이 의도했던 대로 ……………………… 230
12 햇빛과 함께 갈라져 열리다 …………… 257
13 철골이 하늘을 찌르는 곳 ……………… 282
14 이제 우리는 행복한데 …………………… 315
15 우리의 부활은 예전 같지 않다 ………… 347
감사의 말 360
옮긴이의 말 362
책속에서
그리고 그때 세 사람 모두 이스트 강 수면을 뚫고 위로 솟구쳐 오른다. 그들의 머리는 떠다니는 얼음을 간신히 비켜 대기 속으로 쏘아 올려진다. 몸에는 작업복과 부츠만 남아 있고 그들의 가슴은 이제 미친 듯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입에서 물과 진흙을 토해내며 산소를 들이켜 삼키고, 뇌는 쿵쾅대는 것이 느껴진다. 터널에서 몇몇 연장들이 함께 나와, 나무판자들은 빙그르 돌고 수압잭 하나가 옆으로 펄쩍 뛰어오르고, 짚이 담긴 주머니며, 코트며, 모자며, 셔츠며, 날아다닐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날아오른다. 아침이다, 빛이다, 그리고 그들은 거대한 갈색 간헐천 위에 떠 있다, 그들과 그들의 흙, 그들의 터널 장비들이. 물 위에 연락선들이 있다. 하늘엔 호기심 어린 갈매기들이 떠 있다. 부둣가 일꾼들이 놀라 그들을 가리킨다. 이 세 땅굴 인부들은 강 위로, 공중으로 재주를 넘는다. 강물은 그들을 잠시 브루클린과 맨해튼 사이에 솟구쳐 떠 있게 한다. 결코 기억에서 사라질 수 없는 순간이다. 그들은 마치 신(神)처럼 위를 향하여 솟아오른 것이다.
그는 눈을 뜨고 그래프용지를, 줄지은 점들과 불규칙한 선들을 본다. 그가 걸어왔던 곳의 윤곽선을 재빨리 그린다. 이것이 그의 가장 중요한 의식으로, 이 일을 하지 않고는 하루를 시작할 수 없다. 그는 그 형태를 실제 지도 크기의 열 배로 과장해서 그린다. 그러면 종이에서 그의 둥지는 거대한 계곡과 산맥과 평야가 엉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벽의 가장 작은 흠집조차 커다란 골짜기가 된다. 나중에 그는 그것들을 더 큰 지도 하나로 바꿀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그 지도 작업을, 그가 살고 있는 곳의 지도를 만드는 일을 해왔다. 손으로 그린, 복잡하고 비밀스러운, 산이 있고, 강이, U자형의 호수들이, 굽이굽이 시내들이, 그림자가 있는 어둠의 지도 제작법.
몇 년 전 여름이다. 딸아이는 열한 살, 황토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엔 비즈를 달았다. 나무는 푸른 초록빛이고 빛은 노랗다. 놀이터는 활기가 가득 차고 지구는 살아 있다. 그때는 좋은 시절이었다. 딸아인 즐겁게 그네를 타고 있다. 공중으로 오르는 그네에서 아이는 한 팔을 뻗고 두 발은 그네 밑으로 넣었다. 하얀 운동화와 파란 양말, 치맛단은 아이 무릎까지 온다. 그는 아이 뒤에 서서 그네가 오면 잡고 다시 더 높이 아이를 밀어준다. 그러다 그의 두 손이 조금 움직이고, 그는 자신의 몸에서 낯익은 거대한 공허감을 느낀 채 뒤로 물러서며 그 환영에 움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