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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5551975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4-01-17
책 소개
목차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리뷰
책속에서
비안개가 피어오르는 회색빛 풍경 속에 단 한 점의 엷은 색채가 있었다. 그것은 단 한 곳에만 남아있던 벽, #5라고 적혀 있던 그 문 앞이었다, 속눈썹에 ㅤㅁㅐㅊ히는 빛물을 손끝으로 뿌리치며 다시 한 번 찬찬히 응시해보았다. 그것은 금세 그것이라고 알 수 있는, 너무나 그리운 윤곽이었다.
잘못 보았을 리가 없다.
미오다.
그녀가 복숭아색 카디건을 걸치고 그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나는 천천히 유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을 큼직하게 뜨고 입은 O자로 벌리고 있다.
유지는 벼르고 별렀던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처럼 작디작게 속삭였다.
“큰일 났어, 닷쿤.”
그는 몇 번이고 급하게 눈을 깜빡였다.
“엄마가…”라고 유지는 말했다.
“엄마가 아카브이 별에서 돌아와버렸다.”
나는 미오의 베갯머리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희미하게 열이 있는 것 같았다. 유령도 감기에 걸리는 걸까?
“열이 있는 것 같아. 미열이지만.”
“괜찮아요. 자고 나면 나을 거야.”
“그래?”
“으응.”
무척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댔을 때의 감촉, 온기, 그녀의 냄새.
언젠가도 분명 서로 나우었을,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적인 대화들.
그녀가 1년 전에 죽었다는 게 아무래도 거짓말인 것만 같다.
닷쿤, 안녕?
몸은 괜찮아?
앞으로 사흘 뒤에는 병원에 입원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아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동안에 이 편지를 쓰기로 했어.
지금, 당신은 회사에 가있어. 한 시간쯤 뒤에는 유지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거야. 이 편지 다 쓰면, 저녁거리 사러 나갔다 오는 길에 농부르 선생님께 맡겨둘 생각이야.
1년 후에, 비의 계절이 끝나거든 당신에게 건네달라는 부탁의 말과 함께.
그때는 이미 내가 당신 옆자리에 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아.
내 유령은, 이미 아카이브 별에 돌아갔겠지?
놀랐어?
내게 예지 능력이 있다는 거, 당신을 몰랐지?
거짓말이야.
농담.
그저 착실하기만 한 모범생인 나도 때로는 농담을 할 줄 안다구.
그리고, 이제부터 쓰는 게 진짜야.
어쩌면 당신은 이 진실에 더욱 더 놀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건 틀림없는 사실이야. 내 몸에 일어난 진실.
그 모든 진실을 당신에게 알리자면 스무 살 무렵의 우리 이야기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