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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25549750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13-03-0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추락
제1장 지켜보는 자의 책
제2장 헤어지는 길
제3장 가라앉은 성소(聖所)
제4장 눈먼 자들
제5장 천 번의 입맞춤처럼 깊은
제6장 원하는 것을 찾다
제7장 매듭 천사
제8장 하늘이 흐느끼는 모습
제9장 원하는 것들
제10장 먼지 속의 별화살
제11장 돌로로사 길
제12장 성스럽지 않은 물
제13장 발굴
제14장 너무나도 분명한
제15장 선물
제16장 계시록
제17장 사랑의 창조
제18장 추락하는 별을 잡다
제19장 루신다가 치러야 할 대가
제20장 낯선 사람들
에필로그. 그들의 눈 속에 빛나는 별
책속에서
루스가 다니엘의 품으로 파고들자, 그는 그녀의 스웨터 소매에 손끝을 올리고는 피부에 후광을 그리듯 그녀의 팔을 어루만졌다. “네 모든 생에 가운데 가장 멋진 부분을 말해 줘.”
루스는 ‘매번 널 찾았던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모든 전생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녀의 전생들이 한데 빙그르르 맴돌다가 만화경 안에 든 풍경처럼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타히티에서 룰루가 다니엘의 가슴에 문신을 새겼던 아름다운 순간이 떠올랐다. 그리고 고대 중국에서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것보다 사랑이 더 중요해서 전쟁터를 저버리고 떠났던 생각이 났다. 관능적이었던 순간,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아픈 입맞춤을 나누었던 순간도 열두어 번은 떠올릴 수 있었다. 루스는 그 순간이 최고의 순간은 아님을 알았다.
최고의 순간은 지금이었다. 오랜 시간을 지나며 떠나 온 여행에서 지금 이 순간을 택할 것이다. 다니엘은 그녀에게 전부였고, 그녀도 그에게 전부였다. 그들의 사랑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치 시간이 구름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매번 새로운 순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검정 부츠를 신은 거대한 다리 한쪽이 테이블 가장자리 아래로 내려와 루스의 얼굴을 가격했다. 코에서 피가 났고 눈물이 고일 정도로 눈이 아팠다. 그녀를 납치해 온 운명의 저울 천사가 깨어난 것이다! 눈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갑작스러운 고통과 함께 루스는 테이블 아래로 더 움츠러들었다. 그러자 망토가 목을 죄면서 호흡 기관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중략) “불편해 보이는군.” 그는 피 묻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고, 검정 장갑을 낀 손을 루스의 망토 가장자리로 향했다.
하지만 별화살이 공간을 가로질러 조금 전까지 그의 오른쪽 눈동자가 있던 곳에 꽂히자, 운명의 저울 천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텅 빈 안구에서 파란 피가 뿜어져 나와 루스의 망토에 튀었다. 루스 앞에 창백한 손이 나타나더니, 지저분한 트렌치코트 소매와 깨끗하게 면도한 금발 두상이 나타났다. 무릎을 꿇고 루스를 똑바로 쳐다보는 필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여기 있었군, 루신다 프라이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롤랜드가 소피아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쓰러뜨렸다. 하지만 아주 약간 늦었다.
별화살 다섯 개가 예배당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갔다. 별화살 뭉치는 날아가면서 서로 느슨해져서 루스와 다니엘에게 향하는 동안 잠시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다니엘!’
루스는 다니엘의 품에 다시 안겼다. 그의 본능은 정반대였다. 양팔로 그녀를 꼭 안고는 바닥에 눕혔다.
루스의 왼쪽에서 솟아오른 날개 두 쌍이 공간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향했다. 하나는 구릿빛이 도는 황금색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장 순수한 은색이 감도는 흰색 날개였다. 날개가 마치 깃털이 달린 거대한 스크린처럼 루스와 다니엘 앞의 공간을 채웠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