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25576480
· 쪽수 : 56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부 트윈타워 구치소
제2부 꿀을 따라가라
제3부 메아리와 철
제4부 야수의 피 빨아먹기
에필로그
감사의 글
리뷰
책속에서
“저거 피 아닙니까?” 그가 물었다.
나는 차 뒤로 돌아가 금이 간 아스팔트를 내려다봤다. 순경의 손전등 불빛이 내 차 범퍼 아래에 묻은 액체 얼룩을 비추고 있었다. 얼룩의 가운데는 짙은 적갈색이었고 가장자리로 가면서 반투명해졌다.
“글쎄요. 그리고 저게 뭐든, 원래 있던 거잖아요. 나는…….”
내가 말하는 동안 또 한 방울이 범퍼에서 아스팔트로 떨어지는 것을 둘 다 똑똑히 봤다.
“선생님, 트렁크 좀 열어주시죠.” 밀턴이 손전등을 벨트에 있는 손전등 걸이에 끼워 넣으면서 요구했다.
내 머릿속은 ‘트렁크에 뭐가 들었지?’ 하는 생각에서부터 ‘내가 거부하면 밀턴이 트렁크를 강제로 열 상당한 근거가 있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문으로 가득 찼다.
그 순간 내가 체액의 일종일 거라고 추측하는 액체가 또 한 방울 아스팔트 위로 떨어졌다.
“차량번호판 관련해서 위반 딱지는 떼도 돼요, 밀턴 순경. 하지만 트렁크는 안 열 겁니다.”
“그럼 체포하겠습니다, 선생님.” 밀턴이 말했다. “두 손을 트렁크 위에 올려놓으세요.”
“체포요? 무슨 혐의로요? 내가 뭘…….”
밀턴이 갑자기 달려들어 나를 잡더니 내 차를 향해 돌려세웠다. 그러고는 자신의 몸무게를 실어 트렁크 위로 나를 눌렀다.
나는 지금 1급 살인 혐의를 받고 있고, 나 자신을 변호하고 있다. 링컨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 링컨 이전과 이후의 수많은 현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나도 안다. 내가 의뢰인으로서는 바보일 수 있겠지만, 내 미래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길 수는 없었다. ‘캘리포니아주 대 마이클 할러 사건’의 경우에는 트윈타워 구치소 K-10동 독방 13호가 피고인 측의 작전본부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법원에 제출할 신청서 묶음을 상자에서 꺼내 서류가 남의 손을 타지 않은 것을 확인한 다음 고무줄을 끌렀다. 공판준비기일이 다음 날 오전으로 예정돼 있어서 준비해두고 싶었다. 보석금 삭감 신청을 비롯해 법원에 세 건의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었다. 기소인부절차 당시 검사는 내가 도주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사법 시스템의 내부 사정을 자기 손바닥 보듯 알고 있어 증인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고, 판사가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석금을 500만 달러로 책정했다. 담당 판사가 리처드 롤린스 헤이건이라는 사실도 내게 악재로 작용했다. 예전에 그가 내린 판결을 내가 항소해 뒤집어버린 경우가 두 번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1급 살인은 200만 달러라고 지정한 보석금 요율표의 권고를 무시하고 그 두 배가 넘는 보석금을 책정해달라는 검찰의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내게 앙갚음을 톡톡히 했다. 당시에는 200만 달러와 500만 달러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았다. 자유를 얻는 데 전 재산을 쓸 것인지 변호하는 데 쓸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나는 후자를 선택해 트윈타워에 머물게 됐다. 게다가 일반 수용동에 잠재적 적이 많은 법조계 인사라서 접근금지 수용동에 입주할 자격을 갖췄다. 하지만 내일은 나와는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판사 앞에 서서 보석금 삭감을 요청하게 될 터였다. 다른 신청서도 두 건 더 제출할 계획이었다. 나는 판사 앞에서 신청서를 읽어 내려가지 않고 설득력 있게 주장하기 위해서 메모해놓은 것들을 점검했다.