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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25505657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07-02-13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마지막 사랑을 간절히 원한다.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누군가를 만나면 그것이 평생 함께할 마지막 사랑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안정된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시작되는 사랑의 설렘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 없다는 데 있다. 설렘 후의 고통을 뻔히 알면서. 엑또르는 이러저러한 경험들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여전히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것이며 정신과 의사인 자신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임을 환자들 뒷모습을 보며 절감한다.
“우울증은 하나의 질병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질병이 치유되기만을 바라는 게 아니라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를, 즉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제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세게보건기구의 발표문에 있는 내용입니다. 요컨대 사람들은 행복해지길 원한다는 것이죠. …… 전 우리 모두가 행복에 이처럼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데 동의했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사람들의 행복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원인들 중에서 질병과 사고, 경제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랑이지요.” (나이 든 정신과 의사 프랑수아가 말했다.)
〈자네는 사랑의 생물학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 것이고,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도 알 걸세. 다른 느림보들은 내 뒤를 열심히 쫓아오고 있지. 그들은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 즉 옥시토신과 도파민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옥시토신은 다른 존재에게 애착을 갖는 중요한 순간에 우리 뇌에 분비되는 걸로 추정되네. 즉 엄마들이 아기에게 젖을 먹인다거나, 누군가와 사랑을 나눈다거나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품에 안는다거나 하는 경우 또 아기나 작고 귀여운 동물을 관찰할 때 분비된다지. 말하자면 옥시토신은 애정과 애착의 호르몬이지.
옥시토신 수용기(受容器)를 뇌에 풍부하게 갖추고 있는 작은 들쥐들이 있다네. 그 수컷들은 자신의 암컷에게 애착을 갖고 평생 동안 충실하지. 반대로 옥시토신 수용기를 그보다 덜 갖추고 있는 산쥐들은 그야말로 천하의 바람둥이들이지. 들쥐들의 옥시토신 수용기를 제거하고 산쥐들에게 옥시토신을 다량 주입하면 반대로 행동한다네! 참고로 수컷이 변화한 걸 보고 암컷 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하게.
옥시토신에 이어 이번에는 지독하게 못돼먹은 도파민을 무대로 불러내 보자고. 도파민은 우리가 유쾌한 감정을 느낄 때 최대한으로 분비되는데, 그건 우리 뇌 속에 갖고 있는 보상 시스템의 최종 단계로서 특히 새로운 것이 그것의 분비를 촉진한다네. 말하자면 그것은 더 많은 것의, 더 새로운 것의 호르몬일세. 새로운 상대를 만나서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우리 뇌는 이 도파민으로 출렁출렁 넘치게 되지. 문제는, 그러고 나면 우리의 도파민 수용기가 조금씩 둔감해진다는 거야.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일부 학자들에 따르면, 사랑의 열정은 같이 살기 시작하고 나서 18개월에서 36개월이면 식어버린다고 하네. 바로 그 순간에 친절한 옥시토신이 그 뒤를 이어 우리들에게 강렬한 애정을 불어넣지 않을 경우에 도파민은 발정 난 복슬개처럼 새로운 상대를 찾아보라고 우리를 부추기지.
결국 옥시토신은 성인(聖人)에, 도파민은 화냥년 ― 난 도파민을 창녀에 비유하고 싶지는 않다네. 왜냐하면 그중 일부는 유일한 여성 전도자로서 오직 한 남자와 한 가지 신앙에만 충실했던 그 유명한 막달라처럼 성녀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일세 ― 에 비유할 수 있을 걸세! 옥시토신은 유대 그리스도교나 불교의 호르몬이랄 수 있지. 이웃을 사랑하고, 충실하고, 남을 보호하고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하니까 말일세. 반면에 도파민은 악마와 유혹의 호르몬으로서, 우리로 하여금 애정 어린 관계를 파탄 내라고, 여러 가지 독물을 남용하라고, 새로운 걸 찾아보라고, 신대륙을 찾아 나서라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걸 만들어보라고, 염소 치즈를 나눠 먹고 서로를 사랑하며 평화롭게 지내는 대신 바벨탑을 쌓아 올리라고 우리를 부추기지. 좋아, 위대한 철학자라면 이 이중성에 대해 수백 페이지짜리 책을 써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요점은 내가 이미 말했네.〉 ― 코어모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