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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25560106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16-09-26
책 소개
목차
서문_ 살아 있는 서울의 주름살을 읽어주는 책
1장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곳
서울의 막힌 혈관을 뚫다_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한국 마천루의 효시_ 관철동 삼일빌딩
도시를 젊게 만드는 오래된 건축_ 대학로 샘터 사옥
서울역 앞 거대한 짐승 같은 빌딩_ 남대문로 서울스퀘어
버려진 물탱크로 빚어낸 시의 공간_ 청운동 윤동주문학관
역사적 기억들이 담긴 장소_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한 공간에 담긴 세 개의 시간_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 꿈마루
2장 쓰임새의 한계를 넘어서다
비스듬한 오름길을 따라 걷는다_ 인사동 쌈지길
망치질하는 사람과 열린 갤러리_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전통 방패연을 형상화한 사각 구장_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산을 뒤집은 파빌리온_ 송도 트라이볼
공장도 아름다울 수 있다_ 한샘 시화공장
회백색의 단아하고 각진 풍경_ 파주출판단지 화인링크
한국적 리트리트를 추구하다_ 청평 게스트하우스 리븐델
3장 재생의 미학을 실천하다
경계를 없앤 ‘도시의 방’_ 서천 봄의 마을
문화 플랫폼으로 부활하다_ 인천 한국근대문학관
폐허 찜질방이 미술관으로_ 화성 소다미술관
장인정신이 살아 있는 공간_ 종로 세운상가
빛을 품은 빌딩_ 용인 헤르마주차빌딩
반세기 동안 한자리를 지키다_ 중구 장충체육관
장소의 정체성을 부여하다_ 이태원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동네 풍경을 바꾼 파격의 미학_ 화성 폴라리온스퀘어
4장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
개발 욕망에 끊어진 도시의 맥_ 강남 르네상스호텔
캠퍼스 도시를 꿈꾸다_ 서대문 이화여대 ECC
북한산과 한 몸처럼_ 평창동 오보에힐스
대학 캠퍼스 건물이 달라진다_ 상도동 숭실대 학생회관
제주의 자연을 끌어들이다_ 서귀포 파우제 인 제주
좋은 건축은 풍경을 바꾼다_ 부산 S주택
아쉽고 불편한 서울의 아이콘_ 한강 세빛섬
5장 도시 풍경을 바꾸다
소통과 균형의 미가 만나다_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세모난 교실 가운데 하늘 향한 공원_ 남양주 동화고 삼각학교
바위 언덕을 품고 들어선 집_ 평창동 미메시스아트하우스
대지공유 모델을 제시하다_ 강남 A4블록 공동주택
축구 천국을 넘어 커뮤니티 공간으로_ 전북현대모터스 클럽하우스
만인을 위한 만 가지 공간_ 서울 마이바움 역삼
상습 정체구간의 꾸불꾸불 발코니_ 한남동 현창빌딩
파트별 필진 소개 | 필진 약력
저자소개
책속에서
도시의 건축물은 도시와 도시인의 삶의 흔적을 기록하는 기억 저장소이자 시간을 담는 그릇이다. 중국의 채륜이 발명한 종이가 서쪽으로 전파되기 전에 수메르문명에서는 점토판에 쐐기문자를 찍어 남겼고, 이집트에서는 파피루스 식물 줄기로 만든 파피루스 종이에 글을 남겼다. 점토판은 깨지기 쉽고 파피루스는 부서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돌에 새기는 방식은 반영구적이었지만 운반이 너무 어려워 편지 같은 글은 양피지에 써서 전달했다. 그러나 양피지의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양가죽을 벗겨 여러 번 문질러서 얇게 만든 양피지는 가격이 비싸, 부자들도 양피지 편지를 받으면 글을 읽고 글자를 지운 뒤 재활용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 쓴 글자 아래 처음에 썼던 글자가 배어나오기도 했다. 이를 ‘팰림시스트’(원래의 글 일부 또는 전체를 지우고 다시 쓴 고대 문서)라고 하는데, 과거의 흔적이 현재의 도시 공간에 미친 영향을 설명할 때도 이 단어가 사용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북에 구불구불한 길이 많은 것은 과거에 구불구불 흐르던 시냇물을 복개해서 길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구불구불한 시냇물이 구불구불한 도로로 남아 현재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로마의 대표적 광장인 나보나 광장은 동그랗거나 사각형인 대부분의 광장과 달리 가로로 긴 형태다. 나보나 광장이 이런 형태를 갖게 된 이유는 2000년 전 고대 로마시대 때 전차 경기장으로 사용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부지는 조선시대 왕실 관련 사무를 담당하던 종친부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있던 곳이다. 특히 한국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현재 미술관의 사무동으로 쓰이는 붉은 벽돌의 기무사 건물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에 근대식 병원으로 처음 세워졌다가 광복 후 육군통합병원을 거쳐 1971년부터는 국군보안사령부(이후 기무사로 개칭)가 사용했다. 1979년 10·26 사태 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신이 처음 안치된 곳이기도 하며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12·12 쿠데타를 모의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또 종친부가 있는 터는 조선시대의 규장각·사간원 등의 관청이 자리했던 곳이다. 종친부는 신군부 집권 당시 테니스장 건립을 이유로 인근 정독도서관으로 옮겨졌다가 미술관이 조성되면서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처럼 서울관 부지는 조선시대의 왕실 관청과 일제 강점기의 군 병원, 군사정권 시절의 기무사 등 권위적인 공간으로 사용되며 일반인의 출입이 전혀 허용되지 않았던 도심 속 외딴섬 같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